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소리]다람쥐 쳇바퀴 돌 듯… > 대학생 기자단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장애가 있는 유아에게 특별한 교육적 처치를 하면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지, 학령기 나이부터 교육을 시작하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효과가 있다는 것은 더 이상 외국의 연구 사례나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제는 매우 상식적인 얘기다.
 운동능력이나 지적, 감각적 장애를 수반한 유아들은 그 장애로 인해 다른 영역까지도 영향을 받아 그 기능이 뒤쳐지게 되며 적절한 교육적 처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나이가 들수록 그 차이는 보상되어질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런 아동들은 학령기에 일반학교에 입학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특수학교로 진학하게 된다.
 장애유아를 가진 부모들은 이러한 과정을 밟지 않고 조기에 교육을 받아 최소한 정상적인 아이들의 보통수준 이하까지 만이라도 도달하여 일반학교에 진학시키겠다는 소박한 바람이자 최대의 희망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애아교육의 현실이 과연 이 소박한 바람을 메꾸어주고 있는가?
 금년 2월 일본 동경의 한 장애유아교육기관을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방문하였다. 그들의 교육현장을 비디오로 촬영하며 느낌 점은 우선 친절하다는 점이었다. 낯선 일개 외국인에게 자신들의 교육방법 및 내용을 선뜻 촬영하게 해주는 책임자 이하 교사들의 열정 어린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안내해주시는 선생님의 말씀만 듣고 자신과 자신의 어린 장애유아의 모습이 잘 촬영될 수 있도록 협조해주는 부모들의 자세에 큰 감명을 받았다.
 이러한 모습의 일본 장애유아교육이 의무, 무상교육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 후 한국에 돌아와서 일본에서 촬영한 내용을 특수유아교사들의 한 연구회에서 소개하였더니 대단히 반응이 좋았다.
 우리나라 특수유아교육의 현실을 보면 현재 특수교육을 필요로 하는 전체 유아수의 약10% 정도만이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1993. 3 특수아동조기교육연구회 조사) 이 수치는 앞에서 말한 장애유아 부모들의 소박한 바람을 채워주기에는 너무나도 역부족이다.
 최근 정부에서 기존의 특수교육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는데 그 속에는 특수유아들의 교육을 무상으로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언뜻 보기에는 이 무상교육의 방법이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제거시키는 획기적 안으로 이해될 수 있으나 실제로는 특수유치원 또는 특수학교 유치부에 입학된 아동만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어 현재의 실정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
 특수유아교육을 제대로 이룩하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의무, 무상교육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일반적 진리를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 어려서 교육을 시작하여 아동에게 통합의 기회를 넓혀주고, 궁극적으로 그것이 특수교육 경비 절감을 가져온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무시하고서는 결국 우리나라의 특수교육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항상 제자리에서 맴돌고 말 것이다.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 장애유아에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이유를 들지 않더라도 간단한 논리인 것이다.
 우리나라 10만이 넘는 장애유아의 앞날과 우리나라 특수교육의 질적, 양적 발전을 위해 장애유아의 의무, 무상교육이 무엇보다도 먼저 실현되어야 한다.

글/조정환(인천 비손조기교육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