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소리] 우리사회의 허위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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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소리]
우리 사회의 허위의식
나는 한국의 장애우 현황을 생각할 때마다 오늘의 한국사회가 얼마나 모순에 가득 차 있는 허약한 구조인가를 생각하면서 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다. 그 이유는 지금의 한국 장애우의 거의 80%가 장애우로 출생한 것이 아니라 여러 형태의 사회기반 구조의 허약 속에서 비롯된 사회적 부산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그렇다면 이들 후천적 장애우의 얼마가 그들이 당한 일차적인 불행이나 사고를 당한 후의 부적절한 의료대응으로 당연히 벗어날 수 있는 불행에서 벗어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아마 장애우들은 대부분 당연히 벗어날 수 있는 불행을 우리 모두의 부주의와 대응마비로 일생을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장애우는 그 대부분이 한국사회 구조의 모순이 만들어낸 사회적 피해자이며 우리들 비장애우는 사회적 가해자로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평균적인 의식구조는 이들 피해자에 대한 책임의식이나 동반의식은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이들을 우리나라 발전의 장애요인으로 귀찮아하는 것 같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평균적인 사고는 이같은 사회적 취약점을 덮어둔 채 우리들의 오랜 허위의사고가 허세 속에서 마치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의 대열에 끼어 들었다고 자위하고 있다.
이 같은 허위의식이나 과장적 성향은 사실인즉 우리의 전통문화와 사회의식 속에 흘러 내려온 오랜 관습 중의 꼭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같은 과장적 허위의식을 덮어둔 채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수준의 경제성장이 필요하겠고 또 더더욱 중요한 것은 그와 같은 경제성장이 국민 모두의 삶의 질과 복지를 골고루 보살펴 주며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의식구조가 그 경제성장지수에 걸맞게 합리적이고 공공선과 평균적인 도덕률이 높아야 한다.
지금 중동의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는 그 경제적 국민소득이 세계에서 제일 높지만 누구도 그들이 선진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빈부의 격차가 심할 뿐 아니라 복지가 고루 보장되어 있지 못하며 개개인의 삶의 질이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리는 그 경제성장에 있어서는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 이제 중진국 수준에서는 자리를 잡았다. 국민소득 일만불 시대라고 목청을 높여 자화자찬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보다 그 소득이 두 배 반 이상을 자랑하고 있는 대만, 홍콩, 싱가포르의 정부나 그 나라 사람들이 우리처럼 이렇게 떠들썩한 자만심으로 과소비에로 뛰어들고 있는 조짐은 조금도 볼 수가 없어나 스스로 우리의 모습에서 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다.
우리의 전통적인 허위의식은 집안의 살림살이가 쪼들어가도 대문을 크게 만들고, 명패를 크게 만들고, 조상들의 무덤을 크게 만드는 위세를 부릴 수 없고 그것이 과장적 소비형태로 나타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좀더 명랑하고 밝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식 속에 도사리고 있는 허위의식들을 하루빨리 씻어내고 장애우를 포함한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다함께 우리의 수준에 걸맞는 삶이 보장되는 쪽으로 개선해 가는 데 있다고 믿는다.
글/ 강문규 (시민협 상임 공동대표, 아시아시민사회운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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