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편헙한 마음으로는 세계화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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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편협한 마음으로는 세계화 멀다
내게는 마음씨가 고운 이종사촌 동생이 있다. 어릴 때 병을 앓아 다리가 불편하고 언어장애를 겪고 있지만 마음 씀씀이가 맑은 하늘같은 아이다. 동생은 어릴 때부터 만화와 그림에 남다른 소질과 관심을 보여왔다. 한때는 교회에서 만난 여자 친구와 가까이 지낸다는 소문도 있었다.
객지생활 속에 어쩌다 이모 댁을 들를 때 만났던 동생은 "아랫몸은 할 수 없지만 윗몸만은 쿵푸배우인 이소룡보다 튼튼하게 가꾸겠다"며 마당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꿈과 사랑이 열매를 맺기를 마음 속으로 빌어마지 않았다.
그러나 늦은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오랜만에 만난 동생은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어 있었고 이런저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인생에서 아무것도 쟁취하지 못한 채 창백한 모습으로 부모의 그늘을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어찌 내 동생뿐이겠는가. 얼마나 많은 이 땅의 능력 있고 꿈이 있는 젊은이들이 신체적인 흠이 벗어 던질 수 없는 짐이 되어 자신의 날개를 꺾은 채 고통받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나는 언론인과 유학생 생활을 하면서 유럽대륙과 미국, 남미, 동남아, 러시아 등지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보다 못살고 교육수준이 떨어지고 국력이 약하고 사회적으로 긴장도가 더 한 나라는 있어도 우리처럼 편협한 마음이 넘치고 그것이 일상화를 넘어 제도화에 이른 곳은, 적어도 나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스웨덴에서는 몸이 불편한 아이들을 전생의 업보나 부모 탓으로 돌리지 않고 사회적으로 같이 싸안고 가야할 사회적인 몫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책임을 맡은 공무원이나 자원활동자가 택시를 가지고 와서 상냥하게 웃는 얼굴로 장애아동을 돌보는 모습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핀란드 헬싱키의 스토크만 백화점은 1백 년의 전통을 가진 고풍스런 곳인데, 안에는 장애우용 계단과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공중전화 화장실이 완벽하게 있다.
1백 년 전부터 그렇게 살아왔다는 뜻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중앙역은 북유럽과 중남부 유럽을 연결하는 고리여서 언제나 북적댄다. 그런데 시각장애우를 위한 점자 안내판이 역 한가운데 있어 어느 기차가 어느 시각에 어느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출발하는지 불편없이 안내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못산다고 다소 업신여기는 러시아에 4년 동안 살면서도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으로 가정적으로 차별을 받는 사례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몸이 온전한가 그렇지 않은가는 이른바 선진국에서는 사회생활이나 개인생활에서 일체의 장점도 약점도 아니고 단지 사실일 뿐이다. 그런데 김포공항에만 내리면 그런 약점들이 눈에 들어오니 후진국 국민임을 스스로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평범한 마음과 의식으로는 세계화에 동참할 수 없다.
올해에는 타고난 또는 예기치 않은 장애로 몸 고생보다 마음 고생이 심한 벗들이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또 집단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사람다운 온기를 서로 나누고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장애우를 포함하여 우리들 스스로에게 날개를 다는 의미도 될 것이며, 세계가 이룬 수준 있는 삶의 문화에 한 발짝 다가가는 행동도 될 것이다.
글/ 이재혁 (부산 외국어대 노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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