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혁명 시대, 희망인가? 위기인가? > 대학생 기자단


생명공학혁명 시대, 희망인가? 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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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를 앞두고 지난 세기를 되돌아보고 새천년을 전망하는 직업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인류에게 미래는 희망이기도 하지만 두려움의 존재이기도 하다. 두려움이란 어쩔 수 없는 유한성의 생물학적인 존재로서 부딪쳐야만 하는 숙명에 대한 것이었다. 수많은 사람을 무참히 쓰러뜨리는 질병과 기아는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한 최고의 화두였고 숙명이었다.


  21세기의 최대 관심사도 여전히 생물학적인 문제로 집약된다. 많은 이들이 21세기에는 질병과 신체장애와 기아 문제의 극복 등 생물학적인 문제의 상당 부분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를 유전자공학시대라고 부를 만큼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성과가 어느 때 보다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 그 가능성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최근 세계과학전문지에서 발표되는 연구 논문의 50% 이상이 생물학 분야이고, 연구논문 색인인용(SCI)의 상위 25위권 안의 분야도 모두 생물학이다. 또한 미국은 연구비의 60∼80%를 생물학과 의학쪽에 쏟아붓고 있다고 한다.


  생명공학은 오랜 동안 단순한 교배기술이나 백신개발 정도에 머물러 왔다. 생명공학이 결정적인 혁신을 맞게 된 것은 1953년 왓슨과 클릭이 DNA의 2중 나선구조를 밝혀낸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생명의 비밀로부터 70년대에 이르러 서로 다른 생명체를 재결합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탄생했다.


  더 나아가 83년 사람의 성장 호르몬 유전자를 넣은 슈퍼마우스가 탄생해 생명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음을 증명한 이래 90년대에 들어서는 마침내 동물복제에 성공을 거두었다. 영국의 양 복제를 필두로 몇 년 새에 일본, 뉴질랜드, 그리고 미국 등지에서 잇달아 동물복제에 성공했고 국내에서도 세계 다섯 번째로 젓소 "영롱이"를 복제해 내기에 이르렀다.


  한편으로는 지난 1990년부터 국제적인 공조로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의해 유전자지도가 완성도면 인체 발생, 노화, 사망 등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게 되고 난치성 유전병등 대부분의 질병이 머잖아 정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래 이 계획은 2005년을 목표로 했으나 그 기간이 2002년 정도로 단축돼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프로젝트로 이미 6천여개의 질병유전자가 발견되었고 그중 5백개는 지도작성이 끝났고 4백50개 질병에 대해서는 유전자검사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의 예측에 위하면 "가타카"라는 영화처럼 20∼30년안에 개인의 유전적 질병위험을 미리 예측해 유전자를 바꿔넣어 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2020년경쯤이면 인체 장기의 95%를 시험관에서 성장시킨 기관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실험실에서 배양해 만든 방광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의 승인이 미국에서 내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유전자 공학 기술의 발달이 인류에게 희망만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21세기는 녹색혁명, 산업혁명에 이은 생명공학혁명의 세기이기도 하지만 질병과 환경오염의 강력한 도전으로 인류 생명에 있어 최대의 위기를 맞을 세기로 예견된다. 벌서부터 여러 가지 경고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 위협은 다이옥신을 비롯한 환경호르몬의 위협이다. 환경파괴의 영향으로 여러 오염물질들이 생명에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우려는 오래 전부터 예견돼온 것이지만 최근의 다이옥신 파동으로 현실 문제로 다가섰다. 대부분의 먹거리에는 이 다이옥신이라는 게 포함되어 있고 이는 인간의 몸에 축적돼 후세로 이어져 기형 장애를 부른다는 것이다.


  기형장애아의 문제는 국내에서도 이미 심각한 문제이다. 최근 국내에서 첫 사례가 보고된 염색체 기형인 울프증후군을 비롯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내에서 발견되는 선천성 기형은 각종 선천성 얼굴기형, 뇌성마비, 다지증, 근육뒤틀림, 탈골 등 1천여종에 달하고 있고, 그 수가 매년 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국가적인 대책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두 번째, 슈퍼박테리아의 출연이다. 백신 기술이 인류를 질병의 재앙으로부터 구했으나 항생제의 남용으로 더욱 강력한 세균을 부르고 있다. 1921년 페니실린이 개발 되었지만 50년대 그에 내성을 갖는 세균이 등장했고 다시 1960년대에 메티실린의 개발로 이어졌으나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현재는 1980년대 초에 반코마이신이라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항생제를 만들어 냈지만 이마저도 96년 슈퍼박테리아에 위해 무너지고 말았다. 이 슈퍼박테리아는 황색포도구상구균으로 몸에 상처가 났을 때 화농을 일으키는 흔하디 흔한 감염균이었지만 이제는 인류를 무방비 지경으로 몰아넣는 괴물로 커버리고 만 것이다.


