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인권, 여전히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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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사교클럽인 OECD의 가입을 앞두고 있고 유엔 비상임이사국 진출이 확실시되는 등 어느 때 보다도 한국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드높아져가고 있음에 많은 사람들이 흥분들을 하는 모양이다. 세계화니 세계인류니 하는 말들이 낯설지 않고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이 땅에는 토익열풍이 불고 있다.
세계로 세계로를 외치며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외국 정도는 안방 드나들 듯이 드나들고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이렇게 발전한 나라 한국의 장애우들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아무런 의미를 던져 주지 못한다. 인식의 장벽과 물리적 장벽이라는 양대 장애물 사이에서 삶 자체가 위기에 처한 것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의 벌어진 두 사건은 이러한 현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
지난 10월 10일 서울 구산 중학교 특수반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임계전 양(지체와 정신지체 중복장애)이 계단 끝에 걸려 추락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계단에 난간이라도 있었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 불상사였다.
장애학생 추락사와 휠체어 장애우 폭행사건
학교측은 사고가 나자 "시설을 할 수가 없다. 솔직히 말해서 2천 명이 다니는 큰 학교에 장애아 13명 때문에 따로 시설을 할 수 있겠나?" 라고 무책임한 변명을 하고 있다. 계단에 난간을 갖추는 것이 어떻게 장애학생들만을 위한 시설인가? 장애를 갖고 있지 않는 학생일지라도 그런 시설 아래서는 임계전 양의 경우와 같은 일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신변에 조금이라도 위해를 가 할 수 있는 시설이라면 마땅히 솔선수범해서 고치는 게 학교의 마땅한 의무이다. 더군다나 장애 학생들이 불편해 하는 시설이나 사고 가능성이 있는 시설을 예산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방치해 둔다는 것은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비정한 일이다. 정부에서도 학교 시설에는 우선적으로 지원해 장애우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마땅하다.
10월 13일에는 술 취한 고교 교사가 휠체어를 탄 장애우를 별다른 이유 없이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좁은 골목길에 휠체어를 탄 장애우가 보행을 방해한다며 휠체어를 뒤집어 땅바닥에 넘어트려 폭행을 가하고 1시간 여나 따라오도록 위협을 가한 것이다. (10/13) 한마디로 장애우의 인권을 말상하고 수치감을 강요한 사건으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사건을 단순히 우발적 사건으로 보기에는 수법이 지나치게 잔혹하고 집요하다. 그의 행동은 장애우에 대한 불쾌감에 가깝다. 이는 우리 사회가 장애우에 대해 갖는 차별, 편견의식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서 문제는 이런 사고방식이 계층을 가리지 않고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지도층의 님비
님비현상도 장애우의 인권을 짓밟는 심각한 사회 문제이다. 최근의 님비는 규모가 집단적이고 수단도 강력하다. 특히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경기고의 동문회 차원의 반발은 사회지도층의 이기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교육부가 경기고교내 부지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기로 하자 김집 경기고 동문회장이 설립 재고요청서를 교육부에 보내는 등 동문회 차원의 집단적인 압력이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고 동문회 측은 표면적으로 부대시설 추가 설치 계획 반대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장애우학교가 들어서면 명문고의 명예가 훼손된다는 것이 반대 이유인 것으로 교육부는 보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들은 경기고 출신의 영향력 있는 인사가 워낙 많아 설립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2001년까지 모든 장애아동에게 특수교육 기회를 준다는 목표로 특수학교 설립 계획을 추진 중이나 다른 곳도 집단적인 반발이 예상돼 시작단계부터 계획 자체가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국민 09/29) 소위 사회지도층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소유한 사회적 지위와 힘을 이용해 히스테리적 반응을 보이는 것에 허탈할 따름이다.
교통장애우 시급한 사회문제
한편 최근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이하 지장협)가 교통사고를 당한 장애우를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는 위기에 빠져있는 장애우들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를 입는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중요한 권리의 박탈과 빈곤층에로의 전략을 의미한다.
