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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건립 반대와 장애우 권리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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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장애계의 풀리지 않는 숙제중 하나는 시설 걸립에 대한 문제였다. 법적 절차를 밟아 정당한 권리로 들어서는 건물을 주민들이 물리력으로 저지하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횡포였다. 이에 대해 관과 법률은 뒷짐을 지고 있었다. 오히려 관과 법이 탈법적인 압력의 편을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2일 서울 민사지법합의 50부의 판결은 장애우 운동사에 큰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었다.

 "아파트 주민들이 뚜렷한 이유나 법적 권리 없이 자신들의 목적만을 달성하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방해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이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집단 이기주의적 행동에 해당한다." 이는 밀알재단이 일원동에 세우려던 정서장애우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아파트 주민에 대해 제기한 출입금지 및 공사방해 금지가처분 신청에 대해 내린 판결이다.(02/23) 뒤늦게나마 정당함에 손을 들어 준 법원에 박수를 보내는 한편, 결국은 소송으로까지 가고야만 현실에 비애감을 느낀다.
 이번 판결에 대해 각 일간지마다 이례적으로 사설로 다룸으로써 응원을 보내고 있다.

 

 

장기적 예산계획 없는 국민복지 구상
 선거를 앞둔 탓인지 1월과 2월에는 복지관련 정책이 잇달아 발표되었고 각 당들도 장애우복지에 관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주요 정책 발표를 살펴보면 국무총리실, 6대 국정 운영과제 실천계획 국무회의 보고(01/17 서울), 노동부 업무 보고-장애우복지 공장(동아 01/23), 감사원 감사업무 지침, 장애우 등 그늘진 계층 복지 지원(01/25 조선), 서울 시정운영 3개년 계획(01/25), 이수성 국무총리 178회 임시국회 국정보고(01/29 서울), 세계화 추진위원회 15차 회의 - 49개 세계화과제 확정(02/01 서울), 신한국당 총선 전략 발표(서울 02/07), 2월 15일 국민복지기획단 삶의 질 세계화를 위한 국민복지 기본구상 발표(02/15), 민주당 장애우 10대 공약 발표(02/21) 이중 가장 규모가 큰 정책 발표는 국민복지기확단의 국민복지 기본구상이다.


대체적으로 지난 번 1차 시안의 내용과 같지만 무허가 복지시설 양성화, 노인, 장애우 부양가정에 국민주택 5%할당(98), 중증 장애우 생보 수당 1, 2급 장애우 전체로 확대(98) 등 몇 가지 추가된 내용은 눈길을 끈다. 이날 함께 발표된 문화복지 기본구상에는 문화시설에 장애우 편의시설을 설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지적처럼 역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예산계획이 없다. 이 계획대로라면 당장 내년 예산 책정부터 보건복지부 예산이 40% 이상 증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시정운영 3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3년간  의료 복지 부문에 1조 4천억을 투자하기로 했으나 역시 선진복지와는 거리가 멀다.

 

 

보행자 권리 찾기 운동 활발
 최근 선진국에서는 보행자의권리 찾기가 한창이다. 국내에서도 보행자의 권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언론사들도 보행자의 권리에 대한 기획을 앞다투어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3회에 걸쳐 "탈교통지옥 선진도시는 이렇게"라는 기획을 마련한 바 있다.

 이 기획은 선진국이 보행자의 권리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파리의 위성도시 라케팡스에서는 자동차가 모두 지하로 다닌다. 지상에는 분수대와 광장, 공원들이 이어져 가히 보행자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런던의 횡단보도에는 푸핀(PUFIN)이라는 새로운 신호시스템이 설치돼 있는데 "보행자에게 편리한 신호체계"라는 뜻의 "푸핀"은 신호등 아래에 버튼을 설치해 보행자가 청색신호로 바꿀 수 있게 돼 있는 장치이다. 횡단보도에는 감지가가 설치돼 있어 보행자에 따라 적절한 시간을 계산해 주기 때문에 노약자나 장애우들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있게 건널 수 있다(01/21 조선)

