[창을 닫으며] 어느 곳에도 속해있지 않는 사람들을 주목한다 > 대학생 기자단


[창을 닫으며] 어느 곳에도 속해있지 않는 사람들을 주목한다

본문

사회당에서는 지난 10월, 구로을과 동대문을에서 있었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했었다. 나는 동대문을에서 선거운동을 했고, 사회당 김숙이 선거운동본부에서 주요정책과 이슈로 삼았던 것은 ‘한국 여성들이 처해있는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꿔보자’ 였다. 호주제 폐지, 아이를 키우고 교육하는 일은 전적으로 사회전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 가사노동자에 대한 가치 인정, 성폭력과 성매매 근절, 모든 선거와 공직에 여성을 50% 할당할 것 등을 정책으로 제시했다. 태어나면서부터 평생 직간접적인 ‘차별’에 놓여있던 여성들은 우리가 몇 마디 꺼내지 않고도 금새 무슨 얘긴지 알아들었다.

  그런데 우리는 선거운동 중후반으로 들어서면서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호주제와 육아문제, 그리고 가사노동자에 관한 정책을 빼놓고는 우리의 주장 가운데에서, 그리고 한창 추진 중에 있는 각종 정부정책 가운데, 그 어느 곳에도 포괄되지 않는 여성들이 아주 많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이른바 모성보호법이라 불리고 있는 여성노동자 관련 근로기준법이 8월에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그리고 주5일근무제가 한창 얘기 중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많은 항목들이 직장을 갖고 있는 여성들, 그 가운데에서도 정규직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리휴가를 무급화 하려는 재계의 주장에 우리는 현행대로 유급화해야 한다고 했다. 출산휴가가 60일에서 90일로 늘었고 이때 매달 정부에서 지급하는 돈이 고작 10만원밖에 되지 않길래 우리는 10만원 받으면서 어떻게 쉴 수 있겠느냐며 현실 에 맞게 100만원 넘는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민주당이 곧바로 2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의 얘기 모두는 집에서 집안일과 아이 키우는 일을 담당하고 있는 가사노동자에게는 일체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월급은커녕, 그 어떤 보험으로도 보호받고 있지 못하다. 기껏 남편 따라 직장보호로 가입되어 있을 정도? 통계청에서 추석 직전에 전업주부의 노동을 월급으로 환산했더니 113만원이 나온다고 발표했다. 여성계나 진보진영이 산출하면 더 많은 액수로 환산되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그 어떠한 대가도 보장되지 않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도 않은 존재가 바로 나의 아내, 우리의 어머니들이다. 가까운 남편에게서도 ‘집에서 놀고 먹는 존재’로 핀잔 듣기 일쑤니까.

  이뿐만이 아니다. 5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 임시직·파트타임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서 60∼80%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 집에 일감을 따다가 악세사리며 인형이며 종이접기를 하는 비공식부문 여성노동자들(비공식부문이란 사회적 법과 제도에 규제 받지 않는 수입창출 과정을 말하며, 따라서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은 그 어떤 통계에도 잡혀 있지 않고 법의 보호망에서도 벗어나 있는 노동자들이다. 여기에는 웨이트리스, 설문조사요원, 김밥 납품하는 사람, 야쿠르트 판매요원, 비디오쟈키, 방송작가 등 매우 많은 분야가 해당된다.)이 최소한의 사회복지와 안전의 그물망에도 걸려있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들에 대해 사회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몫이 빠른 시일 안에 제도화되어야 한다.

  어느 곳에나 있지만 어디에서도 얘기되지 않는 ‘비공식’ 분야에 있는 다수의 사람들을 주목하자.


글·이자영 (사회당 부대변인)


 

작성자이자형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