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소리] 사회복지의 발전과 시민사회의 주체적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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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소리]
사회복지의 발전과 시민사회의 주체적 노력
낙후된 사회복지부문의 진정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대안은 분명하다. 바로 사회복지를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권"으로 인식하는 국민 개인의 의식전환과 시민 사회적 노력이 핵심적인 문제 해결책인 것이다.
작년 1995년 3월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UN 사회개발정상회담 직후 현 정부는 "삶의 질의 세계화를 위한 복지구상"을 발표하면서, 오는 2천년대에는 우리나라를 선진 복지국가 대열에 진입시키겠다고 천명하였다. "삶의 질의 세계화" 선언에 따라 구성된 국민복지기획단과 국민복지추진위원회는 작년 12월 생산적 복지를 기초로 하여 "균형적 복지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공표하기도 하였다. 당시 이들이 제시한 장밋빛 사회복지 청사진을 접하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은 보다 살기 좋은 미래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에 가슴 부풀어 있었음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의 견실한 첫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현재의 상황은 어떠한가?
지난 9월 9일 재정경제원이 마련해 당-정 협의회에 제출하여 잠정 확정된 97년도 정부에서 예산안을 살펴보면, 올해 초 보건복지부에서 새로이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던 사회복지사업들이 거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예산들이 대부분 전액 대폭 삭감되었기 때문이다. 방위비 예산은 두 자리 수나 증액하고, 또한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바르게살기운동본부, 자유총연맹 등의 관련단체에는 올해 예산지원의 약 3배에 달하는 112억 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지원하면서, 사회복지관련예산의 증액 요구는 과감히(?) 묵살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재정경제원의 예산안 책정 그리고 당-당 협의 과정에서 살생한 일이라서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 정부가 견지하고 있는 사회복지정책의 기조를 파악할 수 있는 그리고 경제기술관식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이 왜 발생하고 있는가? 이의 이유로서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바로 경제성장 제일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적 속임수이다. 우선 경제성장제일주의에 의해 진행된 우리나라의 국가개발전략은 서구 선진자본주의가 경험한 시행착오와 이 과정에서의 다양한 교훈을 균형 있게 포괄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개발의 신화"를 창조하는 데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따라서 성장과 분배의 문제, 즉 경제성장과 이에 따른 분배 및 사회의 질적 발전에 관한 문제에 대하여서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전략을 지난 30여 년 동안 추진한 결과 사회개발부문에 대한 투자는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것이다.
이와 같은 개발독재시절의 기본논리가 21세기 민주복지국가의 건설을 목표로 해야 하는 헌재에 이르러서도 그 관성을 유지하여 국가개발논리의 전근대성과 구태의 연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 사회에서 사회복지부문이 성장해 온 과정을 면밀히 검토해 보면, 사회복지정책이 정권의 정치적 도구로서 기능해 온 경향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즉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난 후, 이들 정권이 국민들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받기 위하여 사용하는 전략 중의 하나가 바로 국민들에게 "사회복지"라는 장밋빛 환상을 주입시키는 것이었다. 1960년대 초 군사정권 이래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양상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사회복지가 점진적으로 외형적 성장을 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실질적 내용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분히 형식적이고 그 내용 또한 국민의 안정적 생활보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정치권의 장밋빛 공약 뒤에는 항상 빛 좋은 허울만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상의 이유 등으로 인해 현재 우리나라 사회복지부문의 발달 수준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가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OECD의 소속국가들의 경우 GDP의 약 30% 내외에 달하는 국가재원을 사회복지부문에 투자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약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즉 경제적으로는 국제교역량 규모에서 세계 11위이지만 사회복지부문에서는 복지후진국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낙후된 사회복지부문의 진정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대안은 분명하다. 바로 사회복지를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권"으로 인식하는 국민 개인의 의식 전환과 시민 사회적 노력이 핵심적인 문제 해결책인 것이다. 이제는 정치적 정당성과 국민의 호감을 획득하기 위하여 미사여구로 치장된 공허한 정책공약을 제시하거나, 사회 복지부문의 발전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정파에 대해 결코 지지를 보내지 말아야 한다.
한편 이와 같은 개인적 차원의 노력들이 사회적인 힘을 갖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적인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즉 보다 적극적인 의미에서 시민운동과 사회복지 요구의 활성화를 통해 "권리로서의 복지"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예로써는 1994년 제기되어 승소한 최저생존권보장을 위한 헌법소원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조직적이고 시민연대적인 노력과 활동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우리의 복지권이 위정자들의 조삼모사식의 정치 놀음에 희생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는 국민 스스로의 주체적 자각과 시민사회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언제까지 소수 위정자의 말장난에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을 의지할 것인가? 정기국회서 예산안이 재검토되리라는 작은 기대를 해 본다. 다른 한편으로 시민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주체적 요구와 노력도 전망해보며 이를 통해서만이 우리나라 사회복지부문의 진정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현 정부는 국민들에게 제시했던 약속들을 지켜야 할 것이다. 말로만이 아닌 정책과 실천으로!
글 / 최 균(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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