지장협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통사고를 당한 장애우 중 절반인 48.9%가 직업을 잃어야 했으며 기혼자 중 12.9%는 이혼 또는 별거를 해야 했다. 설사 직업을 갖게 되더라도 16.1%에 해당하는 사람이 직업에 복귀하기까지 4년 이상을 소요해야 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사고 후 대다수의 사람들의 미래관이 어두워지고 74%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자살을 기도했거나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해 시급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교통사고로 1만 87명이 사망하고, 35만8백62명이 부상을 당해 하루 평균 28명이 숨지고 961명이 부상했다. 한편 교통 장애우는 4만3천8백62명으로 하루 1백20명, 1시간에 5명꼴로 발생했다. (09/20)이에 따라 장애우의 비중에서도 교통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91년 27.4%, 93년도 28.5%, 지난 6월말 29.1%로 높아졌다.(조선10/5)
그 밖의 주요 기사로는 서태평양 뇌성마비협회 서울국제회의(10/04-10/06)를 들 수 있는데 이 회의에서는 각 분야의 논문 45편이 발표되었다. 그 중 필리핀 알란창 박사의 논문이 눈길을 끄는데 이 논문에 따르면 마닐라의 엘크스 뇌성마비 프로젝트는 신체장애우를 위해 설립된 첫 번째 비정부기구로서 장애우 재활기관의 한 모델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학교와 종합병원을 갖추어 45년간 1만8백5명의 뇌성마비 어린이를 치료했으며 이 중 4천5백명의 기초 자료가 통계 처리되어 학문적 연구자료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한겨례 10/05)
국감 단골 메뉴 장애우 고용율
63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이 확정됐다. 정부는 이번 예산을 국민복지 향상에 최우선 순위를 둔 삶의 질 개선 예산이라고 스스로 평가를 한다. 사회복지 예산은 3조4천9백억으로 16.8%가 증가되었고 보건복지부 예산은 2조7천4백47억원으로 18.8%가 증가해 모처럼 일반회계 예산 대비 4.04%를 차지해 4%대로 올라섰다.
이는 3년간 연평균 9%비해 많이 늘어난 수준이나 일반회계 증가율 16%를 약간 웃도는데 불과해 대통령 공약이나 올해 들어 여러 차례에 걸쳐 대통령과 고위층들이 강조하던 1만달라 시대에 걸 맞는 복지와는 거리가 있다. 대통령이 9월 13일 신경제 추진회의에서 제1도, 제2도, 제3도 경제이다. 전 세계가 모두 경제를 위해서 뛰고 있다고 밝힌 것처럼 정책의 우선 순위를 여전히 경제이다. 한편 사회복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총예산의 10%에도 미치지 못해 선진국에는 물론이려니와 방글라데시(12.3%), 스리랑카(18.6%),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겨례 10/01) 방위비 증가율은 10.7%로 4년만에 두 자리수로 증가해 전체 재정의 22%를 차지해 사회복지 발전에 지장을 주고 있다.
장애우 의무고용을 준수는 매번 국정 감사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주 메뉴이다. 언론에서도 매번 똑같은 논조로 기사를 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를 신랄하게 질타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아도 나아지는 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추궁하는 국회의원이나 정부나 기업이나 저마다 해결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국감자료에 따른 통계를 나열해 보면 아래와 같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고용 장애우 2천3백9명, 고용비율 0.83%(7월말 현재), 기업체: 의무고용 인원 4만5백85명 중 9천3백31명(22.4%) 고용(09/26), 30대 재벌그룹: 의무인원 1만5천2백68명, 고용인원 1천8백8명(13%), 고용율 0.41% 전체공무원: 2천3백9명 고용 고용율 0.83% 서울시: 524명 중 418명 고용, 고용율 1.6%
선경, 코오롱, 진로 등 4개 그룹은 장애우 고용율이 0.1%를 밑돌아 장애우를 기피하는 대표적인 그룹으로 꼽혔고(동아 09/26) 루즈벨트를 등장시켜 장애가 차별 받지 않는 사회, 그곳에 세계일류가 있다라는 광고를 화제가 된 바 있는 삼성은 아이러니 하게도 37억 3천만원으로 부담금을 내 낙제 점수를 받았다.
