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모세포 이식 효과없어 유전자치료에 기대 > 대학생 기자단


근육모세포 이식 효과없어 유전자치료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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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1월 2일, 12월 3일 S병원과 올해 2월 Y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근육디스트로피(근이영양증) 장애의 치료법으로 알려진 근육모세포 이식수술이 시도되었다. 이 시술의 원조는 미국으로, 수술받은 환자의 70~80%가 호전됐다고 알려져 그 동안 신체의 퇴행을 아무런 대책없이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근육디스트로피 장애우 당사자들과 가족들을 들뜨게 했다.


근육모세포 이식은 효과가 없다? 
  그런데, 그 즈음(2월26일자) 대한매일신문에는 한창 들떠있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기사가 났다. "근육모세포 이식은 효과가 없다." 기자는 "난치병 완치 환자유혹 " 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효과가 불확실한 최신 치료법을 섣불리 시술하는 국내 의학계의 여러 사례를 소개하며 환자를 끌어들이려는 선정주의가 만연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기사에서는 근육모세포 이식 수술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서울 S병원에서는 최근 근디스트로피증(근이영양증)을 치료하는 근육모세포 이식수술을 동양 최초로 시행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수술은 오래 전 미국의 한 전문가가 개발했지만 효과가 없어 거의 쓰이지 않는 치료법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의 분위기가 워낙 고조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기사에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사실이었다. 근육모세포 이식수술은 이미 몇 년 전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국제 의학계에서 결론이 내려져 있는 상태였다.
  이와 같은 사실은 지난해 9월 1~4일 호주 아들레이드에서 열린 제 9회 국제신경근육질환학회에서 공식 확인되었다. 세계 13개국이 참석한 이 학회는(4년마다 개최, 94년 교토개최, 차기 대회는 캐나다 밴쿠버 예정) 제3회 세계근육디스트로피협회연합(WAMDA)대회를 겸해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 따르면 모세포 이식수술은 근육디스트로피 치료법으로 한때 대단히 유망시되던 치료법으로 실제로 몇 개국에서 임상실험이 활발히 행해졌지만 현재는 학계에서 그다지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
  근육디스트로피는 인체가 본래 당연히 지니고 있어야 할 단백질(디스트로핀) 결핍으로 근육의 약화가 지속된다. 따라서 정상의 근육모세를 근육속에 이식하면 스스로 증식해 비정상세포와 교체해 근육의 기능이 좋게 될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근육모세포 이식술이다. 그러나, 결론은 근육속에 넣어진 세포는 면역체의 거부반응으로 결국 배제되거나, 제대로 증식하지 않아 당초 기대한 효과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일시적인 호전 효과는 있을지언정 결국 세포와 융합이 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치료와는 거리가 먼 것임은 물론 곧바로 이전의 상태로 희귀해 버린다는 것이다.
  결국 국내 병원의 시도는 이미 폐기처분된 치료법에 매달려 미국의 일개 연구단체의 임상실험기관으로 이용당한 셈이다. 더군다나 손모 군의 근육모세포 이식을 주도했던 Y병원의 M박사(재활의학과)는 연세대 근육병재활연구소와 함께 9월30일 근육세포은행을 설립해 아예 근육모세포 이식수술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등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어 우려가 된다. 게다가 대학생인 J씨가 근육세포 첫 기증자로서 이미 수술을 받았고 4백여명의 기증의사를 밝힌 상태라고 한다.

 


근육모세포 이식이 가져온 혼란, 이제 잠재울 때

  그러나 엄연히 세계근육디스트로피협회연합이 공식으로 인정한 사실인만큼 이러한 사실들을 묵인하고 넘어가기에는 이 시건이 가져온 파문은 너무도 엄청나다. 근육디스트로피 장애우와 가족들의 기대는 그간의 고통의 무게만큼이나 강렬하게 작용하고 있다. 2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수술비용에도 불구하고 일부 부모들은 공식적인 통로를 거치지도 않은 채 직접 미국으로 달려가 수소문을 했고 모든 운명을 이 치료법에 걸고 온 재산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왔다는 어떤 가정의 안타까운 얘기도 들려온다.
  한편 근육디스트로피 장애우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이 언론매체를 통해 속속 소개되면서 근육모세포 이식을 받게 하자는 취지의 모금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울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우의 치료비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고, 생후 20여 개월인 Y양의 부모는 중앙일간지에 호소편지를 썼는데 순식간에 7천여만 원의 성금의 답지해 조만간 미국에서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경기도 D시에서는 L군을 위해 시민차원에서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도 여러 곳에서 모금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근육모세포 이식이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됐을 때 수 많은 이들의 허탈감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걱정이다.
  결국 이 모든 혼란은 국내 의학계의 정보 부재에서 초래한 것이다. 선진국 의학기술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국내 의학계가 근육디스트로피 관련 국세정보에 이다지도 깜깜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근육모세포 이식을 담당했던 병원들이 나서서 사실을 그대로 밝혀 더 이상의 혼란을 막아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번 일을 근육디스트로피 연구에 있어서 새로운 전환점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의학계 근육디스트로피에 대한 연구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의사들이 근육디스트로피로 판정받은 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조언이라고는 " 20세 전후에 사망한다. 치료법은 없다. 남은 여생 마음이나 편히 보내라 " 는 몇 마디 뿐이다. 가뜩이나 예사롭지 않은 병에 자포자기하는 듯한 의사들의 반응의 당사자가 가족들을 더욱 낙담하게 한다.


