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소리] 경제력만으로 따질 수 없는 일등국가의 기준 > 대학생 기자단


[붓소리] 경제력만으로 따질 수 없는 일등국가의 기준

본문

[붓소리]

 

경제력만으로 따질 수 없는 일등국가의 기준

 

  사람들은 흔히 삶의 질을 누리려면 경제가 무한히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삶의 질을 누리는 조건으로서 경제성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발상이 전제된 것이다. 사실 쾌적한 환경, 교육여건, 복지서비스 제공, 원활한 고용, 적절한 의료혜택 등의 삶의 질을 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질이 필요하다. 이러한 물질들은 생산에 의해 충당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생산이 되지 않고서는 이루어지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들은 이러한 사고에 입각하여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했지만 성장 자체가 결코 국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필수조건은 될지언정, 충분조건이 아님이 밝혀졌다. 최근 경제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의 경우, 이 점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지의 주말잡지인 "퍼레이드"지는 지난 1986년과 96년. 10년 사이의 세계 1위 통계결과를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미국이 국가는 점점 부강해지고 있지만 주민의 삶의 질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1인당 국민총생산, 전체무역액, 에너지생산, 금보유고,  군사비지출, 문학(1위 프랑스)을 제외한 노벨상 전 부문의 1위를 고수하면서, 2위와의 격차를 상당히 벌리고 있었다.
  고급인력 배출 면에서 볼 때도 비록 인구당 대학진학률은 근소한 차이로 1위를 캐나다에 내줘 2위가 되었지만 질적 양적 수준은 최고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86년 이후 철 소비량(1위 일본), 시계 수입(1위 홍콩), 진주 수입(1위 벨기에), 육류 생산량(1위 중국)에서 선수를 빼앗겼다. 하지만 컴퓨터, 전기, 합성섬유, 천연가스, 플라스틱, 종이, 알루미늄, 의약품, 마그네슘, 타이어, 소금, 담배 등의 생산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항목들이며, 이외에도 많은 항목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미국도 삶의 질과 관련된 몇 가지 지표를 보면 경제성장에 걸맞지 않는 양상들을 보인다. 이혼율은 86년 4위에서 96년 2위로 올랐는데, 1위가 서남아시아 소국인 몰디브에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1위는 미국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또 무장강도사건 3위, 강간 7위, 살인사건 23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영아사망률의 경우 낮은 순서로 86년 13위에서 96년 29위로 하락하였고, 여성의 평균수명은 9위에서 15위, 남성 평균 수명은 19위에서 22위로 떨어졌다.
  이처럼 미국인의 삶의 질이 하락하고 있는 원인을 놓고 빈곤한 이민자의 유입 등 여러 이유가 거론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요인으로 조세정책을 꼽고 있다. 미국의 개인 소득세는 세계 11위지만 기업의 법인세 비율은 70위에 그치고 있다. 즉 기업의 조세부담에 비해 개인의 조세부담이 월등히 높다는 것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은 지난 2차 세계대전 이후(96년 현재) 가장 심한 빈부격차를 보이고 있다. 26개 선진국 가운데 부유층 10%와 빈곤층 10%간의 격차수준이 러시아를 제외하고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경제성장에 의해 OECD에 가입은 했지만 삶의 질과 관련된 각종 정책 및 제도가 허술하고 대기업에 대한 특혜와 누진적인 직접세 비중이 낮은 한, 빈부격차가 점점 호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이러한 미국의 호황 속에서의 국민의 삶의 질의 악화를 보면서, 삶의 질의 필요충분 조건에 대한 합의를 찾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 조세정책의 변화가 요구된다. 간접세 비중을 줄이고 누진적인 직접세 비중을 높여야 하며, 그것이 재분배정책의 성격을 갖도록 해야 한다.
  둘째, 국가발전계획을 경제성장 자체에 두기보다 국민의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국가의 사회정책 비중이 경제정책만큼 중시되도록 해야 한다. 경제성장에 의해 국가는 부강해지지만 국민의 삶의 질이 악화되는 국가는 결코 일등국가가 될 수 없다.

 

글/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현 미 시카고 로욜라대 사회사업대학원 교환교수)

 

 

작성자조흥식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