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시킬 걸 왜 해임했나? > 대학생 기자단


복직시킬 걸 왜 해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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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영상정보대학 시각장애우교수 해임으로 논란 빚어

“억울한 장애인 교수 이야기 들어보세요. 저는 공주영상정보대학에 근무하던 조교수 이광만(41세)입니다. 저는 시각장애인으로서 시력이 조금 나쁘지만 강의와 교재연구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동료교수 못지 않게 학생지도 활동 등 교수로서의 역할을 열심히 하였습니다. 그런데, 개강 3일 전 학장은 학교를 그만 두라는 통보를 하였습니다. 단순히 학교 재정상의 어려움과 시력이 나쁘다는 이유였습니다.”

지난 8월 말경부터 인터넷에 이같은 호소문이 떴다. 이 사건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우 인권센터에 접수되었고, 장애우인권센터측은 강문대 변호사의 협조를 얻어 법률적 구제를 모색했다. 이 교수가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명예퇴직원에 서명한 것은 명백하지만 교수임용은 대학의 재량권이고 현행법상 차별금지 조항이 없어 어려움이 예상되었다.

결국 장애인복지법상 차별금지 조항을 선언적 조항으로부터 더욱 구체화하기 위해 2000년부터 시행된 개정 장애인복지법 제 8조 ‘차별금지’를 근거로 소송을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갔다. 한편, 지난 10월 10일 이광만 교수(사이버오피스학과)와 이 교수를 옹호하는 학생들이 상경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자회견 바로 다음날 이 사건이 여론화되자 공주영상정보대학측은 이광만 교수에 대한 해임 결정을 거두어들이고 내년 3월 재발령 내리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그런데 애당초 부당한 조치였던 만큼 이 교수 해임철회 결정에 있어서도 대학측이 대외적으로 명백한 발표과정을 거쳤어야 했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여운을 남기고 있다. 한 장애우 교수의 억울한 해임에서부터 해임 철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해 보았다.

이광만 교수 해임 공주영상정보대학 발전계획과 무관치 않은 듯

공주영상정보대학측이, 더욱 정확히 말해 이 진 학장이 무리수를 두어가면서 이광만 교수를 강제 해임하려 했던 속내는 근래의 공주영상정보대학의 발전계획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공주영상정보대학은 지난 93년 웅진전문대학에서 출발해 21세기 정보화와 영상 산업 추세에 발맞추어 정보화 및 영상산업 특성화 대학을 겨냥한다는 목표 아래 98년 5월 대학 명칭을 공주영상정보대학으로 개칭했다. 이 대학은 올초 인터넷 방송국을 개국하고 각종 최첨단 기자재를 갖추는 등 영상방송 특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숙사, 도서관, 학생회관을 올해부터 하나씩 신축하고 있고 2005년까지 전국 2년제 대학 중 상위랭킹 30위, 2010년까지 상위랭킹 10위권 안에 진입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교수 재임용 탈락은 이 진 학장이 부임한 직후인 98년에도 거론되었는데 대학 명칭을 개칭하고 도약을 꾀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아마도 대학 발전 청사진 속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교수는 비효율적이고 학교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 듯하다.

이광만 교수는 93년 이 학교가 개교하면서부터 임용되어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당시는 시력이 악화되기 전이었으나 몇 년 전부터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하여 시력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올여름 이 교수는 나빠지는 시력에도 불구하고 2학기 강의를 위한 준비와 교재연구를 하면서 개강날짜만을 기다려왔다. 재임용 신청서와 연구실적보고서도 제출해 놓고 있었다. 그런데 개강 3일 전, 학장은 해임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했다.

해임 이유는 학교 재정상 어려움과 시력장애로 인해 학생들이 제대로 수업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학장의 말에 너무도 어이가 없었지만 이 교수는 자존심을 모두 팽개친 채 학장에게 학교에만 있게 해 달라고 통사정으로 애원했다. 그러나 학장은 냉정하게도 자의로 그만 두지 않으면 재임용에서 강자 탈락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교수는 단지 장애 때문에 쫓겨난다는 생각에 대학측에 맞서 투쟁하려는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교수와 학생들에게 누를 끼치기 싫어 명예퇴직 형식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고 부당한 처사에 대한 위로금조로 6개월 급여를 요청했다. 학장은 이면계약 형식으로 이를 약속했고 8월 23일 명예퇴직원을 제출했다. 그러나 학장은 이후 아무런 전갈도 없이 이마저도 이행하지 않았다.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표현보다 이 교수의 장애를 빌미로 인격 자체를 무시했다는 표현이 걸맞다. 당시 아내가 만삭이었고, 곧 이어 9월 14일 딸을 얻은 이 교수는 복잡한 심경 속에 아내와 딸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다시는 장애를 이유로 자신처럼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어야겠다는 심정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적극적으로 알리기로 했다.

