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는 누가 발명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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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휠체어 마크는 장애우를 뜻하는 세계공통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만큼 휠체어는 장애우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휠체어가 400년이란 유구한 세월을 거쳐 발전되어 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오늘날 휠체어는 대중적인 보장구의 하나가 되었지만 한 때는 특권층의 전유물로서 단순한 보장구를 넘어 특권층의 명예를 유지시켜 주는 역할도 겸했다. 따라서 그 화려함이라던가 기능의 배려 면에서 오늘날의 휠체어보다 뛰어난 특성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 휠체어의 역사를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휠체어의 역사를 얘기할 때 에릭 폰 부렌하이머란 독일 사람이 종종 거론된다. 발명가였던 그는 1672년 바퀴 달린 의자를 발명했다고 전해진다.
이 새로운 장치를 고안하게 된 것은 내반족(발바닥이 안쪽으로 향한 채 굳어짐.) 장애로 걸을 수 없었던 어머니 때문이었는데 어머니의 농장 허드렛일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는 장애우는 아니었지만 이 장치를 타고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고 자연을 관찰하는 것을 즐겨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바퀴 달린 의자를 제어하지 못해 바위 낭떠러지 아래 바다로 추락해 갑작스런 죽음을 당했다. 아마도 브레이크 장치를 미처 생각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 후로 아무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바퀴 의자도 발견할 수 없었다. 역사기록에 의하면 휠체어의 공식 역사는 약 400년으로 추정되고 진정한 의미의 휠체어의 출현은 대략 100년 전으로 추정된다. 휠체어의 원류는 역사적 기록, 그림, 삽화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서 밝혀지고 있다.
장애우 보장구에 대한 최초의 묘사는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피터 브뤼겔 더 엘더의 1568년 작 "불구자들(the Cripples)"이란 패널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목발을 짚은 장애우들과 애써 외면하려는 행인들을 그리고 있는데 "나는 부끄러움 없이는 지나칠 수 없었다" 라는 작가의 서명이 적혀 있다. 라파엘의 시스틴 성당 타피스트리도 장애우들이 어떤 도구를 사용했는지 암시하고 있다.
이들 작품에서도 여전히 장애우들은 클러치 이외의 수단을 지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휠바로(바퀴가 하나 달린 중국식 수레)를 소유한 사람이 장애우 친구를 태우고 치료자에게 데려가는 모습이 묘사된 듯하다.
12세기경 중국에서 유럽으로 전해진 휠바로는 중국에서는 인력거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유럽에서도 농장 용도로 사용되기 이전에는 사람을 실어 나르는 도구로 사용되었던 듯하고 장애우들도 이동을 하기 위해 휠바로의 신세를 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오늘날의 휠체어의 원형으로 생각되는 것은 귀족 제한 러마이트가 16세기 후반 스페인의 1598년 사망 필립 2세(1598년 사망)를 위해 제작했던 중환자용 의자(Invalid"s chair)였다. 필립 2세의 아내들 중 한 사람이었던 마리 투도르도 중환자용 의자를 사용했는데 이는 1554년 둘의 결혼식 때 안토니오 모르가 그린 초상화에 묘사되어 있다. 이들 부부가 사용했던 두 개의 의자는 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혁신이었다. 특히 필립의 것은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등 부분을 천으로 누비고 경첩이 달린 팔걸이와 등과 다리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톱니바퀴가 장치되어 있었다. 이 의자의 원본은 브뤼셀의 왕립도서관에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아무런 자취도 남아있지 않고 의자가 어떻게 가공되었는지 보여주는 측면도만 남아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필립의 의자도 조상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1588년 누렘부르그의 발다자르 해커가 발명했고 그것은 바퀴를 사용했고 침대로 발전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중환자용 의자들이 특권층만을 위해 디자인되지는 않았다. 1655년 대마비 (양쪽 상지 또는 양쪽 하지가 좌우 대칭적으로 마비를 일으키는 상태)를 가진 시계제조자 스테판 파프터는 자신만의 기술을 적용해 손수 금속 톱니바퀴가 크랭크를 돌려 추진하는 의자를 만들었다. 그 의자는 1677년에서 1679년 사이에 제작되었던 "수면의자(Sleeping chair)" 형태였고 다리 지지대, 바퀴다리, 독서대 등을 갖추고 있었다.
