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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소리] 공단 이사장은 훈장 받을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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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주객이 전도되고,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정부가 지난해 8월 체코에서 열린 제5회 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한국선수단 및 관계자 63명을 훈 포장 및 표창 수상자로 결정하면서, 금메달을 딴 장애우 선수들보다 한 등급이 높은 은탑산업훈장을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손경호 이사장에게 수여한 것이다. 이는 누가 봐도 명백하게 장애우를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고, 몰염치의 극치인데 손 이사장은 훈장을 사양하지 않았다.

우리가 이참에 손 이사장이 훈장을 받은 것에 대해 축하보다는 딴지를 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손 이사장이 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우리 나라가 종합우승을 차지하는데 무슨 공을 세웠는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손 이사장은 단지 선수단장으로 기능올림픽에 참석했을 뿐이다. 그것뿐이다. 뒷바라지를 했다지만 그 뒷바라지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훈련에 몰두해서 그 결과로 많은 메달을 따고 종합우승을 차지한 장애우 선수들의 공로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하긴 손 이사장이 종합우승을 차지하는데 기여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손 이사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일 이었는지 아닌지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아래 신문 기사는 손 이사장이 대표인 선수단 관계자들이 종합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얼마나 피눈물나는 노력을 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 다른 나라 선수들은 축제로서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분위기였으나 한국과 대만 등 일부 국가는 입상과 성적에 관심을 둔 나머지 축제가 아닌 전쟁을 연출했다. 다른 나라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행사기간동안 열리는 오페라공연, 바비큐파티, 댄스경연대회, 전시회 등 각종 부대행사를 즐겼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성적에 집착한 나머지 경기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모든 선수들을 숙소와 경기장에 붙잡아둬 다른 나라 관계자들을 의아하게 했다. 행사에 참가한 한 외국선수는 한국과 대만 선수단이 너무 성적에 집착해 축제분위기를 망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한겨레신문 8월 22일)

또 하나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손 이사장이 훈장을 받을 자격이 있나 라는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이다.

무릇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이 훈장을 받는다면, 지위에 걸맞게 장애우 고용에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는 지대한 공헌을 했을 경우 포상을 받는 게 순리일 것이다. 하지만 노동부 관료 출신인 손 이사장이 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 열악한 장애우 고용현실이 달라진 게 무엇이 있나 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답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분명히 강조하지만 공단의 도움 없이도 취업이 가능한 장애우를 취업시키라고 고용촉진공단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공단의 역할은 자력으로는 취업이 불가능한 장애우에게 취업의 길을 열어주는데 있다. 즉 중증장애우 고용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때문에 공단 이사장이라는 자리는 다른 정부 산하기관장과는 달리 많은 자기 희생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중증장애우를 고용시키려면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귀가 어둡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경기 침체로 장애우 고용도 큰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손 이사장이 장애우를 한 명이라도 더 고용시키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물론 손 이사장이 일 년에 한 번 고용촉진 대회를 열고 켐페인을 펼치는 등 장애우 고용을 위해 노력했다고 변명하면 할 말은 없지만 큰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손 이사장은 원죄가 있다. 지난해 5월 손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공단은 직원이 사업장을 방문해 압력을 넣고 뇌물을 수수하는 작태를 벌여 직원 다수가 구속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그 당시 현장을 방문한 우리는 공단에서 뇌물을 받고 비리를 눈감아 주는 바람에 채 5만원의 월급도 받지 못하고 혹사당하는 장애우의 모습을 목격하고 가슴아파 해야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당시 손 이사장은 어떤 태도를 보였나, 공단 책임자로서 장애우와 부모들에게 석고대죄 하지는 못할 망정 공개 사과 한 마디 없이 흐지부지 넘어갔을 뿐이다. 이런 이유들로 우리는 대회는 대회고 고용은 고용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바탕해서, 손 이사장이 기능올림픽대회에서 우리 나라가 종합우승을 차지하는데 기여했기 때문에 훈장을 수여했다는 정부 논리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그리고 명백하게 장애우 선수들 공을 가로챈 손 이사장의 뻔뻔스러움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공단 손 이사장은 월급 받고 판공비 받고 거기다 훈장까지 받아서 좋겠지만, 추운 겨울 직업이 없어 거리를 헤멜수 밖에 없는 장애우들 가슴에는 피멍이 들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손경호 이사장은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함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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