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힘 "다큐멘터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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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퓰리처상 대전시회에는 수십만의 관람객이 찾아 성시를 이뤘다. 주최측에서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고 한다. 국내관광객들도 어느덧 다큐멘터리 사진의 진가를 알기 시작했다는 신호이다. 퓰리처 사진 전시회에서 문즉 눈에 띄는 사진이 있었다. "회상의 순간, 전쟁의 희생자." 사진기자였던 로빈후드의 77년 퓰리처 대상작품이었다.
장애우 다큐멘터리 사진의 영향력
1976년 3군 통합기념일, 테네시주 체터누가에서는 군인들의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때 초대자의 좌석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베트남 전쟁으로 양다리를 잃은 에디 로빈슨이 우비를 입고 휠체어를 탄 채 아이를 꼭 안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작은 성조기를 흔드는 것을 쳐다보고 있었다. 월남 전 참전 사진기자 로빈 후드는 이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그야말로 아이들의 장유를 위하여 최고의 희생을 치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고 후드는 말하고 있다.
비를 맞으며 아기를 안고 비감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이장병, 사진에 문외한이라도 이 사진 한 장이 전달하는 의미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이 사진이 촬영되고 얼마 후인 1979년 귀환병의 정신적 육체적 장애의 보상을 요구하는 전미 베트남 전쟁 퇴역군인 모임이 창립된다.
1995년 퓰리처 상에서 뉴욕의 뉴스데이지는 1994년 6월 26일부터 7월 3일까지 경찰의 장애우연금 남용에 관해 연이어 폭로해 특종 보도상을 받았다.
경찰들은 범죄와의 전쟁에서 총격을 받거나 자동차 추격전을 벌이다 부상을 입기도 하고 심지어는 장애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장애연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롱아일랜드의 경찰은 해도 해도 너무했다. 관내 경찰 3분의 1 이상이 장애판정을 받아 다른 주에 비해 비상식적으로 많다. 이들 때문에 주 재정이 물 새듯 낭비되고 있다.
예를 들면 바하마주의 내소 경찰서 경찰이었던 레이몬드 뉴볼드는 공무수행 중 넘어져서 부상을 당했다. 주연금 제도는 그에게 장애를 판정했고 그는 장애우 연금을 받고 퇴직했다.
그런데 현재 그는 존스비치에서 구조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곳 감독관의 말을 빌자면 "레이몬드는 뻔뻔스럽게도 대단히 잘 달리고 점프도 잘 하고 수영도 잘한다. 그는 세금 없이 매년 4만9천 달러의 연금을 받고 있다." 뉴스데이지는 이런 관행을 두들겨 장애우연금에 대한 각성을 촉구했다.
미국의 남부지역 사진작가를 대상으로 열리는 사진콘테스트 SSC(The Southern short Course In News Photography)의 1997년 올해의 남부 사진작가(Southern Photographer Of The Year)로 팜비치 포스트지의 칭 류가 선정됐다. 그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여러 사진 파일 중 11장의 사진으로 구성된"나눔의 계절(Season to Share)" 은 빈곤한 장애우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는 이 작품들에 대해 "우리 공동체사회에서 빈곤한 사람들의 초상화, 이들의 눈을 보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들은 우리의 이웃이다. 그들은 빈곤과 질병에 항거해 발버둥치고 있다. 그들은 좋은 삶을 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고 설명하고 있다.
국내 장애우 다큐멘터리 사진의 변천
국내에서는 90년대에 들어와 장애우의 현실을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다루는 작업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전에는 장애우들의 측근이나 장애우 스스로가 노출하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에 장애우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다른 매체에 소개하는 것이 금기시됐다. 자칫 잘못 하룰 경우 편견을 더욱 부채질하거나 선정주의라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어서 전시회를 통해 공개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장애우의 모습이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88 서울 장애우올림픽을 그 계기로 볼 수 있다. 사력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세계 장애우 선수들의 당당한 모습이 화보로 소개되었고 이는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후 장애우 언론 매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일 반 언론매체에 장애관련 기사가 부쩍 늘면서 장애우의 모습이 보도사진으로 소개되는 것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90년대 중반부터는 장애우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사진작업에 몰두하는 사진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정율 씨가 가장 대표적인 사진작가였다. 그는 대학시절 장애우 자원활동 동아리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월간 "함께걸음"사진기자로 활동하며 장애우 다큐멘타리 사진 작업에 몰두했다. 1993년 "이 땅의 장애우"를 시작으로 1994년 가을 "바다가 보고 싶은 사람들" 전시회, 1996년 4월 1년간 전국의 장애우 생활시설과 재가 장애우를 구석구석 찾아 찍은 80여 점의 작품을 모아 "사람이 그리운 사람들" 전시회를 열었고 이어 97년에는 이정률 씨와 장애인복지신문 사진기자 김명숙 씨가 함께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라는 주제로 장애우편의시설의 문제를 고발한 사진을 전시했다. 이정율 씨는 그 동안 전시했던 사진을 모아 사진집을 펴내기도 했다.
