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와 무관하지 않은 노동법 개정 > 대학생 기자단


장애우와 무관하지 않은 노동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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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안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장애우고용 확대를 위한 방안이 많은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4월 민주노총과 한국장애인복지공동대책협의회는 민주노총 산하 각 사업장의 단체협약 체결 때 장애우고용을 늘리는 요구안을 포함시키기로 합의를 했다.
그러나 경제상황이 급변하면서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연말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용자는 장애우고용 요구안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망국병 수준에 이르는 배타주의

 

  "자기와 다르다고 판단될 경우 매몰차기까지 한 한국인들의 배타의식은 폐쇄적인 공동체에서 살아온 "혈맥의식"의 소산이다. 이런 의식이 장애우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문제 등을 파생시키고 있다."
  "학생운동, 고발정신, 장애우들의 권리주장 등을 맹목적이거나 집단이기주의로만 몰아세우는 풍조도 배타의식의 소산이다. 문제는 지배집단이 이기적으로 정책을 수행하기 때문인데 그 같은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1/4 문화)

  서강대에서 22년째 재직 중인 대니얼·키스터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위기상황을 이렇게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97년을 시작하는 발걸음이 이다지도 무거운 것은 정부가 국민에게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배타의식에 빠져 자기중심적으로 정책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의 노동법과 안기부법 날치기 통과로 지금, 국민은 온통 불쾌감에 빠져 있다. 국민의식은 분명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과거와는 달리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정부의 방식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를 읽지 못한 정부는 독재시대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다. 아니, 국민의 뜻을 읽을 생각이 없을 정도로 오만해진 것이다.

  정부는 자신들은 옳은 판단을 했는데 근로자들과 국민들이 모르고 있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배타주의는 널리 퍼져 있는 국민병이기도 하다. 특유의 배타주의는 국제적으로 나라를 망신시키는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해외 입양아의 실태를 연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아이들이 버려지고, 버려진 장애아는 모두 외국의 가정으로 보내지고 있다. 성인이 된 입양아들은 한결같이 편견으로 가득 차 있는 고국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조선족동포를 상대로 한 집단사기극이 열풍처럼 번졌다. 심지어는 시각장애아의 수술비까지 가로챘다. 이 정도면 배타주의가 망국병 수준에 이른 듯하다. 이 사건 이후 조선족 사이에서는 한국에 전쟁이 일어나면 참전해서 한국인을 닥치는 대로 쏘아 죽이겠다는 말까지 번졌다고 한다.
  한편, 서울예전에 원서를 제출했던 시각장애우 여학생은 시각장애우가 음악실기 수업을 받을 여건이 안된다는 대학 측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원서접수조차 거부당해야 했다.

  

정리해고제 장애우고용에도 찬 서리 예고

 

  노동법과 안기부법 날치기 통과와 관련 시민단체의 반발과 파업의 물결이 지나갔다. 통신에서는 게시물 제목 앞에 정부에 항의하는 검은 리본을 달아 침묵시위를 벌였다.
  특히 노동법은 OECD 심판대에까지 올랐다. 이 과정에서 노동계 대표와 정부대표가 국제무대에서 볼썽 사나운 대립을 벌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한국 정부는 법안에 하자가 없는데 국민과 근로자가 오해하고 있다는 논리로 OECD를 설득하려 했다.
  결국 OECD는 한국의 노동법 개정안이 당초 약속했던 기준에 비해 상당히 미흡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한국 정부의 국제 위신만 실추되는 결과를 빚었다.

  노동법 중 정리해고제 등은 장애우와도 무관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장애인복지공동대책위원회 김성재 의장은, "노동자를 기계쯤으로 보는 데서 노동법 날치기가 나왔다. 기계는 쓰다가 거치가 없으면 처분하면 된다는 인식은 장애우고용을 보는 시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1/24 한겨레)
  경총은 틈만 나면 장애우고용률이 부담이 된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실제 경총은 지난해 11월 노사개혁위와 노동법 개정을 흥정하는 과정에서 의무고용제를 1%로 내리자는 안을 내놓은 바 있다.

