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유치와 장애우 삶의 질은 별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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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개최 열풍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한 장애우 단체서도 월드컵 유치를 기원하며 국토종단 행진을 했다. 국가적으로 경하할 만한 일이다. 온통 월드컵 유치로 도약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란 전망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늘 쪽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월드컵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월드컵이 장애우 등 소외계층의 삶까지 담보해 줄 리 없다. 물론 이들도 월드컵을 지켜볼 것이고 승리하면 환호할 것이다. 그러나 그 환호 뒤의 벅찬 삶에 다시 한숨 질 것이다.
월드컵 유치는 과연 승리인가?
8년 전 일이 생각난다. 당시 정부는 올림픽만 끝나면 세상이 달라질 것처럼 얘기를 했다. 그때 일단의 장애우들이 놀라운 투쟁을 했다. 그때와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한다. 과연 달라진 것이 많다. 그러나 장애우는 여전히 교육도 못 받고 직업도 없이 궁핍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달라지긴 했으나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아니다.
월드컵이 끝나면 세상이 달라질 것처럼, 그것이 통일도 가져다 줄 것처럼 얘기를 하는 모양새가 8년 전과 참 많이 닮아있다. 월드컵 유치가 결정되었을 때 일본과의 외교대결의 승리라고 하며 온 나라가 들썩였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승리했는가? 지난 6월 2일 오사카 스타디움이 문을 열었다. 이 경기장에는 놀랍게도 청각장애우를 위해 특별한 전자파를 보내는 장치가 지하에 설치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2백 50개 척추장애우석이 마련됐다. FIFA 실사단으로부터 인간을 생각하는 경기장 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조선 06/02, 06/06)
88올림픽을 치렀던 잠실 메인스타디움은 유감스럽게도 장애우를 전혀 배려하고 있지 않다. 아마도 장애우는 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필자도 언젠가 메인스타디움에 공연을 보러 갔다가 엄청난 계단 때문에 생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다. 현재 월드컵 경기 유치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서울의 뚝섬 돔 경기장을 비롯해 인천, 강릉, 천안, 청원, 부산, 대구, 광주, 울산, 전주, 목포, 서귀포 등에서 월드컵에 대비한 경기장 신설이 계획되어 있고, 창원, 포항, 수원 등에서는 기존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증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동아 06/02)
그러나 이들 지방자치단체들이 장애우 편의시설에 관심을 기울일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월드컵 경쟁에서 승리를 했지만 FIFA측에서 장애우 편의시설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면 우리가 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월드컵을 위해 장애계가 해야 할 목표는 정해졌다. 8년 전 그 가열찼던 투쟁정신을 되살려 이번에는 스타디움에 엘리베이터와 휠체어 리프트, 그밖에 장애우 편의시설을 설치하자는 운동을 펼쳤으면 한다.
장애우의 안전을 보장하는 법 제정 잇달아
요즘엔 새로운 장애우 정책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늘 신문을 주목하지 않으면 도대체 뭐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조차 놓치기 쉽다. 대개는 여러 번 반복된 진부한 내용들이지만 발상이 참신한 정책들도 눈에 띈다. 과연 이런 정책들을 장애우들이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지 과연 제대로 시행은 하고 있는지 시행은 할 것인지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사실 이런 부분에서 장애계는 감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 대부분의 장애우 정책들은 장애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 없이 정해진다. 연계고용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서도 공청회 한 번 거치지 않는다. 장애우 정 책이 결정되는 과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는 선언성 ․ 전시성 정책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우리 장애우들이 참가하지 않는 장애우 문제
논의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국제 장애우 인터내셔널(DPI) 헨리 엔스(52) 사무국장의 말처럼 장애우 정책은 장애우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후 결정 되어야한다.
