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즈벨트 장애우상과 삶의 질 정책 후퇴 > 대학생 기자단


루즈벨트 장애우상과 삶의 질 정책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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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즈벨트 재단이 루즈벨트 장애우상 제 1회 수상국으로 한국을 선정한 것은 의외였다. 갑자기 돌출한 이 사건에 대해 장애우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루즈벨트 재단은 수상 이유로 "82년 UN이 정한 장애우 10년 행동계획을 실천하고 장애우에 대한 복지향상에 크게 노력한 공로"를 들었으나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장애우 인권 사각지대에 주어진 루즈벨트상
 최근 정부의 정책과 사회기류가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8월 15일 연세대 시위사태에 대해 사상 유래 없는 강경한 진압으로 대처한 정부는 공권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총기사용을 허가하고 교통을 이유로 평화시위마저 금지하는 등 공안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 게다가 북한의 무장간첩 침투사건까지 겹쳐 사회는 급격히 경화되고 있다. 여기에 경제침체에 따르는 감원 난과 목표선을 넘어선 소비자 물가, 국제 무역 적자의 증가로 대통령은 경쟁력 10% 강화를 들고 나왔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사회복지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급격히 퇴보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경제난을 이유로 대국민 약속이라 할 수 있는 삶의 질 세계화를 위한 복지정책을 유보했다. 이로서 장애우를 비롯한 소외계층의 복지 발전은 또 다시 좌초된 셈이다. 참여민주사회 시민연대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0개 시민단체는 이에 항의해 정부청사 앞에서 복지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사회복지에 대한 정책담당자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대한민국에서 복지를 기대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최근 미 국무부는 95년 세계 인권보고서에서 한국은 장애우들에 대한 사회적 냉대 및 편견 등이 해소되지 않아 장애우 인권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고 지적하고 있다(08/18 중앙) 그럼에도 루즈벨트 재단이 루즈벨트 장애우상 제 1회 수상국으로 한국을 선정한 것은 의외였다. 갑자기 돌출한 이 사건에 대해 장애우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장애우한가족협회 회원들은 이에 항의해 미대사관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다 구속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루즈벨트 재단은 수상 이유로 "82년 UN이 정한 장애우 10년  행동계획을 실천하고 장애우에 대한 복지향상에 크게 노력한 공로"를 들었으나 이는 전혀 사실과 틀리다.

 정부는 UN장애우 행동계획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고 이 계획이 정한 국가 조정기구설치, 장애우 편의시설 설치 의무화 등의 주요 정책들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루즈벨트 재단은 장애인고용촉진법, 대학특례입학제도 장애우 예산 확대 등을 들어 한국을 제 3세계의 모범적인 국가로 높이 평가하고 있으나 위의 제도들은 대부분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장애우의 편의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예산 부분에 있어서도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4년 동안 장애우 복지 예산은 크게 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주창하여 내놓았던 복지정책의 대부분을 정부 스스로 유보시켰다. 당장 내년 사회복지 예산조차 당초 목표에 비해 대폭 삭감된 상태이다.

 게다가 루즈벨트 상 수상과 관련해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9/16)루즈벨트 재단이 한국정부에 수십만 달러의 기부금을 요구했고 실제로 루즈벨트재단 관련자들이 한국을 방문했다는 것이다.
 한국이 첫 수상국으로 선정된 것이 바로 이 기부금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루즈벨트 재단 휴벨 회장은 루즈벨트 상에 대해 정치적 의혹을 갖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엔의 장애우에 관한 행동 계획에 근거해 괄목할 만한 발전을 했고, 제3세계 국가들에게 희망을 주고 모범이 될 수 있는 나라로 한국을 선정했을 뿐이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과는 무관하게 한겨레신문 (장애우를 비웃는 장애우상, 한겨레21 - "루즈벨트 장애우상은 상이 아니라 욕이다")을 제외한 일간지들은 루즈벨트 상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장애우 보호와 재활정책에 대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데 의미가 있다." "인도주의의 실천 또는 장애우 복지향상에 노력한 공이다."(세계) 88올림픽을 기념해 제정된 서울평화상은 온갖 잡음을 불러일으켰으나 이번 수상자 선정은 처음으로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국민) "루즈벨트 국제 장애우상을 수상한 것은 "장애우에 관한 행동계획"을 적극 실천했기 때문이며 이들 프로그램에 적극 호응한 것은 다양한 제도개선과 정책으로 나타났다."(서울) "루즈벨트 장애우상 수상 계기로 정부와 신한국당이 내년의 장애우 복지예산을 올해에 비해 33%로 대폭 증액하는 등 수상에 걸 맞는 조치들을 서두르는 모양이다.(문화)