  실제로 노동법안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장애우고용 확대를 위한 방안이 많은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4월 민주노총과 한국장애인복지공동대책협의회는 민주노총 산하 각 사업장의 단체협약 체결 때 장애우고용을 늘리는 요구안을 포함시키기로 합의를 했다. 그러나 경제상황이 급변하면서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연말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용자는 장애우고용 요구안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현총련도 지난해 7∼8월 단체협약 때 장애우고용 확대 요구안을 집어넣을 계획이었으나 노동법 개정문제가 부각되면서 마지막 순간에 제외됐다.(1/24) 노동법안이 장애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현실로 다가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최근에 그러한 사례가 있었다. 플라스틱 제조업체 S화학의 김 아무개씨는 20여년 전 야간작업 중에 롤러에 손이 끼어 다섯 손가락에 커다란 부상을 당해 다섯 손가락이 오그라 붙었다. 그가 받은 것은 단지 보상금 5만원이었다.

  그런데 그의 장애가 28년 후인 지난해 10월 해고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회사 규모축소 과정에서 반평생을 몸바친 보람도 없이 1차 해고대상자가 되고 만 것이다.(1/16 한국)

 

 조국이 버린 장애우, 타국에선 따뜻하게 거둬들여

 

  조선일보는 연말과 새해 벽두에 해외 입양아 특집을 연재했다. 이 특집기사는 피부도 다르고, 혈육도 아닌 한국의 장애아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여 정성껏 기르는 외국 가정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 미국 가정은 한국의 장애아를 셋이나 입양하기도 했고 아이를 돌보기 위해 보험회사 부사장직을 버린 사례도 있다.
  장애아를 쉽게 포기하고 입양을 꺼리는 한국인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들의 진보된 의식은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을 뒤돌아보게 한다.

  91년 이후 5년 동안 해외로 보낸 아이는 모두 1만9백74명, 이중 장애아가 4천8백92명(45%)이다. 미국 이민국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 입양되는 전체 아동 중 한국 아동이 4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런데 같은 기간 내에 국내에 입양된 장애아는 1%도 되지 않는다. 이 1%도 최근 들어 장애우입양이 다소 늘어난 데 힘입은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열심히 장애아들은 버리고 외국 가정에서는 우리 아이들을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꼴이다.

  이들은 성인으로 성장한 후에 혈육을 못 잊어 모국을 찾아오지만 장애우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찬 한국에는 결코 돌아오지 않으려 한다. 버려진 장애아동의 국내 입양이 어려운 요인은 좋게 말해서 뼈대있고 뿌리가 있는 가문을 중시하는 아름다운 전통(?) 때문이다. 입양을 하더라도 성씨가 같고 혈액형도 같고 건강한 남아를 원한다. 특히 미혼모의 자녀여서는 안된다. 그러나 버려지는 아이의 80%가 미혼모의 자녀로 밝혀지고 있다.

  장애우의 국내 입양이 어려운 이유로 한국적인 특수성을 인정할 수 있으나 그것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만 유난하다는 사실은 국민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옹졸하고 이기적이고 추악한 우리의 국민성에 대해 진정한 참회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장애우 편의냐 상인의 이익이냐

 

