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걸음의 세상보기] 닫혀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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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의 세상보기]
닫혀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
장애우 복지시설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97년 현재 우리나라에는 2백 16개 복지시설에 1만5천3백여 명의 장애우들이 수용되어 있다고 합니다. 숫자로 보면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일지 모르지만 현단계 우리나라 장애우복지 현실에서 장애우 복지시설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막중합니다. 우선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전체 장애우 복지예산의 반이 넘는 돈이 장애우복지시설 유지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장애우복지의 상징성을 띠고 비쳐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비장애우들은 지금 이 순간도 후원금과 후원물품을 싸들고 장애우복지시설을 찾고 있습니다.
때문에 어느 곳보다 높은 도덕성으로 무장된, 한 점 티 없는 깨끗한 운영이 필요한 곳이 바로 장애우복지시설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장애우복지시설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에 국한돼서 벌어지는 일이기는 하지만 장애우복지시설이 갈 곳 없는 장애우들의 핍박한 삶을 어루만져주고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기여하기는커녕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인권유린 장소로 비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6월 초 일간신문에는 강원도 철원에 있는 은혜요양원이라는 장애우 복지시설에서 원생 최아무개(22세)씨가 다른 사람도 아닌 시설 원장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숨졌다는 낯뜨거운 기사가 일제히 실렸습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시설 측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요양원 부속 병원에서 최 씨가 병으로 사망한 것처럼 허위진단서를 작성한 후 시체를 이 병원에 보관해 오다 벽제화장터에서 몰래 화장시켰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복지시설이라는 탈을 쓰고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요?
장애우 복지시설의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 이 기사를 보고 가해자인 원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자질과 심성을 탓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직원들의 자질과 심성은 시설 문제의 본질이 아닙니다. 비단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오래 전부터 장애우복지시설에서는 끊임없이 인권유린 사례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장애우복지시설이 닫혀진 곳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와 격리된 닫혀진 곳에 자력으로는 저항할 수 없는 장애우들이 수용돼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장애우 복지시설 문제의 출발점이자 결론입니다.
그래서 장애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뜨거운 애정을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대형시설을 반대해 왔습니다. 장애우들을 시설이 아니라 사회에서 살게 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장애우복지와 인권을 증진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는 이런, 너무나 당연한 주장을 외면만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정부는 재활원과 구분이 되지 않는 요양원 설립으로 닫혀 있는 시설들을 늘려만 가고 있습니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정부는 시설을 중심으로 한 장애우 복지정책을 접어야 할 것입니다. 기존시설은 개방을 유도하고, 더 이상의 수용시설 건립은 멈춰야 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닿지 않는 닫혀진 곳, 장애우복지시설이라는 곳에 장애우들이 수용돼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시설에서는 수용된 장애우가 인권이 유린당한 체 신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우리 모두 그 신음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글/ 함께걸음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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