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소리] 나의 ‘작은’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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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부터 6월 4일까지 일주일동안 경희 의료원에서 <장애우를 위한 의복전시회>를 가졌다. 81년, 미국에서 장애우를 위한 의복에 관한 논문을 쓴 지 18년 만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이제는 우리 나라에서도 패션쇼나 의복전시회가 사람들에게 전혀 낯선 것은 아니지만, 장애우를 위한 의복전시회는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은 전시회에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관람했고, 큰 관심을 갖고 여러 가지를 물어 오셨다. 그 중에는 장애우 의복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 보신 분도 계셨고, 장애우 의복은 어떻게 다른지를 묻기도 하셨다. 그리고 어떤 계기로 이 분야에 말을 들여 놓게 되었냐고 많이들 물으셨다. 그렇다. 내가 장애우 의복에 대해 공부하게 된 것은 나의 작은 친구들 때문이었다.
유학시절에 나에게는 두 명의 작은 친구가 있었다. 이들이 나의 다른 친구들과 크게 다른 점은 첫째로 키가 몹시 작았고, 신체에 비해 얼굴이 매우 컸으며, 짧은 팔다리로 인해 계단이나 차에 오르거나 의자에 앉기가 남들보다 훨씬 힘들었다. 또한 옷을 입고 벗기가 남들보다 어려웠는데, 특히 뒤쪽에 여밈이 잇는 옷은 혼자서 도저히 입을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늘 웃음을 잃지 않았고, 패션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하는 여성들이었다.
첫 번째 친구 티나는 대학원 강의실에서 처음 만났다. 까다롭기로 이름난 B교수의 의상심리 강의실을 기대반 두려움반으로 들어서는 순간 맨처음 눈에 뜨이는 학생이 하나 있었다. 왜소증 장애우였다. 그런데 나의 관심은 더욱 끈 것은 그녀의 너무나 밝은 표정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왜소증 장애우란 나에게는 서커스에서만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작은 체구와 우스꽝스런 몸짓으로 관객들 앞에서 재주를 부리다가는 뒤로 돌아서서는 피카소 그림속의 어릿광대처럼 항상 슬픈 표정의 불쌍한 사람들이었고, 어릴 때는 때때로 무섭기까지도 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나에게 티나와의 만남은 왜소증 장애우에 대한, 나아가서는 장애우에 대한 나의 편견을 없애준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누구보다 공부를 열심히 했으며, 토론에도 적극적이었고, 무엇보다도 재치있는 농담으로 가끔 교실을 웃음바다로 만들곤 했다. 티나를 잘 알게 될 수록 나는 우리 나라의 장애우들도 이 친구처럼 밝고 활발하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개인의 성격도 있겠지만, 사회나 주위 사람들의 태도와 배려가 티나의 밝은 생활태도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음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전공인 의상학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장애우 복식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 또 다른 작은 친구, 레즐리를 알게 되었다. 그 당시 16살의 여학생으로 내 논문 디자인의 착의시험 모델이 되어주었다. 레즐리는 네 자매 중 둘째였는데, 레즐리의 부모나 자매들은 다 일반적인 체형이었다. 티나를 통해 밝은 표정의 장애우에 좀 익숙해 있었건만, 활발하고 적극적인 여고생 레즐리에게서 또 한 번의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레즐리의 태도 뿐 아니라 왜소증 장애우를 둔 부모나 자매들이 레즐리를 대하는 태도 또한 나에게는 놀라운 것이었다. 식구들의 얼굴에도 어둡거나 동정의 및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나의 논문주제는 일반일과는 다른 신체 비례를 가진 왜소증 장애우에게 어떻게 하면 일반인과 같은 신체 비례에 가깝게 보이도록 옷을 디자인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일반 사람에게 있어서 아름다운 의상과 몸단장이 착용장의 자신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살운 의상심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아름답고 편안한 의복은 장애우들에게는 더욱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아름답고 편안한 의복은 장애우들이 직업생활이나 사회활동시, 타인으로부터 연민의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본연의 인격체로 인정받는데 도움을 주며, 또한 그들이 타인 앞에서 긍정적인 자기이미지를 강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번 전시회에서 보여주신 모든 분들의 관심이 실질적인 도움으로 연결되어 장애우 여러분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글/ 김성경 (장애우복식개발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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