김원형 씨는 근육디스트로피 장애우를 주요 소재로 사진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SBS와 1년간 공동작업으로 근육디스트로피 장애우를 사진에 담아 97년 장애우의 날에 즈음해 전시회를 열었다. "근육디스트로피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아서 사진을 통해서 사회에 인식시키려고 했다. 모든 사람이 장애우의 쇼킹한 모습만 잠시 찍다가 다른 사진으로 전향하지만 나는 소외된 장애우들을 앞으로 계속 담으려고 한다." 그는 사람사랑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원형 씨는 93년 말 "장애우를 위하여"라는 그룹전을 개최한 경험도 갖고 있다.
올해 장애우의 날을 즈음해 울산경실련 빛사랑사진동우회는 울산에서 "모두가 우리 아이"라는 주제의 사진전을 개최했다.(19-26일) 주인공은 모두 정신지체 장애아 생활시설인 울산 태연재활원 원생들로서 이들의 얼굴 사진 160점을 전시했다. 사진동우회 회원 14명은 "사진작업을 통한 자원봉사"를 모토로 지난해 5월부터 1년 가까이 주말마다 재활원을 찾아 이들과 함께 생활했다. 장애아들에 대한 일반의 부정적인 시각과 편견을 조금이나마 덜자는 취지로 사진전을 기획했고 1백23점을 뽑아 기념사진집도 펴냈다.
97년 조선일보 사진기자 조인원 씨는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모임 협조로 장애우편의시설 문제를 고발했다. 그는 "장애우도 거리를 활보할 권리가 있다"라는 주제로 출품해 한국언론학회가 제정하는 "제2회 올해의 저널리즘 포토상"을 수상했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아니지만 지난 97년 동아일보 주최 제32회 동아국제사진살롱에서 사진작가 오남수 씨는 "장애우의 눈물"이라는 독특한 사진으로 컬러부문 은상을 차지했다.
다큐멘터리 사진 사이버 세상 속으로
최근에는 다큐멘터리 작가 그룹의 결성이 활발하다. 특히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들의 활동영역은 사이버공간으로 넓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96년 12월 소록도 사진전으로 유명한 성남후 씨를 비롯한 다큐멘터리 사진가 8명이 모여 만든 다큐네트포토스(http://docunet.org/)이다. 다큐네트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포토에세이 형식으로 사이버 공간에 전시하고 있는 웹진(인터넷 잡지)형식의 인터넷 홈사이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다큐네트는 97년 이후로는 별다른 활동이 없다.
다큐네트는 외국인 노동자, 혼혈인, 재소자, 농촌문제, 제3세계 문제, 소록도 주민, 암병동 어린이, 뇌성마비 장애우 등 소외 계층의 삶과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보스니아 내전으로 두 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은 케난의 홀로서기를 담은 피에트 덴 브란켄의 다큐멘터리 사진도 눈길을 끈다. 사진 저널리스트 피에트 덴 브란켄은 95년경부터 보스니아 제니카 병원의 집중 치료 병동에 드나들면서 당시 14세 소년 케난 말킥을 만나 사진으로 담았다. 브란켄이 그의 암실에서 잃어버린 유년과 잃어버린 미래의 이미지가 나타날 때 결국 눈물을 참을 수 없었기에 이 사진들은 "The hard boys cry for Bosnie"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어 세계인에 커다란 반항을 일으켰다.
사람사랑(http://www.saram.com/)도 다큐네트처럼 포토에세이 성격의 홈페이지로 최근 활동이 활발하다. 이 사진그룹은 여타 사진전문 사이트와는 달리 한국 사회복지의 증진과 포토스토리와 포토에세이를 통한 사회복지 운동을 표방하고 있다. 사람사랑이 다루는 소재도 주로 장애우, 노인, 행려인, 극빈자 등 소외계층이다. 사람사랑은 그 동안 장애우 올림픽3관왕 정금종 씨, 구족화가 이현정 씨(근육디스트로피), 꽃동네 천사의 집 야고보 수녀님, 라파엘의 집의 맹중복장애아, 물리치료사 성치도 씨의 양지의 집 등 장애우의 삶을 줄곧 담아왔다.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장애우의 삶을 사진으로 영상으로 접하는 일이 그리 낯설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 한편으로 장애우단체들이 늘어나면서 장애우를 사진, 영상에 담아 단체나 정책을 홍보하거나 사진을 통한 운동, 인권, 편의시설, 소외계층의 문제를 고발하는 등 사진매체가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영상물들의 홍수 속에서 장애우의 문제의 본질이 제대로 다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좀더 심각한 고민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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