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발
본문
7년 전 저희 연구소는 “장애를 입은 사람을 개인적으로 불행한 사람으로 단정짓고 외면함으로써 장애우가 지니고 있는 가능성을 개발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는 사회를 고발하며, 그간 이 땅에서 자행되어 온 각종 복지비리에 대하여는 가차없는 비판을 가할 것이고, 장애우 복지를 관장하는 정부기관이 공허한 장애우복지 정책만을 펼 때에는 조직적으로 저항함과 동시에 건설적 제안을 통하여 장애우 인권해방을 가져오는 일을 보다 실질적으로 수행할 것을 다짐”하면서 연구소를 창립 하였습니다.
돌이켜보건데, 의욕만이 앞서 제대로 된 일 하나 하지 못한 채, 깊은 애정과 관심을 보내주신 함께걸음 독자 및 필자, 장애우대학 강사 및 수강생, 그리고 이름 없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후원자들에게 누를 끼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과, 본의 아니게 연구소의 활동으로 인하여 개인적인 부담을 가지게 된 분들도 있을 것을 생각하면 부끄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러는 한편, 재정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복지를 다루는 사람들의 손이 검어서는 아니된다는 생각과, 장애우 문제는 단순한 동정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으로서 장애우들의 삶에 구체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모든 직원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오직 한 길 장애우 복지만을 고민한 덕에 적어도 지금껏 복지를 더럽혀온 온갖 추잡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고, 더욱 발전된 내일을 기달릴 수 있는 오늘에 이를를 수 있지 않았는가 하는 자만어린 생각을 해 보기도 합니다.
그동안 저희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장애인복지법 개정 및 장애인고용촉진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하여 노력하기도 하였고, 특수학교인 천안이애학교 설립과정에 투기꾼들이 주민을 선동하여 학교설립을 방해하는 것을 계기로 장애우교육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보겠다는 일념으로 많은 특수학교 선생님, 특수교육과 교수님, 장애아동을 둔 부모님 및 법률가들과 함께 특수교육진흥법의 대대적인 개정을 위하여 힘을 쏟아 붇기도 하였습니다.
그 밖에 장애우대학을 개설하여 장애우복지의 이론적 체계정립을 위하여 애쓰기도 하였고, 사진전을 통하여 우리 장애우들의 참담한 현실을 폭로하는 일도 하였습니다. 저희 연구소를 비롯한 장애우 단체들의 이러한 노력과 많은 국민들의 인식향상에 따라 그간 장애우에 대한 인식과 장애우 복지정책이 나아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이 사회에 장애우 복지를 빙자하여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들이 버젓이 존재하여 장애우들에 대한 인식을 더욱 나쁘게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온통 계단과 도로턱으로 이루어진 거리는 지체장애우나 시각장애우가 마음 놓고 거리를 다닐 수 없도록 함으로써 장애우를 이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있으며, 장애우 재활시설이 들어설 경우에는 땅값이 떨어진다는 해괴한 이유를 들어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한편 장애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고, 장애를 입은 아동들이 일교육뿐만 아니라 특수교육 받을 기회가 봉쇄되어 있으며, 능력이 있는 장애우라 할지라도 단순히 장애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취업을 하기가 더더욱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인정할 때, 우리의 지난 7년은 그 시작일 뿐일 것입니다.
아마 남아 있는 일들을 지금까지 해온 일들보다도 더욱 많고, 어렵고, 외로운 길일 것입니다.
저희들은 얼마전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습니다. 어찌보면 연구소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중대한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아주 오랜 시간 고민 하였고, 많은 분들과 이 문제를 의논 하였습니다. 그 결론으로서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여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책임있는 일들을 수행하기 위하여 법인인가를 받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저희는 일반 통념과 달리 정부의 통제나 받거나 일방적으로 정부의 입장을 홍보만 하는 소위 관변단체로서가 아니라, 헌법과 관계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정부가 잘못할 때에는 이를 탓하고, 필요할 때에는 장애우들의 진정한 소리를 건네주는 떳떳하고 당당한 단체로 존재할 것입니다. 나아가 장애우 복지발전에 있어 이론적이고 경험적인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진정으로 이 사회가 요구하는 단체로 남아갈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만이 이 땅에서 마지막 한명의 장애우까지도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다운 삶으로부터 소외받는 일이 없는 참다운 세상을 이룩할 수 있을 것임을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지면을 통하여 말씀드리는 것이 오히려 폐가 될 줄을 알면서도, 그동안 저희와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하다 지금은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직원분들, 저희 연구소의 버팀목으로서 어려운 시기를 지혜롭게 넘기도록 이끌어 주시고 계신 김성재 이사장님, 13대 국회에 계시면서 장애관련 법령의 제․개정 및 장애우복지정책연구 등으로 장애우복지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신 이철용 이사님, 그리고 묵묵히 저희를 돌보아 주신 마마전기의 마길평 사장님과 알로에의 김정문회장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끝으로 저희 연구소에 깊은 애정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그동안 장애우복지를 하는 분들의 안과 밖을 통하여 있어 왔던 근거없고 쓸데없는 오해와 미움이 말끔히 사라지고, 진정으로 장애우복지 발전만을 생각하며 이를 위하여 애쓴 단체들로 성숙해 가기를 바랍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저희 연구소와 관계된 모든 분들과 그 집안에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글/김성재 (본지 발행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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