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닫으며] 휠체어에서 옮겨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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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는 걸 연습하는 것보다는 살아가는 일이 더 힘들겠죠."
작업치료를 시작하고 일주일 정도 지난 후 한 환자 분이 내게 물어온 질문이다. 그 분은 30세 초반의 남자로 교통사고로 목을 다쳐 손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고 팔을 펴서 들어올릴 수 없는 내가 만나는 힘겨운 환자들 중 한 명이었다. 그 분이 입원하고 3개월이 지나는 동안 나와 같이 한 일은 휠체어에서 치료용 매트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치료용 매트는 휠체어와 높이가 거의 같고 휠체어를 매트 옆에 댄 채로 팔을 뻗어 몸을 기울이며 엉덩이를 매트를 향해서 조금씩 옮기는 일이다 얼핏 생각해보면 그게 무슨 의미를 가질까 하지만, 그 사람이 집안에서 혼자 침대에서 내려 휠체어를 타고 텔레비젼 앞에 갈 수 있고 창가에도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은 온전한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오르는 일만큼이나 특별한 일이지 않을까?
그 분이 처음 한 일은 침대 높이의 매트에서 발을 바닥에 내려두고 두 팔을 매트에 짚고 버텨 앉는 일이었다. 팔을 펴 유지하는 할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에 버티는 두 팔은 손가락이 엉덩이 쪽으로 향하게 바깥쪽으로 비틀어 놓아야 하고 그렇게 앉아 버티는 연습을 충분히 한 후에는 몸을 앞으로 기울려 엉덩이를 조금이라도 들어올리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이런 자세를 유지할 때, 그 분은 어깨의 통증을 호소하였지만, 아픈 것은 어쩔 수 없으니 그냥 참아야 할 것이라 말할 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였다.
그렇게 버틴 상태에서 엉덩이를 어느 정도 옆으로 밀어줄 수 있으면 매트높이와 같은 팔걸이 없는 넓은 의자를 매트에 갖다 대어 옮겨 앉기 연습을 시작한다. 옆이나 앞으로 몸통이 넘어지는 위험들을 피할만한 균형감각을 갖도록 많은 연습을 하여야한다.
그런 후 휠체어에서 매트로 옮겨앉는 연습을 하게되는데 혼자 하는 것을 가정하여야 하기 때문에, 옮겨앉기 위해 휠체어의 팔걸이를 제거하고 발판을 떼 내고 바닥에 양쪽 발을 내리고 안전띠를 푸는 것들을 모두 혼자서 처리하는 연습을 한다. 그런 후 팔이 굽혀지지 않게 비틀어 한쪽 손은 휠체어 방석에 밀어 넣고 다른 손은 매트 위에 놓고 옮겨가기 연습한다. 옮겨가는 과정 전체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그 중에 매트 쪽을 향해 가면서 휠체어 바퀴를 피해 엉덩이를 약간 앞쪽으로 두어야 하는데 이때가 정말 위험하다.
다리에는 힘이 없기 때문에 엉덩이가 휠체어와 매트사이에서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여야 휠체어에서 매트로 옮겨 앉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분이 퇴원하는 날까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혼자서 옮겨 앉기에는 많은 위험이 있었다. 집으로 간다며 그간 고마웠다고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는 그 순간에도 처음 그 분이 던졌던 질문이 귓가에 맴돌았고 나는 그 질문에 답해 줄 수 없었다.
작업치료실에서 나는 환자들과 함께 밥 먹는 일, 옷 입는 일, 몸 씻는 일, 대소변 가리는 일, 옮겨 앉는 일들과 같은 일상에서 살아가는 일들을 연습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삶이 앞만 보고 질주하는 자동차처럼 굴러가는 세상에 놓여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내가 그들에게 손톱 끝만큼의 희망이라도 보태줄 수 있을까 싶어진다.
사람들은 풍요로운 삶을 위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세상의 구조를 더욱 빠르고 복잡하게 만들어 나가고 있지만 이러한 것은 결국 사람 자신을 더 왜소하게 만들고 나가서 생태계 전체를 병들게 할 것이다. 우리의 삶이 쉬워지면 좋겠다. 우리와 함께 있는 좀더 약하고 힘없고 느린 사람들이 쉽게 다닐 수 있는 공간은 모두에게도 편한 세상이 될 것이다.
새해에 그 분은 인터넷으로 아들 돌사진을 담은 편지를 보내주셨다. 봄이 깊어 따뜻해지면 함께 가까운 공원으로 나가자 해야겠다.
글 김슬기(작업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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