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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기본은 지키자

[주제가 있는 이이야기] 올해 내게 이런 일이 생겼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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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에 바라는 일을 생각해보니, 내가 욕심이 많은 것인지 손가락을 꼽아야 될 것 같다.
 나는 외국여행 한 번 안하고 밍크 코트는커녕 목도리도 못해봤고 외산 담배도 사본 적이 없는데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부도 직전이라니 기가 막히지만, 그래서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을지 모르지만, 나는 새해에는 우리 아이들에 대한 공교육이 실시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 가정의 축복 속에 태어난 아기가 장애아라면 부모들의 충격과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식이 어떤 존재인지는 아기를 낳아서 길러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내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존재가 자식인데 그 아이가 평생 장애를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부모에게는 늘 목이 마르고 가슴에 돌덩이가 걸린 것 같은 아픔일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이런 부모들을 더 어렵고 힘들게 한다. 장애아동에게는 마치 생명과도 같은, 장애를 극복하거나 최소화 할 수 있는 조기교육, 특히 0∼3세까지의 교육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고스란히 부모의 부담이 되어왔다. 그러다 보니 조기교육 현장에서는 임상과 이론을 겸비한 유능한 교사를 찾아보기 힘들고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환경도 훌륭하지 못하다.
 현장에서 장애유아의 교육을 맡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새해 나의 첫 번째 소망은 우리 아이들의 공교육이다. 우리 소중한 어린 생명들이 겪을 여러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우리 사회가 나누어 가졌으면 한다. 장애아동에 대한 공교육이란 결국 우리 모두가 장애를 조금씩 나누어가지는 것의 시작이 아닐까?
 그리고 새해에는 공부한다고, 일한다고 조금은 늦게 본 아이가 세 살이 된다. 바쁜 엄마를 둔 탓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넘은 용희가 지금처럼 건강하고 밝게 자랐으면 하는 것이다. 늘 시간에 쫓겨 같이 있지도 못하고 맛있는 것도 덜 해먹이는데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잠든 얼굴을 보며 "용희야! 사랑해!"하고 밤마다 말하지만 또 한 번 말하고 싶다. "용희야! 널 생각하면 엄마는 언제나 가슴이 설레인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작은 연인!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
 쑥스럽지만 내가 새해에 할 또 한가지 일은 큰 연인인 남편에게 조금 더 잘해주는 것이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13년 동안 자기 표현으로는 "나를 키워 온" 사람이다. 석사과정때는 해가 채 뜨지 않은 시간에 학교에 가야했는데 차에서 먹을 빵과 우유, 커피를 싸주고 점심도시락까지 싸준 남편에게 사실 나는 별로 잘해준 것이 없다. 수시로 바가지 긁고 나 힘들고 바쁘다고 짜증내고,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하는 일의 3분의 1쯤은 해주는 사람이다. 새해에는 남편에게 좀 더 친절하게 대하고 맛있는 것도 자주 만들어 줘야겠다. 만약 박사학위를 받는다면 좌악 찢어 반쪽을 주고 싶다. "열린교실의 무보수 소사아저씨! 고마워요! 새해에는 전구 좀 제때 갈아주세요!"
 아! 그리고 새헤에는 이 말은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말하고 나면 더 씁쓸할까봐) 결국은 해야겠다. 대여섯 살짜리 영어 연수시킨다고 아줌마들 달러 싸들고 외국에 안나갔으면 좋겠다. 장애우시설 짓는다고 집단 농성하는 사람들 좀 없으면 좋겠다. 수십 만 원짜리 속옷 같은 것은 수입하면 망하고, 점심 굶는 초등학생도 있다는데 몇 백, 몇 천짜리 코트 입으면서 불우이웃돕기 성금은 천 원내는, 혹은 안내는 사람들 이민 갔으면 좋겠다. 길에서 엎드려 혹은 바닥을 기어다니며 구걸하는 장애우 좀 제발이지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 인간의 존엄이 팔, 다리 짤려 땅바닥을 기는 것 같아 차마 민망해 하늘을 볼 수가 없다. 어린 꼬맹이들 껌 팔러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각장애우가 지하철 선로위로 추락하는 일 따윈 절대 없었으면 한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잘나든 못나든 돈이 있든 없든 기본은 지키면서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기본은 지키면서.


이정미 울산 열린교실 원장.

작성자이정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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