 1월 31일자에서는 런던과 파리의 교통 소비자단체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런던 승객위원회는 84년에 만들어진 민간의 교통소비자 기구로서 위원회는 여성, 노인, 장애우, 중남미 아프리카 출신 등 교통 약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런던 교토공사가 서비스 개선가 장기 운영 계획을 세울 때는 반드시 이 위원회와 협의토록 법률로 못박혀 있을 정도로 그 위력이 대단하다. 프랑스에는 최대의 교통소비자 단체인 "교통이용자 전국 총연합(FNAUT)"이 있다. 78년 설립된 이 단체에는 노인과 장애우 보호연맹(CDHR) 등 150개 민간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장애우를 위한 최적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한 직원의 말에서 이들의 권리 찾기 의식이 얼마나 적극적인가를 알 수 있다.(조선 01/31) 동아일보 1월 31일자에서 교통장애우 기획특집을 다루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하철에 장애우 편의시설을 확충했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아직도 미흡한 실정이다. 지하철 안전도 누차 지적되고 있는 문제이다 3월 개통하는 강서구간, 거여구간의 경우 구배가 급한 곡선형태에서 20cm의 틈이 있고 발산, 개화선 역, 일산구간의 틈이 지나치게 넓어 사고의 위험이 크다. 까치산역의 에스컬레이터는 각도가 30도로 한계기준치를 겨우 통과하고 있다. (동아 01/17, 중앙 01/18)

 정부에서도 교통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정책을 속속 도입할 예정이지만 아직은 전시적 성격이 강하다. 건교부는 "96 교통사고 방지 종합 대책 추진협의회"를 열고, 올해를 "교통안전 생활화의 해"로 정해 장애우 경사로 설치하고 이면도로의 차량속도도 제한키로 했다.(02/13 한겨레)

 

 

납득할 수 없는 정부의 장애우 통계
 보건복지부는 95년 전국 장애우 실태조사 결과 장애우 수가 100만명 (105만 3천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표본 3만 9천 78가구, 13만 556명) 이 숫자는 전체 인구의 2.35%에 해당하는 것으로 후천적 장애우가 88.1%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통계는 상당한 허점을 보이고 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소아마비, 뇌성마비, 근육디스트로피 등 선천적 장애우의 수가 불과 10만 여에 불과하고 20만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어 있는 시각장애우의 숫자도 5만5천에 불과하다. 과연 이 사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납득할지 의문이다. 노인의 장애율은 80년 12%, 90년 35%에 이어 95년에는 44%를 기록하고 있는데 노인의 인구가 급증했다고는 하나 불과 15년 사이에 4배로 급증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편 취학률이 1%에서 39%로 증가했음에도 국졸 이하 장애우가 90년 61.7%에서 95년 61.2%로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여러 면에서 정부의 통계에 의문이 가진다.

 한편 이 결과에 대해 일간지들은 저마다 사설로 다루고 있는데 2월 4일자 동아일보 사설은 그 시각상 문제가 있다. "장애로 일할 능력을 잃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회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들을 위해 더 많은 할 일을 안아야 한다. 장애우의 증가는 결국 다른 부문의 복지투자를 그만큼 제약할 수밖에 없다. 장애로 경제활동에 참가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생산, 소득 결손 또한 국민경제의 손실이다." 이 사설은 장애우 복지를 복지의 한 부분으로서 보고 있지 않고 타 부문 복지에 지장을 주며 국가의 손실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가 더 많은 할 일을 안아야 한다는 주장은 장애우들을 비생산적인 존재로 보는 것이다. 부산 완구제조업체 대성산업사의 사례는 일반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 회사는 고용율 15%에 해당하는 12명의 중증장애우를 고용하고 있는데 작업성과가 뛰어나 장애우 고용을 50%까지 늘릴 생각이다. 이 회사는 장애우 직원을 위해 작업장 출입문을 자동으로 바꾸고 특수의자를 설치해 주었으며 앞으로는 엘리베이터까지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중앙 02/13, 02/04 동아) 이 사례는 기업과 장애우간의 상호작용으로 각자 취업과 생산성이라는 성과를 얻은 경우이다. 장애우 복지는 장애우를 경제활동에 참여시키기 위한 투자의 개념으로 받아 들여져야 한다.

  

장애우의 노력 앞에 직업의 한계는 없다.
  "신체장애는 능력 장애가 아니다.", "장애우도 할 수 있다"라는 구호들이 자주 쓰이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널리 쓰이는 구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단어들이 구차하게 느껴질 만큼, 국내외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장애우들이 많다.

