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여성 성폭행 비율 일반인의 4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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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정신지체 여성 김 씨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정신지체여성에 대한 성폭력 사례가 잇달아 밝혀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 여성장애우 성폭력에 대해 무관심했던 시민의식의 변화에 따라 제보가 늘어난 때문으로 보여진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우인권센터(원장 조창영)에 의하면 지난 2월에서 5월 사이에 접수된 정신지체여성 성폭력 사건은 모두 4건이었다고 한다. 장애우인권센터는 지난 6월 20일 오전 10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강당에서 ‘성폭력에 짓밟히고 있는 정신지체 여성장애우 대책마련을 위한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접수된 4건의 정신지체인 여성 성폭력 실태를 고발해 사회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지금까지 정확한 통계는 없었지만 일반인에 비해 정신지체인 성폭행 비율이 4배에 달한다는 미국의 통계에 비추어 우리 사회에 정신지체여성에 대한 성폭행이 심각한 것으로 예상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인권센터가 밝힌 사례에 따르면 정신지체 여성들은 아무런 대책없이 성폭력 앞에 노출되어 있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정신지체인에 대한 성폭력은 상상 이상으로 사회에 만연된 현상임이 명백해졌다.
고발 꺼리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
인권센터에 그동안 고발된 성폭행 사례는 중 한 건은 서울 면목동, 세 건은 용인, 안산 등 경기도 일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가해자가 범법 사실을 회피하거나 잠적하는 등 사건 해결에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사건은 공통적으로 가정환경이 어려워 부모들이 제대로 돌보지 못한 정신지체여성들이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고, 가해자는 피해자의 가정을 잘 아는 동네 인물이었으며, 피해자가 정신연령이 낮다는 점을 노려 간단한 물건이나 현혹하는 말로 유인하여 맘놓고 유린했다. 그러나 피해자의 부모들조차도 이를 사전에 눈치채지 못했고 마을사람이라는 유대관계 때문에 증언이나 고소를 꺼려 가해자들은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한 채 오히려 협박까지 일삼고 있는 형편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정신지체여성들이 아무런 경계심과 대처 능력없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장애우인권센터측은 정신지체여성이 성폭력에 취약한 이유로 판단력이 부족해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낯선 사람을 쉽게 믿으며 호감을 쉽게 표현하고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과 적절한 행동과 착취적인 행동을 구별하는 성교육이나 예방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데 있어 어려운 요소로 가족을 비롯해 지역주민, 법조계와 수사관계자들의 의식도 지적되고 있다. 주민들의 경우 인간관계를 이유로 서로 증언을 회피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증언자의 남편들이 손을 떼지 않으면 이혼하겠다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여 증언자가 증언을 번복하는 사례마저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조인들은 정신지체 여성들이 증언을 번복한다는 이유로 증거불충분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많고 경찰의 경우 비친고죄임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게 부모동의서를 요구하는 등 일선관계자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피해자 부모, 가족들의 인식은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피해자 부모들이 정신지체 자녀에 대해 무기력하거나 무관심해 사건을 노출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장애우인권센터 조문순 팀장은 이에 대해 “법조인들이 근본적으로 정신지체인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수사단계에서 무성의한 경우가 많아 일선담당자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정신지체인의 경우 증언을 반복해도 증거불충분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설득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부모들의 태도가 중요한데 부모들이 태도를 바꿔 자기 자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적극적으로 고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장애우인권센터는 ‘우리의 입장’ 이라는 문건을 통해 정부에 대해 정신지체인 성폭력 대책을 촉구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저소득 정신지체여성 특별보호대책 ▲정신지체여성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피신 ▲위기상담 ▲후유증 치료를 위한 쉼터 마련을 촉구했다. 복지부와 교육부에 대해서는 ▲정신지체인의 성폭력 대처를 위한 성교육 등 적극적인 교육 대책 촉구 ▲정신지체인 결혼, 성, 육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실시 및 전담기관 설립을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정신지체인을 성폭행한 자에 대한 성폭력특별법 처벌 ▲정신·신체적으로 항거불능인 장애우에 대한 성폭력 가해자에게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강력한 처벌 등을 요구했다.
