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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학회] 장애학 관점에서의 장애인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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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문화예술축제 '빛소리친구들' 무용공연

장애인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것은 국경을 너머, 인종을 너머, 성별을 너머,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한결 같이 갖고 있는 과제다. 사실 이 질문은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그런데 장애인에게 이 질문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장애인은 장애 때문에 모든 사회 참여 기회에서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무엇을 하기보다는 어떤 도움이 필요한가를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 장애인에게는 복지서비스가 필요하고, 관련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 장애인복지정책으로 의료, 교육, 직업, 연금, 활동보조 서비스 등을 실시하며 장애인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매진해왔다. 이런 장애인복지서비스로 장애인의 생활 환경이 많이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왜 장애인의 행복지수는 높아지지 않는 것일까? 왜 장애인은 아직도 차별을 느끼고 사회적 배제를 경험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장애인이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에 대한 욕구와 재능을 무시하고 단순히 생명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장애인복지라는 일방적인 서비스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다. 장애인이 원하는 것 가운데 예술이 있다. 그것을 장애인예술이라고 하는데 우리 사회는 장애인예술을 예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운명적으로 예술을 시작한 장애인은 예술 활동 이외의 것에는 관심도 없다. 그래서 예술인으로 살아가려고 하지만 장애인이라는 편견과 주류 예술계에서 소외된 낮은 사회적 평가 속에서 장애예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고통 그 자체이다.
장애예술인의 고통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발전적인 장애인예술의 방향을 모색해서 장애인이 복지서비스의 대상이 아닌, 예술에 재능이 있는 예술인으로 살아가며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장애인예술에 대한 이론의 정립이 필요하다.

장애인예술의 시작
소수자 운동의 역사를 보면, 문화예술과 공존한다. 장애인문화예술 역시 장애운동과 함께 나타났다. 장애운동은 1970년대 초 영국과 미국에서 시작됐다. 영국 장애운동은 분리 반대, 빈곤, 주거, 사회통합, 소득보장 같은 정치적 주장에 초점을 맞추었다. 미국의 경우는 자립생활, 인권, 교통수단 접근성 같은 개인적 사회참여와 관련된 쟁점들이 운동을 주도했다. 이론과 실천의 측면에서 보면, 영국 장애운동은 구조주의적 접근법에 근거한 신사회운동을 추구했고 미국 장애운동은 인류학적 또는 상호작용론적 접근법에 기초한 시민권운동으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장애운동에 참여하던 일부 장애인들이 장애예술운동을 개척했다. 따라서 당시 장애인예술은 주로 대중 동원을 지원하거나 장애운동을 미학적으로 표현하는 정도였다. 장애운동과 장애인예술운동의 구분이 모호하던 시기였다.
1990년대 초 미국과 영국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서 장애인의 시민권과 평등권이 법률적으로 보장됐지만, 장애인의 사회적, 문화적 위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장애인예술이 그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정치와 권리 중심의 쟁점들이 빠르게 문화예술의 쟁점들로 이동하고 있다. 장애운동의 관심사가 구조에서 행위주체로 바뀌고 있다. 사회적, 정치적 의미의 장애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주관적인 의미의 장애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몸의 사회학, 정체성 정치, 소수성의 가치 같은 새로운 개념들과 접목한 장애인예술은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되었다.