 언론의 이런 반응은 자칫 우리나라의 장애우 복지를 대중들에게 오도할 우려가 크다. 진실을 알리기보다는 잘못된 사실을 입맛에 맞게 해석하는 언론의 태도에 비추어 과연 이들이 장애우가 처한 현실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사회복지 예산 확보 험난한 길
 정부 여당의 97년 예산이 윤곽을 드러냈다. 예상대로 사회복지 예산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이번에도 사회복지 분야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쳐야 했다. 보건복지부가 요청한 사회복지예산 61.9% 증액은 예상대로 재정경제원 예산심의에서 13.6%로 "무참히" 삭감되었다가 9일까지 계속된 당정협의에서 18.2%로 증가율이 다소 올라가는 듯 했으나(09/15 한겨레) 최종 협의 결과 16.6%가 늘어난 4조 289억 원으로 결정되었다.(09/28)

 이에 따라 정부의 정책도 갈팡질팡했다. 9월 12일 신한국당의 저소득층 대책소위는 정부가 매년 100억 이상 출연하는 편의시설설치 촉진기금 설치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정책위는 당론으로 확정된 게 아니라고 발을 뺐다. 정부가 기금출연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며 내용이 알려진 것에 대해 오히려 주의를 주었다.

 노인복지대책 소위는 "노인복지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노령연금을 신설하려다가 거둬 들었다. (09/16 한겨레) 내년의 예산 분배는 향후 사회복지 정책의 골격을 좌우한다는 의미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는 복지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국민적 합의에 바탕한 정부의 대국민약속 이행의 시험대였다. 그러나 지난 2년간 그렇게도 외쳐왔던 삶의 질 정책을 유보시킴으로써 국민의 기대를 손쉽게 저버렸다.

 이는 이미 오래 전에 예견되었던 것이다. 지난해 12월말 세계화추진위 산하 국민복지기획단의 1차 보고서에 대한 공청회에서 재경원의 모 관리는 향후 2, 3년 간 복지에 투자할 재원이 없다는 발언을 해서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09/05 중앙 "말 잔치로 끝난 삶의 질") 이 보고서에는 지난해 3월 대통령이 코펜하겐 유엔 사회개발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천명한 21세기 삶의 질 선언을 구체화한 것으로서 50여명의 전문가가 10개월 동안 작업한 끝에 내놓은 것이었다. 재원 마련이 어렵다고 하지만 실상은 재원확보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정부가 애당초 지킬 의사도 없는 정책을 급조해서 "삶의 질 세계화를 위한 국민복지 기본구상"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내세운 것은 4.12 총선 대비용이었던 셈이다. 재경원은 2. 3년 후를 기약하지만 사회복지를 바라보는 당국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기대를 걸기 어렵다.

 루즈벨트 장애우 상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서도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원조금을 분담할 만큼 위상이 높은 나라이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P) 출연금 2천억원, 공적개발원조(ODA)자금 명목으로 국제기구 분담금 및 출자금 7백 19억원, 개발도상국에 대한 무상지원금 597억 원 여기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에 대비 3백 69만 달러(약 31억원)의 분담금이 내년 예산에 편성되어 있다.

국민총생산(GNP) 대비 0.06%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09/24 중앙) 국내 장애우 정책에 쓰는 예산보다 국제사회에 원조하는 돈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주객전도에 다름 아니다. 당국이 의지만 있다면 총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경직성 경비(38조원)에서 사회복지 재원을 얼마든지 충당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스페인 장애우 복지의 비결, 온세시스템
 국민일보는 지난 7월부터 선진국의 장애우 복지 정책을 알아보는 "장애우에 희망을" 이란 기획을 일주일에 한번씩 연재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스페인의 온세시스템에 관한 기사이다.

 온세(ONCE)는 스페인의 전국적인 시각장애우 모임으로서 온세복권을 판매하여 얻은 수익금으로 장애우를 돕기 위한 몇 가지 일들을 하고 있다 온세복권은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온세가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서 매출액이 하루 900만 달러, 연간 33억 달러에 달한다. 이중 1억 달러는 시각 장애우외의 장애우를 돕는데 사용한다.