윙백의자의 발명 또한 휠체어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빅토리아와 알버트 박물관에 소장된 1665년부터 75년 사이의 가죽 윙백 영국 수면의자는 독서대를 합친 나무 막대와 금속톱니바퀴를 갖고 있엇다. 최상의 윙백 수면의자들 중 하나는 1660년에 사망한 스웨덴의 챨스 10세의 것을 꼽을 수 있다. 본래 환자용 바퀴의자에서 비롯된 윙백의자의 날개는 환자가 옆으로 쓰러지는 것을 막거나 외풍을 막아주는 장치로서 1620년대 프랑스 판화에 두 개의 모델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의자들은 바퀴 다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사용자가 손 근처의 방향전환 막대로 방향전환을 하거나 시종이 밀어주어 작동하게 되어 있었다.
100년 전 독일서 현재 모양의 휠체어 탄생, 이후 커다란 변화 없어
18세기 중반에 이르러 휠체어 역사상 주목할 만한 발명이 등장한다. 당시 영국에는 존 조셉 메를린이라는 영국 귀족이 발명가로 명성을 떨쳤다. 그는 스탠드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의 디자인에 뛰어난 기여를 한 사람이고 롤러스케이트의 발명가이기도 했다. 특히 그가 발명한 메를린 의자는 영국 역사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메를린 의자는 오늘날 휠체어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보아도 무방할 만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이 의자는 세 개의 바퀴를 가진 중환자용 의자로 전방에 두 개의 바퀴를 달고 이중 타이어를 씌우고 의자 뒷부분에는 그 보다 다소 작은 바퀴를 달았다. 이 의자는 손으로 방향전환을 함으로써 추진할 수 있었는데 아마도 나무 레버로 작동해 추진력을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장치는 성직자가 손을 더럽히지 않고도 바퀴의자를 조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메를린은 1803년에 사망했지만 그의 발명은 지금 보아도 감탄할 만큼 손색이 없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의 본격적인 휠체어의 개발은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이루어졌다. 1860년대 미국 시민전쟁 남북전쟁은 휠체어 대중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당시 남과 북 양쪽 모두에서 엄청난 신체 절단자가 발생해 하루 수천대의 휠체어를 생산해 내는 대형 공장들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전쟁 막바지에 몇 개 북부 연맹과 남부 동맹에서는 휠체어 여단이 구성되어 참전을 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비장애 장교들의 지휘를 받았던 휠체어 부대 군인들은 장교들과 함께 참전했는데 이들은 유명한 조지아 평원 전투를 비롯해 힘겨운 전투를 수없이 치렀다. 특히 제527 메사추세츠 휠체어 의용군은 전쟁에서 가장 뛰어난 부대로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오늘날 미국 장애우의 인권 발달의 바탕에는 이러한 흥미로운 배경도 있었던 것이다.
영국의 산업혁명도 휠체어 개발에 커다란 촉매제가 되었다. 이미 이때 오늘날의 전동휠체어를 연상시키는 휠체어가 개발되기도 했다. 증기기관 강력 모터로 동력을 얻었던 이 휠체어는 엉뚱하게도 바퀴 직경이 20피트 6미터에 달했다. 비록 단명하고 말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의 휠체어의 발명은 100년 전 독일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되어 있다. 이후 100년간 휠체어의 발전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었다. 휠체어를 만드는 재료가 진보하고 전동 휠체어가 개발된 것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지금과 다를 것이 없다.
본격적인 휠체어의 산업화는 1932년 엔지니어 해리 제닝스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는 대마비 사지마비 장애를 가진 친구 헤르베르트 에베레스트를 위해 휠체어를 발명했는데 관 모양의 강철 구조에 접고 펼 수 있는 형태로 현재의 휠체어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그는 친구 에베레스트와 함께 에베레스트 제닝스 사를 설립하고 여러 해 동안 휠체어 판매를 독점했다. 그들은 가격을 갖고 농간을 부렸다는 이유로 사법부로부터 독점 금지 소송을 제기 당했고 소송은 합의로 해결되었다. 휠체어 발명 역사에서 감춰져 있던 사실이지만 루스벨트 대통령도 소아마비를 앓고 난 후 특수한 휠체어를 고안해 냈는데 백악관에 두고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21세기를 맞아 휠체어는 새로운 도약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특색 없는 기존의 휠체어에서 가볍고 패션 감각이 뛰어난 휠체어로 변화하고 있고 단순한 이동의 수단에서 벗어나 해변용 휠체어, 비포장도로 휠체어, 산악 휠체어, 스키 휠체어, 로봇 휠체어까지 무한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이러한 추세와는 달리 빈곤으로 인하여 아직도 휠체어를 갖지 못하고 있는 장애우가 전세계적으로 2천만 명 이상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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