  특히 우리 나라는 세계최고의 위험국가로 분류되어 있다. 선진국의 페니실린에 대한 내성률이 10%내외에 불과한 반면 우리나라는 70%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메테실린에 대한 내성률도 이에 버금간다. 이로 미루어 슈퍼박테리아의 최대 피해국이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직은 검증되어 있지 않지만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로 돌변할지도 모르는 유전자조작 동식물의 문제이다. 유전자조작 동식물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동물 등 전혀 다른 생물 종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동식물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으로 탄생한 생명체가 유전자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전혀 검증되지 않은 채 널리 유통되고 있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예를 들어 제초제나 해충ㆍ질병 등에 강하도록 이식한 유전자가 꽃가루를 통해 다른 생물에 퍼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어떤 제초제나 살충제로도 막을 수 없는 수퍼 잡초와 수퍼 해충, 수퍼 바이러스 따위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일부분 증명이 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영국 로웨트 연구소는 병충해에 견딜 수 있도록 유전자를 변형시킨 감자를 실험용 쥐에게 1백10일간 먹였는데 놀랍게도 쥐의 면역체계가 파괴되는 부작용이 일어났다. 이 실험 결과가 알려지자 미국으로부터 유전자조작 콩과 옥수수를 상당량 수입하던 영국은 공포 분위기로 들끓기 시작했다. 또한 얼마 전 유전자 조작 옥수수의 꽃가루 묻은 잎을 먹은 나비 애벌레중 44%가 죽었다는 보고가 미국에서 나왔다. 이 옥수수는 해충을 죽이는 Bt(토양박테리아)라는 독소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25%가 이 Bt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좋건 싫건 유전자변형 농산물은 이미 우리나라에도 깊숙히 들어와 있다. 지난 해 우리 나라가 수입한 유전자변형 농산물은 감자, 콩, 옥수수 등 10여종 1백50만톤에 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올 2월 10일 유전자를 변형(조작)시킨 벼, 고추, 배추, 들깨 등의 농산물이 개발됐다. 농림부는 우선 벼와 고추를 올해 전국 주요 표본지역에서 현장재배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명되면 2000∼2001년 중 이들 품종의 씨앗을 농가에 보급할 계획으로 있으나 이 농작물들 중 배추가 Bt를 포함하고 있어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윤리의 문제나 위험성 등 여러 논란에도 뷸구하고 유전자공학을 둘러싼 국제경쟁은 이미 달아오르고 있다. 유전공학분야를 선도해나가는 주역은 각국 정부가 아니라 다국적기업이다. 이들 다국적기업은 유전자조작 동식물 개발이 21세기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선진국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검증할 시스템을 어느 정도 구축하고 있으나 제 3세계 국가는 전혀 무방비 상태라는 사실이다.


  8억의 세계인구가 만성적인 영양실조의 상태에 놓여있는 것은 대부분의 식량을 선진국이 점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49개 개발도상국가의 인구가 25년 후면 두 배로 늘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제대로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고기나 곡식을 후진국들이 필요악으로 무분별하게 선택하는 사태가 빚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또 다시 창궐하고 있는 감염질환의 문제도 궁극적으로 제3세계의 문제이다. 선진국의 경우 감염에 의한 사망률은 1%에 불과하지만 후진국과 개도국은 40%가 넘어서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국가의 안위를 좌우할 정도이다.


  결국 미래의 국가경쟁력은 질병과 먹거리 문제에 대한 극복여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나라는 위에서 거론한 어느 부분에서도 안전망이 갖춰져있지 않은 실정이다. 생명공학혁명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유전자공학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과 이에 따르는 안전망구축, 그리고 윤리의 문제라는 제요소들 사이에서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것이다.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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