다음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접수된 정신지체여성 성폭력 사례의 내용이다.
[사례1] 면목동 거주 배 씨 (20세, 정신지체 2급)
99년 6, 7월부터 최근 4월까지 두 명의 동네 남자들로부터 수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배 씨는 지난 해 여름부터 동네 인근 공장에 다니는 남자(옆집에 살던 남자)에게 세 차례가 넘는 성폭행을 당했으며 어머니와 동네 사람 모두 잘 아는 또 다른 남자로부터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배 씨와 사건을 제보한 이웃 여성에 따르면 가해자 중 한 사람은 배 씨에게 2만원, 1천원 등으로 여관으로 유인해 성폭행을 한 것으로 밝혀졌고 가해사실이 밝혀진 후 재수가 없다면서 아이를 지우는 데 얼마 드냐고 물어봤다고 증언했다.
배 씨는 홀어머니와 함께 보증금 2백만 원에 26만 원 월세 지하방에서 살고 있으며 평소 어머니는 공공근로로 집에 없기 때문에 신경을 쓰기 어려운 상태여서 배 씨는 현재 그룹홈에서 보호받고 있다.
[사례2] 경기도 용인 강 씨(34세, 정신연령 5, 6세 수준)
99년 10월경 두 명의 노인에게 번갈아 성폭행을 당했다.
A노인(83세)이 자신의 집 마루에서 성폭행을 하고 있었고 H노인(67세)이 먼저 행위를 끝낸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고 마침 그 집에 들어가던 두 여성이 증언했다. 그러나 목격자인 두 여성은 마을 주민들 사이에 분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했는지 증언을 번복하고 있어 현재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강 씨는 어머니와 살고 있는데 어머니가 공장에 다녀 낮시간에 혼자 지내고 있는 실정이다. 어머니는 노인들과 한 동네에 거주하기 때문에 고발할 수 없다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머니가 아무런 대책 마련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강 씨는 마을을 혼자 돌아다니고 있어 성폭행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이다.
[사례 3] 경기도 안산시 박 씨(29세, 정신지체 3급)
가해자는 한 동네 이웃 주민으로 60∼64세로 추정되며 친하게 알고 지내던 이웃으로 박 씨 가족들조차 성폭행 사실을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다. 가해자는 박 씨의 남자친구(정신지체 1급)를 시켜 박 씨를 데리고 오게 해 남자 친구가 보는 앞에서 박 씨를 강제로 성폭행 한 후 박 씨에게 운동화를 사 주겠다고 달랬다.
다시 며칠 후 술에 취한 채 다시 닭튀김을 사주겠다고 두 사람을 불러낸 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 성폭행했다.
지난 4월 30일 박 양이 다니고 있던 복지관 담당교사가 개별지도 상담을 하는 중에 박 양의 진술로 성폭행 사실이 처음 드러났고 현장 확인을 통해 가해자가 박 양을 성적 노리개 삼아 지속적으로 농락한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 가해자를 성폭력특별법 위반으로 고발해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중이다.
[사례 4] 경기도 김 씨 (21세, 정신지체 3급)
99년 7월부터 올 3월까지 약 8개월 동안 직장 간부로부터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다. 김 씨는 지난해 3월 친지 소개로 한 공장에 취직했고 7월 공장 간부인 장모 씨가 김 씨를 강제로 자기 집 안방으로 유인해 성폭행을 가했다. 장 씨는 직장을 그만둔 올 3월까지 8개월 동안 지속해서 성폭행을 했고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김 씨를 성폭행하면서 “스무 살이 넘으면 성관계를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알리면 죽이겠다”는 등의 협박까지 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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