지난달에는 장애우의 안전에 관한 정책들이 속속 발표되었다. 정부는 지난 6일 이수성 국무총리의 지시에 따라 장애우 방치 처벌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생명 상실 위기의 장애우를 방치한 자를 형사처벌하고 장애우를 놀리는 행위에는 경범죄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 도입된 정책 개념으로서 주목된다. 이는 지난 4월 이수성 총리가 주재한 국정좌담회 때 참석한 장애우 전문가들 건의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장애우 구조책임 방기 문제는 학설로 인정되고 있으며 일본에서 실제로 시행중이다. (06/06 국민 06/07 서울)
이런 영향 때문인지 부산에서는 문을 연 채 출발을 해 장애우 승객을 다치게 한 운전기사가 과실치사 혐의로 긴급 구속되기도 했다. (06/11 중앙) 어린이, 장애우들이 차도를 횡단할 경우 운전자의 차량 일시 정지 의무(7월 시행)도 (05/21) 역시 장애우의 안전을 보장하는 정책이다. 한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장애우 차량 주차 관련 조례 개정이 잇달아 이루어져 장애우 차량 주차 할인 이 확산될 전망이다. 경북의 경우 안동시와 의성군 ․ 김천시가 이미 장애우 주차료 할인을 실시하고 있는 데 이어 대구를 비롯하여 포항시와 구미 ․ 영천시도 조례를 준비 중에 있다. 경북도 관계자에 따르면 1-2개월 안으로 대부분의 기초단체가 장애우 주차료 감면조례를 만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는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개정안을 마련해 빠르면 8월부터 주거용을 제외한 업무 ․ 의료 ․ 숙박 ․ 관람집회시설용 건축물 등을 신축할 때 부설 주차장 설치 규모의 2% 이상을 장애우 전용 주차장으로 확보토록 의무화했다. 서울시는 보행권 확보와 보행 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조례도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도 기본적인 삶의 질이 보장 되어야만 빛을 발할 수 있다.
문화 분야서 시각장애우의 활약 활발
장애우의 문화가 부쩍 달라지고 있다. 특히 컴퓨터, 음악, 스포츠 분야에서 시각장애우들의 활약은 눈이 부실 정도이다. 장애의 한계를 느끼지 않고 스포츠를 즐기는 일이 이제 선진국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애틀란타 올림픽에 대비해 맹훈련 중인 시각장애우 마라토너 강대석 씨는 이미 세계 스타 대열에 들어서 있고(06/15 문화) 60대 시각장애우 차광조씨는 수상스키를 즐기고있다. (06/07 한겨레) 48회 미스터코리아 선발대회 결선에 오른 남동훈 씨도 역시 시각장애우이다. (06/15 중앙) 얼마 전에는 시각 장애우 볼링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음악 분야에서는 재미 피아니스트 이재혁 씨가 카네기 홀에 데뷔함으로써 주목을 끌었다. (06/16 동아)
한편, 한겨레신문의 영국 케이블 TV 안팎 곱사등이 위기감‘ 이라는 기사에 장애우들의 항의가 잇달고 있다. (06/06한겨레)언론의 언어 선택의 문제는 수도 없이 지적되었으나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는 사안이다. 조선일보의 21세기 주역 NGO라는 기획에서 장애우 NGO(비정부기구)를 소개하고 있는데 흔히 다루는 소재가 아니어서 관심을 끄는 기사였지만 국제재활협회 (RI)가 장애우들을 위해 「정상인」들이 만든 단체라면, DPI는 장애우 스스로의 조직이다." 헨리 엔스(52) 사무총장은 신체적 불구를 개인적 비극으로 치부하는 태도를 단호히 거부 한다" 라고 하여 (05/24 조선일보) 기사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절름발이나 꿀먹은 벙어리 도 여전히 즐겨 쓰여지고 있는 표현이다. 경주고속전철 경로 변경 관련기사에서는 거의 모든 일간지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절름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 (05/.27 조 선 ,05/31 한국, 06/06 동아, 06/06 경향, 06/09 한겨레)