장애학과 문화
2006년 데이비스(Lennard J. Davis)는 장애학이 제2의 물결을 맞이했다고 주장했다. 개념과 핵심 쟁점들을 정의하던 시대에서 정체성 형성, 손상들 사이의 차이, 이론모형들 사이의 양립불가능성, 이론과 실천의 관계, 연구자와 활동가의 역할을 비롯한 장애학의 실상에 대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장애학이 실천학문인 이상 이 같은 이론상의 변화는 당연히 실천상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윤삼호, 2012). 문화가 사람들에게 이렇게 행동하라거나 저렇게 생각하라고 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신념과 발상은 문화에 의해 그리고 문화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는 그 사회, 그 시대의 사고를 대표한다. 따라서 장애학에서는 문화를 중요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인간의 몸과 인격에 대한 문화적 가정들은 일상적인 사회적 상호 작용의 맥락에서 이해돼야 한다. 장애인은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권리를 갖는 시민으로서 사회적 정체성을 부여받았고 비장애인과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통합돼야 하지만 장애인은 이중적 자아상을 갖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손상된 존재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비장애인과 같은 노동자로서 말이다(김도현, 2011).
이렇게 이중 잣대가 생긴 것은 장애인에 대한 법적, 사회적 정체성이 정부나 원조 단체들의 지원 속에서 공식화되었기 때문이다. 문화는 그 사회 시민들의 합의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어야 자연스럽고 합리적일 수 있다. 따라서 장애학 관점에서의 장애인문화를 이끌어내고, 대중적인 공감대를 이루어 장애인문화를 일반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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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문화예술축제 연극 공연

장애인예술의 방향
Ryerson University(2004)에서 제시한 장애인예술 발전의 3단계를 보면 첫 번째 단계는 장애예술인 자신이 예술인이라는 정체성을 갖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는 장애인 커뮤니티에서 장애예술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고, 세 번째 단계는 장애예술인의 활동이 주류 예술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 3단계를 밟아가기 위해서는 첫 번째 단계인 장애예술인의 정체성을 먼저 구축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정의도 불분명하고 정체성에 대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있었던 에이블아트 운동(西尾,2010; 김언지, 2012)의 1단계는 장애인의 작품에 초점을 맞추는 활동으로 장애인의 예술작품을 재인식하고 그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는 것이고, 2단계는 주체를 장애인에서 지원자까지 확대시켜 장애인의 창작과 감상 환경을 확립해나가기 위해 지역사회 안에서의 지원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3단계는 주체가 시민 전반으로 예술문화 활동에서의 정상성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예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이 필요하다.

▲법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문화예술진흥법 제15조의 2는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을 위하여 장애인의 문화예술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장애인의 문화예술활동을 장려, 지원하기 위하여 관련 시설을 설치하는 등 필요한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지원할 수 있다는 선언적인 규정으로는 장애예술인의 창작권을 보장받을 수 없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장애인예술정책연구(2012, 한국장애인문화진흥원)에서 장애예술인지원법률(가칭)이 제정돼야 한다.

▲장애인예술 전문기관 필요하다
장애문화예술의 모든 장르를 아우르고 전문성을 갖춘 별도의 특수법인단체가 필요하다. 공기관 성격의 장애인예술기관이 있어야 정부 예산을 확보하여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좋은 예로 장애인체육은 2005년에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출범하면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장애예술인 창작지원금이 요구된다
장애문화예술인은 취업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활이 열악할 수 밖에 없기에 창작지원금으로 생활의 안정을 찾게 해주고 창작의욕을 고취시켜야 한다. 장애인 선수들은 현재 2백여 명이 경기력향상 연구연금을 받고 있는데 연금 액수가 최고 1백만원인 것을 감안해 그에 준하는 장애예술인에게 창작지원금이 책정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주무부처가 마련돼야 한다
현재 장애인문화예술 업무가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국 예술정책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체육국에 장애인체육과가 있듯이 예술국에 장애인문과예술과가 신설되어야 한다. 과 신설에 앞서 팀이라도 꾸려져서 장애인문화예술의 정부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공공쿼터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장애인 취업을 위해 장애인을 일정 비율 고용해야 하는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실시되고 있고 중증장애인이 생산한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중증장애인생산품우선구매제도가 있듯이 방송, 영화, 출판, 전시회, 공연 등 모든 문화예술활동에 장애인예술인의 참여를 일정 비율 의무화하는 장애예술인 공공쿼터제도가 필요하다.

 

작성자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숭실사이버대학교 교  natalir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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