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우울증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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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 노인.장애우 설문조사 결과 자살충동 비율 70%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인 유병률 10%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이고 대부분 장기질환, 경제적 무방비, 외로운 생활에 처해 있어 대책이 심각하다.
지난 연말 생활보호대상자에서 제외된 노부부와 경기 악화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애우가 잇달아 자살을 했다. 연말 연시나 장애우의 날이면 예외없이 장애우들의 자살이 신문 지면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치고 자살을 떠올려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많은 장애우들이 우울증과 자살충동을 갖고 있으리란 짐작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안산시 보건소의 조사 결과 이런 예상이 실제와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내 등록장애우 176명과 저소득층 노인 326명 등 총 5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0%가 자살충동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23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가 "항상 자살충동을 느낀다"고 답했고 "많이 느낀다" 21%, "가끔 느낀다" 44%로 전체의 69%, 347명이 자살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항상 우울하다" 52%, "많이 우울하다" 22%, "가끔 우울하다"9% 등 83%가 우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씨는 이런 비율은 일반인의 유병율 10%를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 노인과 장애우들의 정신건강이 심각한 수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노인과 장애우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없을 경우 노년기와 장애에 대한 불안감 미래에 대해 안심을 할 수 없어 자칫 공동체 전체가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의 자살 충동과 우울증세가 많다는 사실은 이 조사의 다른 통계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거주형태는 독거 34.9% 그룹홈, 시설입소자가 22%였고 가족 수에서는 혼자 산다는 답변이 가장 높았다. 그리고 33.1%만이 배우자가 있고 나머지는 사별, 이별, 미혼 등으로 대체적으로 외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특히 조사대상자 대부분이 질환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502명 중 367명이 하나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었다. 질병을 치료중인 경우는 76%였으나 장애우의 경우 장애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있다는 답변이 겨우 10.2% 대부분 아무런 치료도 받지 않고 있었다. 평소 건강을 위해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다는 답변도 62.4%에 달했다.
월수입은 78%가 10-30만원 이하로 나타났다. 이로 미루어 노인과 장애우들은 장기질환에 시달리고 있고 경제적으로 극히 열악하고 외로움에 시달리는 등 극도의 위기에 처해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중 기독교가 43.8% 천주교가 19.5%, 불교 11.2% 등으로 76% 이상이 종교를 갖고 있음에도 우울증, 자살충동율이 높다는 것은 종교로도 극복할 수 없을 만큼 상실감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장애우와 노인의 정확한 자살 통계는 없지만 미국의 경우 60세 이후 노년기의 자살수는 15세~25세 연령층 다음으로 높은데 노년기의 자살율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도 60세가 되면 자살율이 급격하게 상승한다고 한다. 장애우의 경우 신체장애에 동반해 각종 인식과 사회제도의 편견에 시달리고 있고 경제적인 무방비 상태에 처해 있음을 고려할 때 다른 계층에 비해 자살율이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흔히들 자살로 인한 사망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세계적으로 자살자는 전쟁사망자보다 훨씬 많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교통사고 사망자수와 비슷해 지난해 자살률이 10만명당 16.1명(남자 22.7)으로 세계평균 16명보다 많고 10년 전 9.8명보다 64.3%나 증가한 숫자이다.
경찰에 알려지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면 그 두 배에 달하고 자살에 근접한 "자살충동"을 느낀 경우까지 포함하면 또 그 몇 배에 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자살의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은 역시 우울증이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는 자살의 가능성이 많은데 자살사고가 2/3, 자살시도가 50%에 달하고, 특히 자살성공률은 10-15%로 일반인의 30배에 달해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노인과 장애우의 우울 증세와 자살충동이 높다는 사실은 그만큼 자살의 위험성이 많음을 뜻하는 것으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해 기초생활법 시행으로 생보자에서 탈락한 노인과 장애우들의 자살이 잇달은 것은 외부적인 위협이 작용할 경우 언제든지 충동적인 자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도장애우는 자살 위험군에 속한다. 산재사고로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는 김민수 씨(28세)도 처음에는 극심한 상실감으로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는 다치고 나서 병원침대에 누워있는 동안 도저히 산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살면서 단 한번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고 장애우로서 사는 방법도 미처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도저히 살아갈 도리가 없다라는 생각에 낙담했다.
실제로 김 씨와 같은 병동에 있던 산재 장애우는 몇 달 동안 다른 사람들하고 대화를 하지 않는 등 이상심리를 보이다가 결국은 목을 매 자살을 했다. 산재장애우의 경우 적지 않은 산재연금이 보장되어 있지만 병원에 있는 동안 강한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결국 이들의 상실감은 돈 문제하고는 별개라는 것이다. 김민수 씨의 경우는 병원을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오락을 즐기며 즐겁게 지냄으로써 정신적 갈등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못 견딜 정도로 힘들었지만 열심히 살아오다 보니 세상은 살아 볼 만한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됐다며 갈등을 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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