선진국 복지는 미래의 시금석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장애우를 위한 첨단 정책들과 사회 현상들이 아직은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바다 건너의 얘기이지만 앞으로 우리 사회에 적용될 것들 을 시대를 앞서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시금석으로 삼을 만하다. 근착 외신들에서 우리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는 사회현상과 정책들을 발견할 수 있다. 중앙일보는 유럽의 노인대책 이란 기획에서 노후 연금제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복지선진국 프랑스와 영국의 경우 선진복지의 표본이지만 노인연금의 부담이 커짐에 따라 청장년층이 반발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연한을 줄이고 개인 부담을 늘리는 등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고 있다. (05/31 중앙)
독일의 경우 아직은 여유가 있는 편이나 연금제도 개혁방안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독일은 사회보험의 완성판이라고 불리고 있는 개호보험을 실시 중이다. 개호보험은 노령화 시대를 맞아 누구나 치매 등 장애를 사회가 떠안자는 취지에서 시작 했는데 국민의 90%가 가입하고 있는데 노인이 아닌 젊은 장애우도 그 대상이다. 현재 120만 명이 혜택을 받고 있는데 개호 대상자에 따라 현금지급 또는 하루한 번, 세 번 하루 종일 등 전문가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판단에 불복하는 소송제도까지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연금이 개시된다. 정부는 노령화 시대의 부담을 겪는 선진국의 전처를 밟지 않는다는 입장이나 이제 서야 첫발을 내딛은 처지에 벌써부터 경직되게 운용하기보다는 선진국의 예처럼 그때 가서 융통성 있게 정책 조정을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정작 큰 문제는 37년 후면 기금이 바닥날 정도로 재정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작년에 전체 기금의 71%인 10조 4천억을 사회간접 자본 건설, 중소기업 지원 등 공적인 목적에 전용해 기금의 이익을 늘리는 것에 위배하고 있다.
한편 최근에 일본에 등장한 고령자 아파트 실버피어 는 첨단기기를 설치하여 노인의 안전을 예방한다는 점에서 기발한 시설이다. 현관과 화장실에는 안부 확인 시스템이 있어 12시간 이상 출입 흔적이 없을 경우 경보 등이 켜져 신변의 이상을 알리고 긴급통보 설비를 설치해 위험에 처할 경우 관리인에게 신호를 보내도록 되어 있다. 노인들이 찬바람에 오래 노출되는 것을 고려해 세탁기마저도 실내에 둘 정도로 완벽하다. 그럼에도 방세가 다른 민영아파트의 4분의 1에 불과해 경쟁률이 40대 1에 달한다. (05/31 중 앙)
이 밖에도 일본은 노인과 장애우 정책에 최첨단 매체들을 적극 활용해 늘 신선한 충격을 준다. 일본은 쌍방향 통신을 기반으로 도시형 케이블 TV를 도입해 이를 이용, 장애우 정책을 펼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곧 멀티미디어 가정 6백가구를 조성해 재택근무와 장애우, 노인복지행정을 대상으로 1년간 실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05/29 한국)
미국에서는 난치병 환자의 죽을 권리를 요구하는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살 가능성이 없을 경우 치료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지침서를 제출한 환자는 혼수상태에 빠지자 병원 측이 산소 호흡기를 씌우고 수혈까지 한 병원에 반발, 소송을 제기했고, 퇴행성 유전병 질환자에게 항생제 주사를 놓은 사례, 정맥주사만을 뇌졸중환자에게 튜브를 통해 영양을 공급한 사례 등에 환자를 무시한 폭력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위기에 처한 환자를 최선을 다해 살리려는 의사들의 책임감과 환자의 고통사이의 갈등은 남의 일 같지 않다. 환자의 인권을 생각하기보다는 환자의 상태 와 무관하게 과잉진료를 남발하는 우리의 의료계와는 차이가 크다. (06/04 중앙)
글 / 이현준(근이양증 장애우,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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