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체 전반에 장애우 소재도입 활발 > 대학생 기자단


문화매체 전반에 장애우 소재도입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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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체에 장애우가 소재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연극이나 문학, 광고 등에서 종종 다뤄졌으나 최근에는 미술, 만화, 영화, 사진, 광고 등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장애우를 알리는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투표소 조정은 장애우 최초의 인권선언
 4/11 총선 직후 중앙일보는 15대 당선자 2백9명을 대상으로 등원 후 입법계획을 설문 조사 했는데 52명의 후보가 복지 문제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11명은 노인복지, 9명이 장애우 복지에 관심을 나타냈다. 당선 소감에서도 장애우의 복지에 주력하겠다는 후보들이 많았다. 이들 중에는 이성재, 추미애, 김민석, 정동영 씨 등 참신한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어 기대하는 바가 크다.

 한편 복지 문제가 총선의 주요 쟁점으로서 등장하면서 표 얻기에 장애우를 이용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언론학자 이의정 교수는 총선에서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조작을 지적하며 KBS가 장애우의 날에 방송하기로 했던 장애우 가요제전을 갑자기 6일로 당긴 것을 가리켜 방송의 여당 도와주기로 해석하고 있다.(한국 04/25) 총선을 앞두고 의도가 불분명한 장애우 먼저 운동이 갑작스레 튀어나온 것도 의혹을 눈길을 피할 수 없었다.

 이번 총선에서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고층 투표소에 대한 장애우계의 대처였다. 특히 지장협 강릉 지회는 총선 불참, 침묵시위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하며 강력히 대응을 했다. 참여연대도 장애우계의 이런 움직임에 동조해 조속한 대책이 없을 경우 헌법소원, 행정소송, 손배청구 등 법적 대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동아 04/04)


이런 움직임은 언론으로부터도 공감대를 얻어내 중앙일간지들은 사설을 통해 연일 투표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국 강원도 내 854개 투표소 중 143개가 1층으로 옮겨진 것을 비롯하여 전국 투표소 중 고층투표소 3천1십3(조선 04/05) 곳이 2천6백3십6(16%)곳으로 줄어들었다. (동아 04/02) 비록 전체 투표소를 1층으로 조정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장애우의 인권을 대외적으로 알려 기본권을 찾았다는 측면에서 최초의 장애우 인권선언이라 평가할 만 하다.

  

실천 없는 큰 정책보다 기존 정책의 성실한 시행이 중요
 지금 장애우들의 상실감은 극에 닿아 있다. 최근에 잇따르고 있는 장애우의 죽음은 이런 상실감을 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장애우들은 더 이상 정부의 정책에 기대하고 있지 않으며 기다릴 여유도 없다.

 실제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공허한 구호보다는 실천이 필요하다. 새로운 정책 개발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정책의 성실한 실행만 이루어져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존 정책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예가 허다하다. 비단 장애인고용촉진법 뿐만이 아니다.


 90년 제정돼 시행주인 장애인복지법 중 31조와 26조는 지켜지지 않는 대표적인 법안이다. 이 법 31조에 의하면 보건복지부장관이 폼목을 정하여 국가, 지자체, 공공단체 등이 장애우 복지시설 등과 수의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6년이 지나도록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한 품목은 단 한 건도 없다. 이 바람에 35장애우 보호작업장의 판로가 막혀 23개가 문을 닫았다. 같은 법 26조(생업지원)에는 공공시설 안에 식료품, 사무용품, 신문 등의 매점이나 자판기 운영 시 장애우의 신청을 우선적으로 반영한다고 되어 있으나(동아 04/20) 장애우 단체에 알리지 조차 않아 5, 8호선 신문가판대 설치 외에 실적이 없는 형편이다.

