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와 정관수술 > 대학생 기자단


뇌성마비와 정관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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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뇌성마비 장애우에게 정관수술을 해 준 적이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노인 분이 뇌성마비인  아들  부부와 함께 수술을 받으러 병원에 온 것이다.
통상 정관수술이란 결혼을 하고 아이가 하나나 둘이 있어서 더 이상 아이를 원하지 않을 때 영구피임 목적으로 하는 수술이다. 그런데 아들 부부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아내도 뇌성마비였다.
수술을 시키려는 이유를 묻자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동안 자신이 살아오면서 아이에게 온갖 정성을 다 쏟아부었다고 한다. 드디어는 결혼까지 시키게 되어 ‘아버지로서 이젠 해 줄 만큼 다해 주었구나’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는 것이다. ‘이들 부부가 아이를 갖게 되면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에 잠이 오지를 않더라는 것이다. ‘아이를 낙태하게 할까, 아니면 아이를 낳게 할까’ 고민이 되었다.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에야 부부 내외뿐 아니라 아이까지도 보살펴줄 수 있겠으나 자신이 죽은 후가 문제가 되겠더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장애우 부부끼리 살아가기도 힘든데 아이라도 낳게 되면  얼마나 키우기가 힘들겠냐는 것이었다. 몇일 밤을 고민하다가  할 수 없이  아이를 낳지 못하게 영구피임수술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 아버지의 말이었다.

물론 부모에게  심한 유전적 장애 등이  있는 경우에는 태어난 아이도 유전적 결함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의학적으로 아이를 갖지 않게 영구피임수술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러나 대부분 뇌성마비란 유전적 요소보다는 태어날 때 뇌에 손상을 받아 오는 경우가 많다. 신체를 사용하는데 지장이 있을 수는 있으나 지능은 비장애우와 같은 경우도 있다. 단지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는 이유로 사회의 냉대를 받고 있을 뿐이다.

 

다음날 아침 출근을 하여보니 두 부자가 다시 진료실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어제는 자신의 경박한 생각에 수술을 시켰으나 다시 정관복원수술을 해달라는 것이다. 끊어진 정관을  연결시켜 달라는 것은 아이를 낳게 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왜 마음이 변하였을까.
지난밤 아버지 자신은 종교인으로서 눈물이 앞을 가려 도저히 잠이 오지 않더라는 것이다. 사회가 아무리 각박하더라도 부모가 자식이 행복을 선택할 권리마저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어려서  뇌성마비라고 안 순간부터 자신은 오직 이 아이만을 위하여 동생을 갖는 것조차 포기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식이 아이를 갖는 것은 하늘의 뜻에 맡기는 것이 도리인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장애를 가진 자식을 키우는 동안에 이 아버지가 사회의 몰이해 앞에서  얼마나 시련을 겪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싸해졌던 기억이 난다. 

 

 

 

 

글/ 이윤수(압구정청박병원 비뇨기과 전문의)
02-545-0131 www.penilee.co.kr

 

작성자이윤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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