한편 장애우 고용율 부진으로 장애인고용촉진은 집중포화의 대상이 되었다. 한겨례 신문은 "장애우 고용촉진 기금 1천억 기금 낮잠"이라는 제목으로 공단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10월 12일 국정감사에서 박세직 의원은 여당의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고용촉진 공단을 해체하라는 강경한 발언을 했고 민주당 의원 원혜영 의원도 공단 직원 3명이 월 평균 1명의 장애우를 취업시킨 꼴이라며 일각에서 정상인 직장 안전공단이라 불리우는 것을 꼬집었다.(동아 10/12)
한국일보 10월 14일 자에서 국감인물로 소개된 원혜영 의원은 장애우 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은 의원으로서 노동부에 감사에서 *장애우고용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 *장애우복지공장과 연계고용제등 실질적인 고용확대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장애우복지공장과 연계고용은 장애우계에서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어서 의외이다. 장애우계가 좀더 적극적으로 장애우계의 입장을 반영하는데 주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애우의 편리한 삶을 위한 국제적 노력
미래가 장애우들에게는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미래에 대해 가장 두려움을 갖는 사람들은 아마도 장애우들일 것이다. 반면에 미래에 대해 가장 큰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장애우들일 것이다. 이는 의학과 기술의 진보에 대해 거는 기대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고 특히 장애우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국제적으로 기술과 의학분야에서 최후의 목표는 장애상태를 정상상태로 되돌리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각장애우에게 광명을 찾아주고 걷지 못하는 사람을 걷게 하고 기술의 극대화를 통해 장애우들의 편리한 삶을 도모하는데 쏟는 노력은 경제력 이전에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세계 통신 올림픽이라고 일컫는 텔레콤 95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스마트하우스였다. 스마트하우스는 장애우와 나이든 이들의 정보화를 위한 모임인 "코스트 219"이 장애우에게 도움이 되는 모든 기계를 집약해 꾸민 꿈의 주택이다. 아이비엠 등 전 세계 38개 업체가 협력해 만든 집이다. "이 주택을 우리들은 10명 가운데 하나를 위한 것이라고 부르고 있다"은 코스트 219 스위스 국가대표 파트릭 로의 말은 무척 인상적이다. 장애우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국제적인 공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럽기만 하다.(한겨례 10/03)
장애우들의 상실된 기능을 회복시키려는 연구도 국제적으로 활발하다. 하버드의과대는 뇌에 전기적 자극을 보내 시각장애우들의 시력을 회복하게 하는 컴퓨터 칩을 개발했다. 일명 바이오 눈이라고 부르는 이 장치는 동물실험을 마치고 내년 봄 임상실험에 들어가 2010년쯤 실용화 돼 전 세계의 많은 후천성 시각 장애우들의 시력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서울 10/02, 조선 10/12)
프랑스에서는 최근 척수마비 장애우의 팔과 다리에 전자 칩을 심어 재활 할 수 있게 하는 바이오닉맨에 대한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며 미국에서는 지구위치 측정시스템(GPS)을 이용, 시각장애우들을 위한 첨단 시각장애우 안내 장치를 개발 중이다.(한국일보 10/12)
장애우들의 천국이라는 미국의 장애우들에 대한 세밀한 관심은 언제나 놀라움을 준다.
미국 캘리포니아 일부 영화관들을 영화 상영과 함께 별도의 헤드폰에서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장면을 상세하게 설명해 시각장애우들도 영화감상이 가능한 시어터비전 영화관을 열었다. 한편 미 영화협회는 청각장애우들에게 극의 진행상황을 알려주는 특수 자막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세계 09/25) 미 법무부가 버지니아주는 교도소 시설을 휠체어장애우가 사용할 수 있게 개조하라는 지시도 내렸다.(세계 09/30)
또한 미국에서는 자동차로 고객을 찾아다니는 서비스업인 자동차 프렌차이즈가 성업 중이다. 이중 겐터키주 휠체어 겟어웨이사는 휠체어를 들고 내릴 수 있는 장치가 부착된 장애우전용 밴만을 임대해주는 회사다. 필요하면 운전기사도 제공하는데 하루임대나 주간 또는 월간 단위의 임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전역에서 85개소가 영업 중에 있다.(조선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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