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가 깨끗해야 장애가 안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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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명 : 그리고 저... 아이 가질 때 성관계라는 걸 깨끗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거든요.
임백천 : 글쎄 의학적인 것이야
이창명 : 제가 그런 말을 하니까 사람들이 좀 의아해 하시지만, 관계를 깨끗하게 맺어야 돼요.
임백천 : 알았어요. 알았어요.
이창명 : 화나잖아요. 제가.
임백천 : 그건 아직, 의학적으로 우리가. 그것도 충분한 이유가 되겠지요. 그런데 그것은 우리가 결론지을 수는 없는 문제인 거 같고......
지난 12월 4일 KBS 2TV 아침 간판 프로그램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행복채널에서는 이상아, 전철 씨 부부의 장애인 시설 천사의 집 자원활동 체험을 소개했다. 그런데 방송 말미에 개그맨 이창명 씨가 난데없이 불결한 성관계가 장애아를 낳는다는 뉘앙스의 어처구니없는 실언을 했다. 진행자인 임백천 씨가 당황한 모습으로 사태를 얼버무리려 했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방송을 지켜본 장애아 부모들과 장애우, 그리고 일반 시청자들은 몰지각한 이 씨의 발언에 분노해 KBS 희망채널 홈페이지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홈페이지 등 장애우 관련 홈페이지에 항의성 글을 잇달아 올렸다. 장애아와 그 부모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는 장애아를 둔 부모의 글, 이창명 씨를 연예계에서 퇴출시키자는 주장, 무지에서 나온 실수이니 용서하자는 주장, 논리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글까지 다양한 시각들의 글들이 여러 날에 걸쳐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었다. 몇몇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한국방송위원회 홈페이지 시청자 불만처리 코너에 공식적으로 제소, 이창명 씨를 제명할 것을 요청했다.
예전 같으면 적당한 선에서 항의 정도로 넘어갔을지도 모를 사건이었지만 인터넷을 통해 쉽게 피드백이 가능해진 환경에 걸맞게 시청자들의 항의 강도는 방송사들이 바짝 긴장할 만큼 강렬했다.
KBS측은 뒤늦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12월 7일 행복채널 진행 전에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이창명 씨는 그날 방송에 나온 일부 버려진 아이들을 보고 그 부모님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드린 말씀이었습니다만 제 뜻과는 달리 장애우 여러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해드린것 같습니다 라며 공개사과를 했다. 이어 이창명 씨와 박태경 피디 등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단체총연맹 등을 방문해 사과했다. 사과 방문 동안 이창명 씨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인 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파장은 식을 줄 모른 채 그후로도 여러 날 동안 계속되었다.
한편 방송위원회는 12월 18일 50차 상임위원회 심의결의를 통해 이창명 씨의 발언에 대해 마치 장애인을 가진 부모 모두가 깨끗한 성관계를 갖지 않아 장애아를 낳은 것으로 오도하게 하여 장애인 부모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며 방송이 심신장애인을 다루며 인권이 최대한 보호되도록 신중을 기하지 아니한 것일 뿐만 아니라 시청자에게 예의를 지키지 아니한 것임이라는 판결을 내리고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0조제1항, 21조제2항, 26조에 의거해 경고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이창명 씨는 중도 하차했고 행복채널은 예산이 삭감되었다.
이번 사건은 일단 이런 선에서 종결이 되었지만 제2의 이창명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현재 방송의 장애우 인권 침해에 대한 규제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은 제21조 인권침해의 제한 2항 방송은 심신장애인 또는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사람들을 다룰 때에는 특히 인권이 최대한 보호되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라는 조항과 3항 방송은 정신적, 신체적 장애자를 조롱의 대상으로 취급하여서는 아니 되며 부정적이거나 열등한 대상으로 다루어서는 아니 된다라는 조항을 두고 있다.
지금처럼 언어 공해가 범람하는 방송 환경에서는 유사한 사건이 언제고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이창명 씨 같은 정도는 아니어도 방송출연자들이 무심코 던지는 언행 속에서 병신이니 등신이니 머저리니 하는 따위의 비하어가 나타나는 경우는 흔하다. 이런 언어 경향들이 구체적으로 장애우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 해도 요즘 방송 오락물들이 신체적인 우열을 일종의 가치기준으로 조장하고 외모나 신체 결함, 체형에 대한 비하를 웃음 유발의 소재로 즐겨 사용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곧바로 대중에 영향을 미쳐 방송 출연자들의 언행을 패러디하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에 미치는 방송의 위력은 학교교육이나 가정교육의 지배력 못지 않다. 이창명류의 발언이 공중파를 탈 경우 받아들이는 시청자에 따라서는 기정사실로 믿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방송의 이런 측면 때문에 이창명 씨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에 분노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창명 씨처럼 자질없는 사람은 아예 방송에서 발붙이게 해서는 안된다는 식의 주장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그에게 일깨워 주고 장애우에 대한 이해를 새로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아량도 필요하다. 따지고 보면 이창명 씨의 실언은 자질의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보통사람 누구나가 쉽게 범할 수 있는 실수이기도 하다. 사회적인 저명인사가 장애인의 명칭을 불구자라고 한다거나 동정적인 시각으로 장애우에 대해 말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근본을 따지자면 장애우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과 교육의 부재가 문제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분명해진다. 방송인과 방송 제작 관련자 양성, 교육, 연수 과정에 장애우에 대한 이해를 포함시키는 것, 모니터 활동을 통해 지속적인 잘못의 지적과 시정, 더 나아가 교과과정에 장애와 장애우의 이해 과목을 독립 커리큘럼 또는 독립 단원으로 포함시키는 것 등을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결국 방송에서의 장애우 비하에 대한 시정 활동은 궁극적으로는 전체 장애우 인권 운동의 중요한 한 부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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