 

근육디스트로피 자포자기해야 할 병인가

  국내 의사들의 태도처럼 근육디스트로피가 별수 없이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하는 병은 아니다. 치료법은 없지만 여러 가지 요법으로 사망을 얼마든지 늦출 수 있다. 현재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근육디스트로피 장애우의 주 사망원인은 호흡부전, 심부전으로 밝혀져 있다. 호흡관리, 심부전 관리만으로도 수명을 10년 이상 연장할 수 있다.
  선진국들은 1970년대 말부터 훨체어에 부착해서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인공호흡기를 이용한 호흡훈련요법을 도입해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호흡곤란이 시작되는 시기에 인공호흡기 사용여부에 따라 몇 달 내에 사망하느냐 10년 이상 연장하느냐가 판가름이 난다.
 일본의 경우 1980년 인공호흡기 요법을 도입했고 인공호흡기를 달고 거리로 나가자는 운동이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현재 2천여명이 인공호흡기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정부에서 예산을 책정해 휴대용 인공호흡기를 무료로 대여해 주고 있다. 이미 63년부터 일본 정부는 근육디스트로피 정책을 수립해 현재 방대한 연구성과를 구축하고 있다. 호흡부전, 심부전관리 요령을 비롯,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세세한 건강관리 요법에 대한 정보들이 병원을 통해 환자 당사자의 가족, 자원활동자들에게 수시로 전달되고 있다. 이 덕에 일본의 근육디스트로피 장애우들의 수명은 20세 전후에서 30세 전후로 대폭 연장되었다.
자신의 병에 아무런 정보도 갖지 못하고 적절한 건강관리 한번 받아보지도 못한 채 짧은 생애를 보내고 있는 국내 근육디스트로피 장애우를 생각할 때 이제라도 이들을 위한 적절한 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마침 근육디스트로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여러 곳에서 자발적인 모금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고모적이다. 비록 근육모세포이식 비용 미련이 목적이었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휴대용 인공호흡기 달아주기 운동 같은 것으로 지속되는 것도 바람직스러울 것이다.
  근육디스트로피 장애우의 수명이 10년 연장된다는 것은 치료될 기회가 늘어난다는 의미이다. 현재 듀센형을 비롯한 근육디스트로피계 각종 유형에 대한 유전자 분석이 완벽하게 해명되었기 때문에 치료법 개발은 시간 문제다. 게다가 지난 9월2일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근육병 장애우에게 인류 최초의 유전자치료가 시도 되어 기대를 갖게 한다. 또한 골수이식으로 근육디스트로피를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어떠한 결론도 내릴 수 없는 단계이다. 성급한 판단으로 근육모세포 이식수술의 경우 같은 우를 범해서는 곤란하다. 근육디스트로피 당사자들이나 의료계의 좀 더 신중한 태도가 절실히 요구된다.

 


각국 근육디스트로피협회의 국제 공조체제 활발

  그 동안 국내 근육디스트로피 관련단체들이 국제 교류에 무관심했던 반면 외국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근육디스트로피 협회간의 국제적인 정보 교류가 시작되었다. 앞서 소개했던 제 3회 세계 근육디스트로피협회연합 대회에 참석한 나라는 호주, 일본, 뉴질랜드, 영국, 네달란드,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덴마크, 파우아뉴기니, 슬로바키아, 인도, 터키 등 13개국에 달한다. 그 중에는 우리나라 열악한 나라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제 우리 나라도 국제 교류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참여를 해야 할 것이다.
  (※ 지금까지 근육디스트로피에 대한 언급은 주로 듀센형에 대한 것이다. 듀센형은 가장 비율이 많고 20세 이상 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유형은 진행은 하지만 사망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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