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소리] 우리에게 장애우는 어떤 대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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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나는 꽃동네에서 약 4년 동안 봉사를 하며 장애우들과 함께 생활을 했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삼사백명이던 장애우들이 지금은 10년 사이에 오천명 가까이 늘어났다.
이처럼 수용시설들이 대형화된다는 것은 장애를 가진 자기 자식을 부모가 책임지지 안고 외딴 곳에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장애우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10년 전 수용시설에서 만난 한 젊은 장애우의 말이 생각난다. “나는 젊은데 이곳에서는 어떤 기술도 가르쳐 주지 않고 밥만 먹고 매일 놀리기만 한다. 이것은 마치 노인들같이 죽을 날만 기다리며 사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제 사회는 장애우들을 세금의 혜택을 받는 존재에서 세금을 내는 시민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귿르에게 빵을 주는 것보다 빵 만드는 기술을 가르쳐 주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미국 뉴욕에서 이민 온 한 한국인 청각장애우를 만났을 때 그는 세탁소에서 일하고 있었고 지금 삶에 만족해했다, 그는 한국에서 지낸 청년기가 지옥과 같았다고 기억했다. 미국에는 장애우 의무고용촉진제도가 잘 시행되고 있어 햄버거 가게에서나 기업체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장애우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장애우들도 자신이 세금을 내는 당당한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요즘 TV와 같은 언론에서 장애우들의 어려움을 부각시켜 독자들에게 불쌍한 감정이나 연민의 정을 갖게 해 돈을 보내주는 캠페인성 보도물을 자주 본다. 특히 오락물에서 조차도 연예인이 등장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자는 식의 방송을 많이 보게 된다. 물론 어려운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하게 하고 그들의 아픔을 물질적으로 도와 함께 나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근본적으로 장애우 문제를 오도시키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면에서 문제성을 갖고 있다. 장애우문제를 동정의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것이 오히려 장애 문제를 오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우들은 동정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정의와 사회복지차원에서 그들이 존엄한 인간으로 대접받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우들을 동정심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바로 장애우에 대한 편견에서 나오는 시각인 것이다. 만약 길거리에서 시각장애우를 보았을 때 그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무조건 손을 잡아서 인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과잉친절을 베푼다면 그것은 그에 대한 무시가 될 수도 있다. 그들이 신체장애를 갖고 있긴 하지만 능력장애우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나친 동정심에서 나온 과잉친절 자체가 이마 장애우에 대한 잘못된 편견인 것이다. 그러므로 장애우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는 언론보도는 전체적인 장애우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장애우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것이다. 장애우들은 사회에 대한 동정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일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고용의 권리를 찾자는 것이고 복지사회의 한 시민으로서 정당하게 살아갈 권리를 달라는 것이다.
비장애우와 장애우가 함께 사는 사회통합이 필요하다. 사회 밖에서, 세상과 고립되어 산속 깊은 곳에서 장애우들끼리만 살도록 도태시키는 삶을 만드는 사회복지가 되어서는 안된다. 사회 복지시설이 갖는 이러한 선입견에서 벗어나 그들을 산속에서 끄집어 내어 세상에서 비장애우와 함께 인간적인 삶을 살게 해야 한다. 그래서 삶의 기쁨과 희비애락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일반 시민이나 학생들이 장애우들과 소외된 양로원을 찾아가 자원봉사하며 그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것이 생활화되었다. 매일 대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 찾아와 음악을 연주해주고, 그림이나 운동을 가르쳐 주고 말벗이 되어 준다.
또 외국에서 한 학생이 백혈병에 걸려 머리가 다 빠지자 주변 친구들이 그가 어색해하지 않도록 모두 머리를 깎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장애우와 의 통합교육은 함께 사는 나눔의 기쁨을 가르쳐 주는 좋은 기회이다. 이것이야말로 바람직한 복지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글/ 조승래 (경민대학 사진학과 교수, 휴먼다큐멘터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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