  광주광역시 충장로에서는 장애우단체들과 상인들, 전남지방경찰청 삼자간에 특이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광주지역 27개 장애우단체는 국민고충처리위에 충장로 3, 4가 사이에 장애우 편의시설을 설치할 것을 요청했고, 고충처리위는 횡단보도를 시범적으로 설치하고 후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해당사자간에 합의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상인들은 장애우 편의만을 위한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상인들은 오랫동안 쌓아온 지하상가의 상권이 파괴된다는 주장을 펴며, 상·하행선 에스컬레이터 설치를 대안으로 들고 나왔다. 한편 전남지방경찰청은 도심교통소통이라는 공익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며 재심의를 요청했다. 장애우 편의와 상권유지, 공익이라는 삼자가 충돌한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은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우선권은 역시 보행자의 권리라고 할 수 있다. 횡단보도 설치는 장애우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노인과 일반 시민의 보행권을 위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인의 이익이 시민의 권리에 우선할 수 없으며 전남지방경찰청이 내세우는 공익도 적절하지 않다. 이 경우 선진국다운 판단이라면 상인들의 상권을 지켜주면서 장애우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사회봉사명령제도 합리적 운용이 관건

 

  신한국당은 지난 1월 7일 15대 대통령 선거공약 초안을 마련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장애인복지법 개정, 장애아동을 둔 가정에 대해 특별부양수당 지급, 왜소증, 척추기형, 만선신부전증, 심장질환도 장애우의 범주에 포함, "무갹출 경로연금제"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노인복지사업법" 제정 추진 등이다.(1/7 경향) 평소 정부의 장애우정책을 눈여겨보았던 사람이라면 몇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장애우범주 확대는 그동안 장애우계에서 줄기차게 주장했던 사안임에도 정부가 그다지 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사안이고 무갹출 경로연금제는 작년 보건복지부가 추진했다가 재정경제원에 의해 브레이크가 걸렸던 적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대선 공약 초안에 포함된 것이다. 이는 장애우정책을 국민과의 흥정을 위한 대선용 카드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올해부터 사회봉사명령이 제도화됨에 따라 집행유예자가 그냥 석방되던 관례에 따라 집행유예자에 대한 장애우 간병에 관한 사회봉사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사회봉사명령제도는 처벌성 대신 교화성을 강조하는 제도로 집행유예자에 대해 그냥 석방하던 관행과 달리 최고 5백 시간까지 장애우 간병 등 봉사활동을 선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18일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명에게 장애우 간병 50시간씩을 선고하고, 뺑소니 혐의로 기소된 1명에게도 "장애우 간병에 관한 사회 봉사" 70시간이 선고됐다.(1/8) 그러나 지난 12일 이적 표현물을 소지한 이유로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대학생들에게도 사회봉사 명령을 내린 데 대해서는 이의가 제기되고 있다. 사회봉사명령제도는 반사회적 범죄에 적용되는 제도이지 양심수나 사상범에 적용할 제도는 못된다. 이에 관련한 판결문은 다분히 권위적이다.


  "국보법 위반사범들이지만 젊은 대학생들인 점을 감안,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를 보는 시각을 넓혀주고 경도된 의식을 바로잡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한다."(1/17 문화)
  아무리 장애우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라 해도 합리적으로 적용이 되지 않는다면 장애우계에서도 그다지 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당신의 자비심이 우리를 죽인다

 

  최근 미국에서는 안락사 합법화문제에 반발해 "NOT DEAD YET"(우리는 아직 죽지 않았다) 그룹이라는 장애우단체가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최근 안락사 합헌 문제에 대해 미 대법원의 심의가 시작됨에 따라 "당신의 자비심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안락사가 합법화되면 생존권 자체가 위협받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1/12)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밥 돌 후보에 장애우들의 권익에 헌신한 점을 치하하며, 최고의 시민훈장을 수여했다. 밥 돌은 2차 대전에서 오른팔이 절단된 장애우였다.(1/18 조선)


  또한 클린턴은 자신과 얽힌 각종 스캔들에 관한 송사와 법률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률고문으로 찰스 러프를 임명했다. 찰스 러프는 휠체어를 탄 장애우이지만 워터게이트 특별검사 출신으로 노련한 정치 감각과 투지를 겸비한 "워싱턴 최고의 정치 법률가"로 평가받고 있다.(1/8 한국) 클린턴 대통령과 관련된 두 기사를 통해 미국에서 장애우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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