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걸음의 세상보기] 부촌 서울 강남의 두 학교와 장애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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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의 세상보기]
부촌 서울 강남의 두 학교와 장애아 권리
▲지애학교건립추진 |
장애아동이 다녀야 하고, 다니고 있는 학교가 있습니다. 그 중의 한 학교가 지애학교입니다. 11월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경기고등학교 안 궁터에서는 한국장애인부모회와 장애인복지를 위한 공동대책협의회가 공동 주관한 장애아동교육권확보집회가 열렸습니다.
이 날 집회에 참석한 장애아부모들은 녹지 훼손을 이유로 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학교가 멀기 때문에 새벽에 자는 아이를 깨워서 아침밥도 굶긴 채 학교에 보내야 합니다. 우리도 여러분 아이들처럼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보내서 잠도 충분히 재우고 아침밥도 든든히 먹여서 보내고 싶습니다. 왜 이런 평범한 소망마저 방해를 받아야 합니까?"라고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그런 다음 이 날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손에 톱을 하나씩 들고 지애학교 건립부지에 심어 있는 나무를 베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이 날 베어내려고 한 것은 나무 한 그루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장애우에 대한 편견,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또 한 학교는, 역시 서울 강남구에 있는 밀알학교입니다. 주민들의 반대로 건립이 중단되었다가 법정소송까지 가서 가까스로 건립이 이루어진 이 학교는 지금 장애아동이 통학하기에 편리한 후문을 개교한지 8개월이 넘도록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밀알학교 후문 쪽에는 인접해서 도로가 있고 전철역도 가까워서 장애아동이 학교 다니기가 편리합니다. 이런 후문을 만들어 놓고도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지금 부촌 서울 강남의 두 학교가 주민들에 의해 집단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장애아 학교에 대한 주민들의 괴롭힘은 바로 장애아동에 대한 집단 괴롭힘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장애아동을 상대로 보이지 않는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다른 사람도 아닌 부촌에 사는 지도층 인사와 부자들이라는 사실이 못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듭니다.
녹지보다는 사람이 중요할 것입니다. 장애아들의 교육받을 권리가 나무 한 그루보다 우선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습니다. 반대로 편리한 출입문 대신 멀고 불편한 출입문을 이용하도록 강요하는 주민들의 처사를 이해할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우리는 법치국가에서 살고 있습니다. 교육받을 권리와,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싶은 문을 통해 드나들 수 있는 거주 이전의 자유, 그리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헌법에 선명하게 보장된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런 헌법은 장애아에게도 똑같은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장애아들도 교육받을 권리와 가고 싶은 곳을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런 권리를 침해하는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의 처사는 사회적인 지탄을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지탄뿐만이 아니라 그들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같이 살기를 거부하는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사법적인 처리도 뒤따라야 합니다.
연말입니다. 사회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웃돕기 모금함에 얼마의 성금을 내기보다는 어려운 사람들의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는지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글/ 함께걸음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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