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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소리] 행복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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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하다>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중과 은하의 사랑얘기에 관심을 보인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난 조금 씁쓸해진다. 영화든 글이든 일단 발표되고 나면 그것이 스스로의 생명력을 가지고 세상에 나아가는 건 당연한 거지만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다. 처음 난 영화의 제목을 <내 친구>라고 지었었다. 센터의 회원들과 친구가 되고 싶은 내 마음을 담은 제목이었다. 그러나 난 제목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작년 10월, 관악장애인재활센터를 처음 찾았을 때 센터의 회원들은 날 무척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14인의 성인 정신지체장애우들이 모여 다른 사람들의 우편물을 대신 발송하거나 세차를 하며 살아가는 그 곳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게 당연해보였다. 정신지체장애우들을 처음 접해본 나로서는 센터의 회원들이 보통 ‘정상’이라고 분류하는 비장애우들보다 훨씬 나아 보였고, 그들이 왜 장애우로 분류되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지능이 낮거나 정신의 경계벽이 굳기 때문에 소통이 원할하지는 못했지만 소통의 문제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하고나 느끼는 문제이다. 그리하여 나는 의식적인 친밀감이나 동정이 아닌 자연스러운 친구가 되고 싶었고 그 과정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3월 한 달의 촬영기간을 거치며 난 좀 변했다. 그 전의 나는 그저 말없는 조력자일 뿐이었다. 대체적으로 엄한 센터의 선생님들 사이에서 난 카메라를 든 무섭지 않은 선생님이었고 그 덕분에 어떤 회원들과는 비밀을 공유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촬영 중반쯤 하나의 사건이 나를 변하게 만들었다. 자폐적 성향이 있는 상훈이라는 회원을 따라가던 날이었다.
상훈은 혼자서는 집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방향이 같은 다른 회원이 버스에서 내려주면 동생이 집으로 데려가는 식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항상 기다리던 동생이 없자 상훈은 거리를 헤매다 붕어빵을 얻어먹는다. 붕어빵을 얻는 데에는 내가 한 역할을 했는데 상훈이 붕어빵 집 앞에서 가만히 서있자 붕어빵 아줌마는 “왜 저런 거예요?”하고 물었다. 망설이던 나는 “빵 먹고 싶어서 그런가봐요”라고 대답을 했고 아줌마는 그런 우리에게 공짜로 붕어빵을 주셨다. 사이좋게 붕어빵을 나눠먹고서 돌아와 선생님께 얘기했더니 센터의 선생님은 “자폐는 한 번이 무서워요. 빵을 먹고 안 먹고를 떠나서 그 곳에 가면 빵을 받는 게 당연한 게 되어버리거든요”하며 걱정하셨다.
별 생각없이 한 내 행동 때문에 상훈이 붕어빵집 앞을 계속 서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난 곧 괴로워졌다. 영화를 만들면 떠날 나와 붕어빵 집 앞을 서성일 상훈. 그 일 이후 난 작은 일 하나라도 선생님들께 보고를 했고 선택의 상황이 오면 주저없이 발을 뺐다. 비장애우이면서 비전문가인 나의 생각없는 행동이 센터에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두려웠던 것이다. 급기야는 비밀이라는 한 회원의 행동까지 선생님께 ‘일러바쳐서’ 그를 혼나게 만들었다. 난 친구가 되지 못한 것이다. 한 달간의 촬영이 끝나고 난 내가 실패했다는 것을 알았다. 실패는 처음부터 예정되었던 것 같았다. 한 달의 시간동안 친구가 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행복하다>는 개인적인 의미로서는 그렇게 실패한 영화이다. 그러나 나는 그 영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 이유는 내가 아주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꼭꼭 숨어서 그 존재를 모르는 정신지체장애우들을 평범한 내가 만났고 그들과 나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는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글/ 류미례 (푸른영상,<나는 행복하다> 연출)

 

 

작성자류미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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