 온세는 복권판매로 모아진 돈으로 식품회사, 언론사, 스포츠용품 제조회사, 공해방지업체, 정보제공회사, 용역대행회사, 통신판매회사, 보석제조호사 등을 설립해 장애우의 취업을 돕고 있다. 온세는 현재 50여개 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을 산하에 두고 있으며 수익금으로 전국의 장애우들에게 사회적응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도한 집 없는 장애우들에게는 주택을 구해주고 보장구가 없는 장애우들에게는 전동휠체어 등 보장구를 무상으로 제공하여 장애우가 취업할 경우 직장생활에 필요한 기구, 기계를 구해 주기도 한다.

 온세는 1939년 전쟁 직후 시각장애우들에게 복권판매를 허가한 것이 그 시초이다. 온세가 지금과 같은 시스템을 갖춘 것은 1987년의 일로써 변호사 등 엘리트 시각장애우들이 모여 온세를 대조직으로 변모시켰다. 즉 복권판매 부스를 개설해 복권을 판매하도록 하고 여기에 장애우들을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출퇴근하도록 했다. 온세는 최근 정부에 거액의 돈을 내놓고 장애우 편의시설을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이 뜻을 받아들이고 도로의 턱을 없앴고 장애우용 램프와 에스컬레이터를 계속 설치해 나가고 있다. (09/03국민) 스페인도 우리나라처럼 정부로부터 주어지는 혜택은 많지 않다. 정부에서 나오는 생활보조금은 월 2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스페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기업들이 장애우들의 고용을 기피한다.

 그러나 스페인은 민간단체의 아이디어와 정부의 열린 정책이 어우러져 장애우 복지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있다. 만약 온세 같은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한다면 과연 스페인과 같은 성공적인 정책이 이루어질지 궁금하다.

 

미국의 장애우 직업정책
 국민일보는 9월 27일자에서 미국의 직업정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 기사는 우리나라의 장애우 직업정책을 뒤돌아보게 한다.
 웨스트뷰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시 애너하임 카운티의 장애우 재활공장 가운데 하나이다. 웨스트뷰는 정신지체인 재활공장으로서 아이큐 75이하 정신지체인들이 인근 공장의 도급을 받아 부품을 조립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4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카운슬러, 정신치료의사, 직업교육가 등 2백명의 스태프가 이들의 직업교육과 행동발달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웨스트뷰와 같은 형태의 장애우 직업훈련원이 캘리포니아에만 수백 곳, 미국 전체엔 수만 곳이나 된다고 한다. 이들 직업훈련원은 비영리 민가단체로 연방정부 교육부 소속 재활국에 장애우 직업훈련프로그램과 예산을 제출하고 정부로부터 직업재활에 관한 용역을 따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17개 재활국 가운데 하나인 그레이터 LA지구국은 재활상담가 3백 5십명 등 직원 1천 7백명이 일하고 있는데 이 지구국 한 곳의 1년 예산이 무려 5억5천만 달러(약 4천4백만원)에 달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일개 시나 일개 도의 장애우 재활 지구국의 예산이 우리정부가 400만 장애우에 쓰는 일 년 예산의 몇 배가 넘는 것이다. 이중 약 50%는 장애우 12만명의 직업재활에 소요된다.

 미국에서는 이들 장애우 구인자를 고객으로 부르고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장애우를 교육하는데 1달러를 투자하면 13달러의 경제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장애우 직업재활에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면접시험을 치를 옷을 구입해 주고, 직장을 얻고 난 뒤 상급학교 진학을 원하면 등록금을 대준다. 또한 직장에 휠체어리프트 시설, 경사로, 전용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출, 퇴근용 자동차, 컴퓨터까지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직업전문가가 정기적으로 방문, 취업 후 적성에 맞게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해 준다. 적성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원하는 다른 직장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의 경우 전국에 128개의 장애우 보호작업장이 있지만 예산이나 인적 뒷받침이 거의 없고 국립재활원에서 장애우 직업교육을 담당하고 있지만 수료해도 기능사 자격증 하나 딸 수 없다. 우리나라에 변변한 장애우 직업정책이 없는 것은 경제력보다는 장애우에 대한 투자를 소득 없는 일로 여기고, 장애우를 직업수행능력이 없는 무능력자로 여기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 그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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