인터넷에 억울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 교수는 시각장애우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로부터 격려 전화와 이메일을 받았다. 공주영상정보대학 홈페이지에도 이 교수 해임에 대해 항의하는 학생들의 글이 줄이어 올라왔지만 대학측은 올라오는 족족 게시물을 삭제했다.

대학측 여론의 힘에 밀려 마지못해 내년 3월 재발령 결정

한편 이 교수에 대한 부당 해고건을 접수한 장애우 인권센터측은 이진 학장과 담판을 시도했다. 학장은 이광만 교수가 3년 전 재임용에서도 탈락 위기에 있었지만 수술을 받는 등 노력을 하고 있어 탈락시키지 않았다며 150만 원(해외연수 명분으로 모든 교수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이 교수만 특별히 혜택을 받은 것은 아니다.)을 주어 중국 한방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하는 등 학교측에서 많은 배려를 하였다며 오히려 반박을 했다.

이에 더해 학생들이 이론뿐만아니라 실기와 실습에 대한 욕구가 큰데 이 교수는 실습을 병행할 수 없어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갔으며 학생들이 직접 문제제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장애우 인권센터는 이 교수 해임의 부당성에 대해 항의하고 복권시키지 않으면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학장은 해볼테면 해보라는 태도로 나왔다.

그렇다면 과연 학장의 주장대로 이 교수는 학생들에 대한 지도라던가 교수로서의 직분에서 결격사유가 있었던 것일까? 이 교수는 8년 재직 동안 시각장애우라서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거나 교수로서의 자질이 없다는 평판을 들을까봐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했다고 한다. 다른 동료들보다도 교재연구와 학생지도 활동을 열심히 했고 지난 8년간 학생들과 동료교수들로부터 시각장애로 인한 어떤 문제제기도 받아본 적이 없다.

막상 이 교수를 만나 본 결과 저시력 상태이긴 해도 앞에 마주앉은 사람을 알아보기에는 충분했다. 이 교수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사용하는 노트북의 글자는 시력검사기의 큰 글자 크기 정도였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교수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물증으로 충분했다. 설사 전맹이라 하더라도 시각장애를 빌미로 8년 동안 무리없이 학생들을 가르쳐온 교수를 강제로 퇴임시킨다는 것은 몰상식적인 처사임에 분명했다.

이광만 교수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이 교수의 제자들도 수업에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회장인 이재근 씨는 “교수님은 타교수님 못지 않게 수업을 진행하셨고 오히려 다른 분들보다 어려운 상황이라 더욱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이 교수님의 과목은 거의 이론이 대부분이어서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오히려 학생들은 동료교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교수의 해임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복직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기까지 했다.

이 교수 사건은 지난 10월 10일 이광만 교수와 이 교수를 옹호하는 학생들이 전격 상경하여 기자회견을 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여론화되기 시작한다. 일은 의외로 쉽게 끝났다. 주요 일간지에 이 교수 해임건이 보도되자 기자회견 다음날 이진 학장은 이광만 교수에게 만날 것을 제의하고 다시 수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이 교수 해임 철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진 학장이 보인 태도는 여운을 남긴다.

애당초 부당한 차별 조치였음으로 해임 철회 결정에 대해서도 대외적으로 명백히 밝힐 필요성이 있었음에도 이후 공식적인 입장표명 없었다. 결국 여러 차례 통화시도 끝에 학장의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학장은 “이미 해임 결정을 내렸고 되었고 퇴직금도 지급된 상황이라 당장 수업에 복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내년 3월 재발령 내리기로 결정했고 본인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 우리더러 보고까지 하라는 것인가? 학사 행정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같아 몹시 불쾌하다.”고 했다.

뒤이어 “이 교수를 두 차례 만났고 우리가 양보하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결국 학장은 자신의 해임결정에 대한 부당성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태도였다. 이광만 교수에 대한 부당해고 철회는 이제 여론의 위력이 장애우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한 일종의 승리라고 볼 수 있지만 그에 우선해 나이 고하 사회적 위치와 무관하게 근본적인 인간애를 상실해 가는 세퇴에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 교수 사건은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유사한 장애우 차별사건에 대한 또 하나의 기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가볍지 않다.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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