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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잊혀진 한 장애우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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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에서 아·태장애인경기대회가 열리기 이  틀 전인 지난 10월 24일, 역시 부산시에서 한 장애우가 분신자살이라는 극한 방법으로 생을 마친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역 언론에서 분신해서 병원에 실려갔다고 작게 보도한 이 사건은 병원에 확인해본 결과 병원에 실려온 바로 그 날 사망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분신자살로 삶을 마친 그 장애우는 올해 28세인 김정호 씨입니다.


그는 손이 불편한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취업알선 기관의 소개로 중소기업에 취직하러 갔다가 불편한 손이 이유가 돼 취업을 거절당하자 좌절한 것이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은 곧 이어 열린 아·태장애인경기대회에 묻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한 장애우가 어떤 처지에 놓여 있었는지, 그리고 왜 분신자살이라는 극한 방법을 택해 생을 마칠 수밖에 없었는지 사람들은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사람들의 관심은 사상 최대 장애우경기대회라는 아·태장애인경기대회에 쏠려 있었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김정호 씨의 자살로 대변되는 이 땅 장애우의 열악한 현실을 알면서도 회피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장애우의 죽음보다 메달 경쟁에 더 관심을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지나친 비유일지 모르지만 힘든 현실을 잊기 위해 쾌락에 몸을 맡기는 것처럼, 사람들은 어두운 장애우 현실을 잊기 위해 곧 이어 열린 화려한 아·태 장애인경기대회에만 관심을 가졌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잔치가 끝난 지금, 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망자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는 회피하고 잊어버리기 위해 애를 써도 엄연히 존재하는 장애우의 열악한 현실에 대한 울분일 것입니다.


김정호 씨가 놓여 있던 현실은 객관적으로 보아도 절망 그 자체입니다.

 

우선 노동시장에서 손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직설적으로 말하면 노동시장에 접근할 수 없다는 사망선고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특히 현재 그나마 장애우를 고용하고 있는 업체들이 대부분 중소 제조업체이고 보면 김정호 씨 같이 손을 사용할 수 없는 장애우들은 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러면 28년 세월을 장애우로 온갖 설움을 겪으며 살아왔는데 손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취업의 길마저 막혀 버렸다면, 김정호 씨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이제 살아 있는 사람들이 대답해야 할 차례입니다.


사실 손이 불편해서 노동시장에 접근할 수 없는 중증장애우 문제는, 그리고 그 심각성은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닙니다. 취업이 어렵다면 다른 방안을 만들어서 어떻게든 살 길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그 동안 수 차례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어떤 대책도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더 절망적인 것은 장애계 내부에서조차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우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자판기 운영에서 우선권을 준다든지 아니면 자영업 창업 지원에서 우선 순위를 준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손이 불편한 장애우들의 살 길을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세분화해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장애우라는 카테고리로 묶어서, 지금처럼 뭉뚱그려서 보편적인 복지와 고용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고집한다면 결국 제 2, 제 3의 김정호 씨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망자는 자신의 몸을 불사르면서 똑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장애우들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요구가 아니라 부탁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다시는 이렇게 극한 방법으로 삶을 마감하는 장애우가 생기지 않도록 손이 불편한 장애우의 복지와 취업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함께걸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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