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걸음의 세상보기] 복지의 꽃이여, 활짝 피어라! > 대학생 기자단

  지금 우리 사회는 IMF시대로 지칭되는 심한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탄식이 길게,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애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연말년시지만 장애우 수용시설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고 시설과 단체들은 후원금의 감소로 인해 심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장애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일시적인 게 아니고, 앞으로 더 힘든 상황들이 펼쳐지리라는 전망이 우세해 새해를 맞는 장애계 사람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부는 IMF의 권고안을 준수해야 한다며 쥐꼬리만한 장애우 복지예산도 예외를 두지 않고 삭감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IMF의 권고안이 시행돼 사회에 실업자가 넘쳐나면 그나마 지지부진한 장애우 고용은 이제 설 자리마저 없어질 것입니다.
  1998년 새해 장애우복지를 가리키는 시께는 이렇게 제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힘들고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결코 장애우인권과 복지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새해 새날에 걸맞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 사회와 격리된 수용시설에서 정에 굶주려 눈물을 흘리는 장애아의 애처로운 눈망울을 생각해 봅니다. 오래 전 일이지만 "시장님 턱을 없애주십시오"라고 절규하다 세상을 등진 김순석 님의 안타까운 사연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장애우, 교육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장애우, 장애우 자녀의 장래 문제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어머니의 눈물들을 겹쳐서 천천히 오랫 동안 생각해 봅니다.
  이 고통들이 누구의 몫인지는 자명합니다. 바로 우리 사회가 해결할 몫이고 가깝게는 우선 장애우시설과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감당해서 풀어나가야 할 짐입니다.
  그런데 이 짐을 지고 나가는 과정에서 다행스럽게도 절망적인 상황만 앞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정권교체가 50년만에 국민들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이 선택한 새 집권 세역은 평소 서민들의 권익을 위해 일하겠다고 공약해온 터여서 이전 정부와는 달리 소외계층의 삶의 관건인 사회복지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좀 더 적극성을 띨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정권교체를 주도한 정치인이 다름아닌 장애우 당사자라는 점에서 우리는 희망의 싹을 엿봅니다. 장애우인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평소 장애우 문제에 다른 정치 지도자와는 달리 전향적인 자세를 표방했고, 나아가 장애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정치인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 김대중 당선자가 주도하는 국정에서 장애우 문제는 역대 정권과는 전혀 다른 긍정적인 변화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그렇게 이제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장애우 문제도 지난 시절의 낡은 틀을 벗어버리고 여전히 척박한 대지지만 싹을 키워 활짝 꽃이 피게 하는 것은 절대 김대중 당선자가 아닙니다. 바로 장애우 자신, 그리고 장애우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장애계가 해야 할 일입니다.
  김대중 당선자가 올바른 장애우 복지정책을 실시하도록 감시하고 요구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장애계가 해낼 때 이 땅에 장애우복지의 꽃은 활짝 피어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