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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도덕 불감증을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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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장애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장기철 회장의 퇴진 여부를 놓고 얼마전 장애인 신문은 "장기철, 장애계 대부인가 대도인가" 라는 충격적인 제목을 뽑은 바 있다. 그리고 연일 지장협 중앙회 앞에서는 장애우들의 장 회장 퇴진 요구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그 와중에 낯뜨거운 폭력사태까지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됐으면 장기철 회장은 장애계 대의를 위해 사퇴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도에 따르면 장기철 회장은 "시체가 돼서 나가겠다"는 격한 언어를 동원하며 버티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 동안 이 땅 권력자들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으로 결국 나라를 망치고 불행으로 이끌었다는 것은 굴절의 역사가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다. 장기철 회장이 지장협 중앙회 회장직을 권력으로 생각하고 있는 지 아닌 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잇따른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 회장 또한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장기철 회장은 10년이 넘게 지장협 중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는 장애계 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장기집권이다. 한사람이 10년이 넘게 절대권력을 휘두르다 보면 필연적으로 그 조직은 곪기 마련이라는 것을 또한 역사가 증거하고 있는데, 따라서 우리는 이 시점에서 장 회장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장기철 회장의 퇴진 거부는 무엇을 위해서인가? 자신만이 장애계를 이끌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서인가, 아니면 지난 10여년 동안 자신이 저지른 비리를 감추기 위한 자기 방어 때문에 물러나기를 거부하는 것인가.
  그동안 장기철 회장은 장애게에서 끊이지 않고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장 회장은 과거 전력과 관련해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왔고, 예술제 개최와 관련해 비리 혐의에 시달려 왔다.
  그 외에도 온갖 불명예스런 일에 관련돼서 의혹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이 그였다. 단적인 예로 여기서 한 가지 확인된 사실만 적시해 보자. 그는 연수원을 짓는다면서 지역에서 지장협 회원들인 장애우들을 동원해 일일찻집을 열어 9천6백여만원이라는 많은 돈을 모금했다. 그런 다음 그 돈을 송금 받다 장애우들의 사전 양해 없이 협회 운영비로 써버렸다.
  이는 명백히 사기임이 분명하다. 이 비리 하나만으로도 그의 퇴진 사유는 충분하지만 장애계에서 드러내놓고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움직임은 없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얘기지만 장 회장의 사퇴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 속에서 우리가 정작 크게 염려되는 것은 다름 아닌 장애계의 도덕 불감증이다.
  물어볼 필요 없이 장애우들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 투쟁해야 할 사람은 그 누구보다 흠이 없고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정부와 사회를 상대로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장애우들의 인권과 복지를 담보해 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장애계에서는 이렇게 중요한 사실이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다.
  장애계가 사회에 혼돈스럽고 문제가 많은 비리의 온상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은 바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람이 장애계에 몸을 담고 있고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그들이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도덕적 잣대로 쟀을 때 장기철 회장은 분명 문제가 되는 사람이다. 단적으로 세상 어느 조직이 전과9범이나 되는 사람을 대표로 내세우고 있는가. 이는 장애계의 수치에 다름아니다. 그런데 장기철 회장 퇴진을 둘러싸고 장애계 일부에서는 모종의 장 회장 퇴출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장 회장 전과가 공개돼 문제가 됐을 때도 원래 그런 사람인데 새삼스럽게 공개하는 것은 불순한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장애계를 바로 잡고 깨끗하게 정화하자는 것이 과연 불순한 의도인가? 분명히 강조하지만 장기철 회장은 개인이 아니다. 그는 공인이다. 따라서 장 회장은 자신의 비리 혐의에 대해 장애계에 해명하고, 만약 해명을 할 수 없다면 깨끗하게 물러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지체장애인협회는 장애계를 대표하는 공적인 조직이다. 장애우 인권과 복지를 앞장서서 실현해야 할 지장협이 회장 개인의 부도덕성이 문제가 돼 지탄을 받고 발목을 잡힌다면 그건 지장협만의 불행이 아니라 장애계 전체의 불행이다.
  재삼 강조하지만 지금 장기철 회장의 퇴진 거부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장 회장의 지장협 회장직에 대한 집착은 장애계 여론을 악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장애계에 대한 사회의 신뢰의 급락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장애계가 싸잡아서 비리의 온상이라는 혐의를 받지 않으려면 이제 장애계가 나서야 한다. 남의 단체 일이라고 방관하지 말고 장애계가 나서서 장 회장에게 과거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그의 근신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것이다.
  장기철 회장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는 사실을.

 

글/ 이태곤 기자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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