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한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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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이제 사회로 돌아가게 된다. 그것만 믿고 희희낙락거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긴장을 해줬으면 한다.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으며, 너희들이 2년이라는 시간을 비워둔 동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렸고, 또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2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많은 생각을 했었다. 바램도 많았고, 내가 참아온 시간만큼이나 할 일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일단은 내 몸이 자유로운 것을 확인해보기 위해 여행을 계획했고, 친구들도 만나며 내가 생각했던 일들을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집에선 친척의 소개한다는 아르바이트건에 대한 얘기가 오고갔고, 그 덕에 모든 계획은 보류되고 말았다. 그렇게 시작된 아르바이트는 여천공단에서의 조공. 난 그 일을 하면서 자꾸만 전역식을 주관하던 어떤 상사의 말을 기억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내가 대학을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대학까지 나와서 이런 단순한 일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어떻게 취직준비는 잘되고 있느냐?"와 같은 질문을 해댔고, 마치 꿈결속에서 들었던 이야기처럼 아침에 일어나면 "○○기업이 부도가 나고, 환율은 어떻고.."라고 떠드는 얘기가 들려왔다.
많이 변해 있었다. 전에 내가 많이 듣고 말하던 "일하던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이야기도, 대선이야기도 모두 "경제"에 치어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이제 경제탓으로 돌아가고 있다. 심지어 나까지도 이젠 경제가 어려운 탓에 취직을 못해도 용서받지 않을가 생각도 해본다. 왜냐면 오늘가지 멀쩡히 회사를 나가던 사람이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하지만 난 단지 7∼80만원을 받아도 좋으니 내가 일하는 것을 반겨주고, 그래서 내가 더 좋아하게 될 그런 일자리를 찾고 싶다. 아마도 난 지금 통계청의 실업인구중 한 명으로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주위의 사람들은 내가 "공단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취직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을 더 원하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난 지금 서울에 와 있다. 물론 아직 하는 일은 마땅치 않고, 학원과 세미나를 찾아 다니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이런 조건에서 내가 희망하는 것은 작은 것이다. 난 어디에선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한다. 사람들은 경제가 이렇게 된 원인을 정치가 어떻고, 재벌이 어떻고 하는데, 난 자신을 쳐다보기로 한 것이다. 내가 당장 일을 하지 않는데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 아니 나의 경제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가 어려워 출옥을 거부하는 것" 내지는 "도둑에 의해서 장롱속의 외화가 들통나는 것"이 화제가 되는 사회가 아니라 자신의 처지를 낮추어 생각하며 현실을 받아들이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한다.
오홍수 전역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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