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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저를 보신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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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아이를 위해 차(티코)를 구입했습니다. 제 아이와 함께 이동하는 것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었습니다. 차를 구입하기 전에 제가 아이와 함께 다니면서 겪은 일을 한가지 기억해 보겠습니다.
  차를 타는 것도 힘들지만 차를 타러가는 것부터가 너무 힘듭니다.
  걷지 못하는 아이를 유모차에 올려 놓는 것은 어쩔수 없는 사정이라고 하겠습니다. 우선 집 문을 나서면 차도가 있는 곳까지 약 5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그러면 시내방향은 바로 차를 타지만 부모님댁이나 교회, 백화점 등에 가려면 육교를 건너야 합니다.
  20㎏의 아이와 15㎏ 정도 되는 유모차를 함께 들면 대략 35㎏입니다. 이것을 들고 육교를 올라가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남들에게 부탁하는 일도 못지 않게 힘듭니다. 육교를 오르기 위해 준비하느라고 잠깐 멈춰선 우리를 바쁘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유모차를 같이 들어달라고 도움을 청하는 것을 정말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멀리 횡단보도가 있는 곳으로 돌아갑니다. 횡단보도와 도로의 턱은 일반 "정상" 인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바퀴가 작은 유모차나 휠체어에게는 정말 지나갈 때마다 짜증나는 걸림돌입니다.
  그래서 버스 정류장에 가까스로 다다르면 막막합니다. 도저히 그 좁은 버스 출입구로 아이의 유모차를 들고 올라갈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사람이 많은 버스에 아이와 함께 오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20kg짜리 아이를 유모차에서 내려 오른쪽 팔에 안은 채로 왼손으로 유모차를 접습니다. 이쯤되면 어떤 성급한 사람은 저를 밀치듯 스치고 버스 위로 올라탑니다.
  저를 도와주는 사람을 만나면 참 다행이죠. 그리고 그때까지 참고 기다리지 못하고 그냥 떠나는 얄미운 버스 운전사도 있습니다.
  가까스로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오른손에는 아이를 왼손에는 유모차를 그리고 어깨에는 기저귀, 비상용 옷, 휴지, 아이의 약 등이 들어 있는 아기가방을 둘러매고 있는 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차는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순간 거의 필사적으로 그리고 반사적으로 넘어지지 않으려고 양다리를 넓게 벌려 무게 중심을 낮추고, 유모차를 잡고 있는 왼손을 허공에 내젓습니다. 한손으로만 유모차를 펴기 위한 동작이죠.
  유모차가 펴지자마자 아이를 그 위에 올려 놓으면서, 버스 손잡이를 움켜쥡니다. 이쯤 되면 스타일도, 체면도, 자존심도 없습니다.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버스 안에서 양손에 아이와 유모차를 들고 어깨에 아기가방을 둘러맨 남자가 양다리를 벌린채로 넘어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뒤뚱거리는 모습을 말입니다. 아이에게 유모차 안전벨트를 메고 나면 이제 버스비를 내야할 차례입니다. 이 절차 역시 뒤뚱거리며 치러야 합니다. 왼손으로는 유모차를 잡고 오른손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립니다. 버스비를 치르고 뒤돌아 자리를 찾으려고 하면 그때까지 뒤뚱거리는 우스꽝스런 광경을 실컷 즐기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차 창밖을 바라보거나 잠을 자기 시작합니다. 마치 우리를 못봤다는 듯이 말입니다.
  버스가 한 번씩 커브길을 돌 때마다 유모차가 따라 구르는 것을 막기 위해 또 다리를 벌려 유모차가 기우는 방향을 막고 오른손으로는 차 손잡이를 잡고 왼손으로는 유모차 손잡이를 잡고 부들부들 떨리게 힘을 줘야 합니다. 아이와 유모차의 체중, 그리고 회전하는 버스의 원심력을 견뎌내는 저는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기특할 정도로 슈퍼맨입니다.
  버스 운전사들은 왜 그리 커브길도 급하게 힘주어 도는지... 누가 그러면 터프 가이라고 칭찬합니까? 자기가 운전하는 차에 누가 올라탔는지 뻔히 알면서도 말입니다. 그리고 가끔 가다(아니 종종) 브레이크를 ‘콱’ 하고 밟을 때면 정말 입에서 욕이 목구멍 밖까지 나왔다가 들어갑니다. 정차했다 떠날 때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차 안에서는 아이와 저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은 자칫하면 순진하다고 착각할 정도로 노골적입니다.
  차에서 내릴 때는 차를 탈 때와 같은 일을 또 다시 해야 합니다. 물론 다행히 누가 자리를 양보해 주거나 해서 자리에 않아 갈 때는 조금 수월합니다. 아이를 의자에 앉힌 상태에서 아이가 굴러 떨어지지 말라고 나의 엉덩이로 아이를 버스 벽 쪽으로 밀고 있는 상태에서 유모차를 접습니다.
  그리고 차가 완전히 설 때까지 의자에 아이와 함께 앉아 있습니다.
  차가 완전히 서면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로 나옵니다. 그런데 운전사는 뭐가 그리 급한지 미처 내리기도 전에 차를 움직입니다. 그러면 그 아이를 들고 있는 저는 정말 머리끝이 쭈뼛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한쪽 발은 땅에 그리고 나머지 한쪽 발은 버스에 있는 상태에서 미동이나마 버스가 움직이면 아이를 들고 있는 저는 어쩌란 말입니까? 가까스로 버스에서 내리면 버스는 미안해서 그러는 지 불이 나게 줄행랑을 칩니다.
  이렇게 한번 버스를 타고 나면 빚을 내서라고 차를 한 대 구입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아져 결국 한 대 구입한 겁니다.
  그런데 왜 애 엄마 얘기를 안하는지 궁금하신 분도 있겠죠? 제 아내는 멀미가 심해서 버스, 좌석버스, 택시 등을 이용하지 못하죠. 그러니 아이와 함께 버스를 타는 일은 제몫일 수밖에 없고 그럴 때마다 저는 곡예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곡예 운전사에 곡예 승객! 우습지 않습니까?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언젠가 버스간에서 저를 본 적이 있지 않습니까?

 

글/ 조광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작성자조광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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