 생활보호대상자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은 것도 복지 시책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저소득층 노인들이 입소하지 못해 양로원, 치매, 중풍병원들의 수용률은 70%에 불과하다.(04/15) 장애우 자립자금도 마찬가지이다. 옥천군의 경우 관내 등록장애우 7백6십5명에 달함에도 한 가구밖에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다. (중도 (0417) 한편 광주시의 재활복지계 신설은 전시적인 행정의 표본이다. 3만여명이나 되는 장애우의 업무를 사회과 사회계 직원 한 명이 직책만 바꿔 맡고 있다.(무등 (04/24)

 

 

문화 매체 전반에 장애우 소재 도입
 문화매체에 장애우가 소재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연극이나 문학, 광고 등에서 종종 다뤄졌으나 최근에는 미술, 만화, 영화, 사진, 광고 등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장애우를 알리는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소설가 김원일 씨의 신작 "아우라지로 가는 길"은 자폐아 아들을 둔 지은이의 체험이 녹아들어 있다. (서울 04/18) 서울 장애인종합복지관은 이현세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정신지체아동인 까치의 극복과정을 기린 "우리친구 까치"를 제작해 화제가 되고 있다. (국민 04/18)

 한편 독립영화(Indefendent Movie)작가인 박기복 씨는 걸인, 앵벌이, 뇌성마비 장애우들의 삶을 담은 비디오 다큐 연작 "우리는 전사가 아니다. 1, 2, 3"을 제작했다. "노동자들은 집단화해서 또 다른 권력을 쟁취하려는 반권력의 싸움이나마 벌이지만 이들은 자기 상황조차도 추스르기 힘들다."고 작품의 의도를 밝히고 있다.(한겨레 04/20)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중화가 김근태 씨는 정신지체인들의 삶을 그린 "들꽃처럼 별들처럼" 전시회를 열었다. (광주매일 04/25)

 광고에서 장애우의 이미지를 도입하는 것도 이제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등장은 그 절정이라 볼 수 있다. 최근 쌍용그룹은 PR광고에 스티븐 호킹(루게릭병) 박사를 등장시켜 신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알리고 있다. 그러나 광고 속성상 발상자체가 순수하게 보여지지는 않는다. "스티븐 호킹 박사 광고 출연은 모델파괴의 극치이다. 기업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해서 단숨에 시선을 끌 수 있는 주목률 높은 모델이 절실했다."(중앙일보 04/14) 바로 이것이 스티븐 호킹을 선택한 배경이다. 같은 기사에서 "휠체어는 물론 호흡까지 보호장치에 의존해야 하며 일그러진 입가에서는 계속 침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고 하며 눈에 거슬릴 정도로 거친 표현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쌍용측은 광고 제작 후에 혐오감을 느끼는지 여부에 대한 소비자조사까지 했다.

 지금으로서는 스티븐 호킹의 광고 등장을 섣불리 평가할 수 없겠지만 장애우의 이미지를 광고에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이고 광고가 미치는 영향력에 비추어 이 분야에 대한 모니터와 검증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최근 "컴퓨터월드" 등 5개 컴퓨터 전문지에 일제히 점자광고를 게재하고 있다.(동아 04/11) 롯데리아 광고에 세련된 여성 모델이 휠체어를 타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편의시설과 관련한 미국의 판결
 지난 4월 26일 체르노빌 원전 10주년을 맞이하여 그 참혹상을 되짚어 보는 기획이 많았다. 95 유엔의 체르노빌 보고서에 의하면 피폭자 80만, 오염지역 16만Km, 난민 40만명, 직간접  피해자 900만명 이상으로 밝혀지고 있다.(04/24, 04/26)
 편의시설과 관련 미국에서 내려진 중요한 두 가지 결정은 한창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4월 16일 미국의 주요 극장 체인 중 하나인 "유나이티드 아티스트"는 장애우를 동반한 보호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특수시설과 의자를 극장 내에 마련키로 했다. 그에 앞서 장애우 인권 교육-보호기금이 제기한 소송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버클리기금은 92년 유나이티드 아티스트를 상대로 장애우들을 고려하지 않은 의자를 제공하고  장애우용 의자를 마련하더라도 뒷줄에 설치해 장애우들을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떨어져 있게 한 점을 들어 ADA법 위반 여부를 묻는 소송을 걸었고 그에 따라 법무부는 조사에 착수했다.


