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사랑방7-독자이야기] 고기와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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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사랑방] - 독자 이야기
고기와 빵
얼마 전 우리나라가 루즈벨트 장애우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회 일각에서 그에 대한 평가와 해석이 분분하지만 아무튼 기분 좋은 일이다. 솔직히, 장애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환경이 과거보다 훨씬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제 장애계는 소외계층으로 한정되기보다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과거 천편일률적으로 빵을 던져주던 것에서 이제 스스로 빵을 생산할 수 있도록 그 방법과 여건을 조성해주는 쪽으로 변모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 걸음에 얼마나 발맞추고 있는가? 아직도 장애우에 대한 여러 가지 시책이나 시각이 단지 고기만 던져주는 안타까운 상황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1995년부터 시행된 장애우 특례입학을 예로 보자. 시행초기 또하나의 차별대우라는 비판적 여론이 있었지만 장애우들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세계에서 유래없는 제도적 장치로 평가받았다. 나 역시 시각장애우로서 이 제도 덕택으로 96학년도에 대학에 입학했다.
개인적인 1년간의 경험을 빌면, 시행한지 1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짧은 경륜과 예산집행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단시간에 가시적 효과를 드러낼 수 없다는 점에 있어 - 조급한 투정이라 말할지 모르나 - 이왕 실시할 제도였다면 사전에 심의나 계획을 거쳐 장애우들이 입학하기 전에 기본적인 시설이 준비됐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어려움과 여건을 장애우들의 개인적 의지에만 책임지운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고 안일한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장애우의무고용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울며 겨자먹기식의 장애우고용이 아니라 국영이나 공공기업에서 우선적으로 일정 비율의 장애우를 고용하고 국가에서 출자한 대단위 공동작업장을 운영하여 장애우고용 안정을 꾀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장애우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태도도 변화가 요구된다. 무조건적이고 지나친 동정이나 연민은 지양되어야 한다 위로를 필요로 하는 자에게는 따뜻한 사랑을, 지식을 필요로 하는 자에게는 책을,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자에게는 연장을 가져다주어야 한다.
루즈벨트상이 실현하려는 장애복지는 개인적인 투철한 신념과 의지로 만들어지는 입지적 인물이 아니며, 단순히 그냥 빵과 고기만을 던져주는 것은 더욱 아니다. 모든 장애우들의 개성이 존중되고 기회균등이 보장되며, 무엇보다 스스로 꿈과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는 것이 궁극적인 장애복지의 지향점일 것이다.
글/ 조현무 (우석대 심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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