 뉴욕시 브루크린 검찰청의 정범진 검사는 전신마비이지만 강도, 마약, 강력 범죄 등을 전담해 미국 법조계를 놀라게 하고 있으며(01/31 한국, 달리는 지구촌 한인들), 재미교포 안선미 씨(24 선천성 청각장애)는 미국 로체스 공대를 수석 졸업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의 사례는 미국 사회에서 장애우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를 보여준다. 절대 다수의 장애우가 단순직조차도 얻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그러나 이제 국내에서도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 보란 듯이 활약을 하는 장애우들을 찾아보기가 어렵지 않다. 오랜 동안 국내에서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장애우가 없었으나 강영우 씨가 미국에서 시각장애우로서 최초의 박사가 된 이후 장애우 박사가 부쩍 늘고 있다. 얼마 전 연세대 이익섭 교수는 무더기 승진 탈락 속에서 2년간 23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활동으로 당당히 부교수로 승진했다.(01/26 조선) 올해에는 길인배 씨(시각장애)가 "장애우 고용제도에 관한 연구"로 (중앙 02/01), 부산대 이경희 씨(42 여 소아마비)가 "중도 척수장애우의 사회적응을 위한 재활체계 모형"으로 박사학위의 영예를 얻었다.(한겨레 02/24) 미영순 박사 (시각장애)는 에세이집 "눈물고인 가슴에 눈물 대신 품은 뜻"을 발간했다.(경향 02/05) 이제 장애우가 할 수 있는 일이나 직업에 대해 섣불리 한계를 설정해서는 안될 것으로 보여 진다.

  

청각장애우 문자 환경 부쩍 달라져
 무궁화 1, 2호 위성 발사가 완료됨에 따라 청각장애우를 위한 문자 환경이 부쩍 달라질 전망이다. 무궁화 위성이 세계 두 번째로 디지털 전송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청각장애우 자막방송이 수월해졌다.(01/18 중앙) 이에 발맞춰 SBS가 국내최초로 한글캡션방송 기술을 독자 개발해 모든 프로그램에 자막 방송을 도입할 예정이다. SBS는 올가을 뉴스, 드라마에 우선 도입한다.(동아 01/16) 한편 경영 소프트에서는 분당 320자의 온라인 문자 생중계가 가능한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청각장애우를 위한 실시간(REAR TIME) TV 문자방송에 큰 효과를 가져 올 전망이다.(01/18 조선) 정보통신부에서도 청각장애우용 자막방송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기술상의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서 당장 자막방송이 시작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음 문제는 강력한 요구이다. 어떤 이유로 방송국이 자막 방송을 하지 않을 때 설득력 있는 압력을 가해야만 한다.

  

발상의 개선만으로도 복지는 달라진다.
 흔히들 복지는 부자나라가 된 후 걱정해야 할 문제로 많은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 장애우 복지에 대해서도 극소수를 위한 일을 하기엔 아직 나라가 돈이 없다고 주장을 한다. 선진국의 복지에 눈금을 맞추면 너무도 거창해서 단시일내 접근할 수 없는 대상처럼 보이나 정책 당사자들이 조금만 발상을 바꾸면 당장에라도 개선할 수 있는 구석은 얼마든지 많다. 예를 들면 삶의 질을 위해 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적용해 보는 것이다

  세계적인 공연이 일년 내내 무대에 올려지는 영국에서는 학생 경로 우대자 저소득자 장애우에게는 상당한 입장권 할일혜택을 준다. 장애우는 장애우전용 예약 전화번호가 있으며 장애우는 별도 좌석에서 불편 없이 공연을 감상 한다. 일반석 매진 때도 장애우 좌석은 늘 비워둔다.(01/18 한국. 해외의 창) 일본 건설회사 미쓰이사는 노인에게 좀더 편리한 주택을 짓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노인이 되어 노인과 거동의 불편함을 체험한다.(중앙 02/11)

 교육 현장에서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일깨우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선진적인 복지를 창출하는 필수요건이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하윅칼라지(고등학교)는 사회봉사를 주목적으로 하는 6개 특별활동그룹을 운영하고 있는데 장애어린이를 위한 모임(CCS)이 눈길을 끈다. 이 모임은 20-25% 정도의 정부의 보조를 받고 있고 나머지는 기부금과, 학생들이 단체를 직접 방문해서 모은 모금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01/29동아, 외국 교육현장)

위에 열거한 제도들은 우리 현실에서도 적용 가능한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들을 개발해 복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있어야 하고 장애우계에서도 현실 적용이 가능한 방안들을 제시해야할 것이다.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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