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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닫으며] 남가주 대학병원에서 체험한 장애우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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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빵, 빵,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순식간에 횡단보도는 주행하는 차량으로 덮이고 날카로운 경적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순간 시선은 목발에 의지하여 횡단보도를 급하게 건너가는 청년에게로 쏠렸다. 운전자는 미안해하며 어쩔 줄 모르는 목발 청년 앞으로 바짝 차를 들이밀면서 욕설을 퍼붓는다. 아침부터 재수 없다고.....

씁쓸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광경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우리나라 보통 사람들은 이런 광경을 목격하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나는 치과대학을 졸업한 이듬해인 1986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1992년도에 돌아왔다. 공부하느라 다른 어떤 것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때였지만 남가주 치과대학을 다니며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는 동안 그들의 선진 장애우 진료시스템에 나의 눈과 마음이 뜨이기 시작했다.

또한 장애우들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 진료에 임하는 의사들의 따뜻한 마음은 진심으로 그들의 아픔, 어려움을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했다.

 

남가주 대학병원의 장애우 환자들은 일반환자들보다 우선적으로 진료배정을 받으며 특별관리를 받고 있었다. 병원검사, 진료에 있어서 진료기록부 겉표지에 빨간색 "H"("Handicapped"의 영문 첫글자)가 붙어 있으면 우선 순위가 주어지고 자원활동자가 항상 그들과 함께 진료를 따라 다니며 도와준다. 일반환자들도 장애우들로 인해 자기 진료가 지연되어도 흔쾌히 기다려 준다. 남가주 대학병원에는 자원활동자들이 참으로 많았다. 나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 아주머니 등등.......

연세 드신 분들의 마음 푸근한 자원활동은 도움을 받는 그 어떤 장애우라도 편안하게 해 주었다. 병원 근무자나 자원활동자만 장애우를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시민들의 배려 또한 보기 좋고 흐뭇했다.

 

장애우 주차공간 바로 옆에 빈 주차공간이 있어도 일부러 좀더 멀리 주차해 주는 마음의 여유, 아무리 바쁜 출퇴근 시간이라도 장애우 차량이 옆에 오면 무조건 양보해주는 운전자들, 구급차가 비좁은 차로에 들어서기만 해도 순식간에 일제히 좌우 끝차로로 차를 서행, 정차하여 길을 열어주는 운전자들, 이 얼마나 아름답고 푸근한 일상생활의 여유인가.

 

이러한 일반시민들의 장애우 배려의식은 한두 번의 교육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몸에 배인 습관과 전통으로 이어 내려오는 값진 자산인 것 같다. 이젠 우리나라도 장애우에 대한 일반인의 의식이 바뀌고 자원활동자들도 더 많아졌으면 한다. 저축도 돈이 남아서라기보다 일단 먼저 저축할 돈을 떼어놓고 두고 남은 돈을 쓰듯이 자원활동도 시간이 남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요일, 시간을 미리 떼어놓고 계획해 두는 것이 좋겠다.

 

우리나라 장애우들의 보호자와 가족들은 대게 생업에 종사하느라 그들을 잘 돌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생업조차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내가 자원활동하고 있는 복지관에서도 진료 예약을 해 두었지만 데려올 보호자가 없어서 예약 날짜에 오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 이럴 때 자기 차가 있는 전업주부들이 이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요즘 TV 드라마 "아줌마"를 보면서 생각해 보았다.

 

우리나라 엄마들은 가족을 위해서라면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바친다. 이러한 엄마들의 희생정신의 몇 %만이라도 장애우 자원활동로 옮겨놓으면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 같다. 남편들, 자식들, 출근 등교시킨 뒤 오전 한 두 시간만 자원활동해 보자. 혼자하기 힘들면 같은 동네에 사는 뜻이 맞는 엄마 두세 명이 한 조가 되어 장애우 한 명을 지속적으로 방문하여 쇼핑도 같이하고 병원도 모셔다 드리자. 상상만 해도 씩씩한 엄마들의 활약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21세기는 우리가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나누어 가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앞만 보며 달려만 가지 말고 한 번 씩 옆을 보며 힘들게 걸어가는 장애우들의 손을 꼭 잡아주자.

 

글 김미애 (서강치과 병원원장, 방이복지관 장애인 치과 정기진료)

 

 

작성자김미애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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