결국 4년만에 유나이티드 아티스트는 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50만달러 지급과 함께 시설에 대한 시정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다.(세계 04/23) 이 소송 건에 대한 법무부의 발표는 더욱 인상적이다."유나이티드 아티스트의 선도로 미국의 극장산업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며 5백만 명에 달하는 장애우들이 새 고객으로 자리 잡을 경우 시설보수 비용은 쉽게 충당될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 극장들이 대부분 ADA법안의 요구조항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판결이 갖는 의의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장애우 권익옹호협회는 94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장애우 차별빌딩으로 고발한 바 있는데 이 건물이 1931년에 완공됐음에도 빌딩 측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개수공사를 했다.(동아 04/20)

 그 밖에 미국 대학생과 정신지체인의 모임인 "좋은 친구들"이란 학생봉사활동 프로그램이 펼치고 있는 "주말을 색다르게(USA Weekend)" 행사(정신지체장애우의 문화 체험을 돕는 1대 1 자원 활동), 연이은 베스트셀러로 돈방석에 앉은 흑인 여성 소설가 코니 브리스코(청각장애), 칸느 영화제 사상 정신지체인으로서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빠스칼 디껜 등이 눈길을 끄는 기사였다.
 

편의시설 미비는 장애우의 모든 활동을 제약하는 장애물
 장애우의 날이 되면 장애우의 기사가 넘쳐 난다.
 장애우를 다룬 기사는 천편일률로 동정심을 유발해야 한다는 게 기존의 틀이었으나 최근에 이러한 경향이 바뀌고 있다. 물론 동정 유발성 기사가 여전히 많기 는 하나 장애우를 둘러싼 구조적 모순을 고발하는 기사가 부쩍 늘고 있어 반갑다. 이들 기사의 행간에서 높은 현실의 벽과 좌충우돌하는 다양한 장애우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우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큰 현실의 벽은 단연 편의시설이 없는 거리나, 건물일 것이다. 장애우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거리를 다닐 때의 고통은 장애우가 아니면 절실하게 알 수 없다. 모처럼 부인과 나들이를 했다가 멋모르고 경복궁에서 덕수궁까지 가는 동안 지하도와 횡단보도에 기가 질려 두 번 다시 도심 나들이를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는 한 휠체어 장애우의 경험은 이런 고통을 절절하게 웅변하고 있다.(조선, 휠체어 장애우의 고궁 나들이 04/16)

 시민교통환경센터가 중계 3동, 하계 1동, 하계 2동 장애우임대아파트 2천4백여 가구를 조사한 결과 승강기 조작판, 비상벨이 높이 설치돼 있고 계단과 경사로에 핸드레일과 막대형 손잡이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이 때문에 장애우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한겨레 04/24)

 또한 학교의 장애우 편의시설 미비는 장애우들의 학업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연대, 이대, 서강대, 대구대, 장신대 95학번 학생 8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도서관, 식당, 강의식, 화장실, 공중전화 등 모든 시설에 장애우 편의시설이 설치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도서관 서가 사이가 너무 비좁아 휠체어가 들어가지 못하며, 강의실마저도 못 들어가는 경우가지 있다. 이 때문에 원하는 수강을 들을 수가 없고, 교우나 교수와의 관계에도 애를 먹고 있다.(04/11)

 결국 장애우 편의시설 미비는 장애우의 모든 활동을 저해하는 최대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장애우 스스로가 이런 벽을 허무는 노력을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한겨레 신문에 소개된 한 장애우 부부는 동네의 상가 등 건물 입구 턱과 계단을 평평하게 고쳐주도록 건의 하는 활동을 펼친 끝에 동네 은행의 옆문 계단을 없애는데 성공했다.(한겨레 04/18) 연세대 특례입학 1기생들은 게르니카라는 모임을 결성 수업 받을 권리 찾기(서울 05/03)에 나섰다. 이들은 5월 8일부터 서명운동에 돌입하고 지난 5월 18일에는 시설물에 관한 요구사항 10개의 항을 발표했다. (조선 05/19) 위의 사례처럼 개인의 의식 변혁이 바탕이 되어야 장애우 운동은 더욱 강력한 변혁운동으로 발전이 가능하다.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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