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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소리]누가 고양이 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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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고양이 목에…

 일전에 인근의 한 특수학교를 둘러 볼 일이 있었다. 정신지체 아동을 위해 유치부에서부터 고등부까지의 과정을 개설하고 있는 역사가 꽤 오래 된 학교였다. 방문한 시간이 오후라 때마침 작업훈련을 받고 있는 중고등부 학생들을 접할 수 있었다. 예상했던 바와는 달리 학생들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각종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임하고 있었다. 목각, 수직, 자수, 등에서부터 PC의 워드프로세서에 의한 문서 타이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학생들의 능력이나 취향 등에 따라 각 직업훈련실에서 담당교사의 지도 하에 진행되고 있었다. 학생들 가운데에는 제법 정교한 솜씨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부지런히 주어진 일에 몰두하고 있는 아동들을 보면서 가르침의 성과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여기에도 의문스럽고 아쉬운 점이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특수교육 현실에 대해 익히 알고 있지 못한 터라 이러한 점들을 여기서 폭넓게 언급할 뜻은 없는바, 다만 필자가 가장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한 가지 의문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보고 싶다. 그것은 지금 아동들이 받고 있는 직업훈련 내용들이 과연 그들의 직업적 잠재력을 개발하는 데에 적합한 것들이며, 따라서 이러한 훈련이 실질적인 직업훈련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깊은 사명감과 열의로 교육현장에서 헌신하고 계신 분들에게 서운하게 들리겠지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을듯하다. 학생들의 장애 유형과 정도에 알맞으며 졸업 후에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망을 가진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있지 못한 것 같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번에 방문한 학교처럼 대다수의 교육대상의 이른바 훈련가능 급에 속하는 정신지체 아동들인 경우에는, 앞에서 열거했던 프로그램들처럼 비교적 정교한 기술과 감각을 요하는 작업영역이 아닌, 좀 더 단순하면서도 이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작업영역을 훈련 프로그램으로 채택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해서 교육행정 당국이 얼마나 관심과 재정을 투여해 왔던가를 묻고 싶다. 물론 현재의 프로그램으로도 작업치료나 직업 전 훈련으로서는 훌륭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것이 직업훈련인 한에서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특수학교가 요육과 생활훈련 및 교과학습뿐만 아니라 직업재활을 위한 훈련의 장으로서도 기능해야 하는 한 그러한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취업공간이 태부족이라는 점이다. 학교가 직업훈련에 충실할 수 없는 이유도 어쩌면 이러한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도 있다. 장애우들을 위한 적합한 일자리나 일감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를 포함한 직업훈련 기관이 구체적인 목표나 방향성을 잡기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시행 중에 있는 의무고용제도는 사실상 허구적인 모양 갖추기에 불과하다. 적용대상 기업체를 지정하고 의무고용율을 규정한다고 해서, 그리고 의무 이행 미달업체에 얼마 안 되는 부담금을 물고 초과업체에 형식적인 지원 금을 준다고 해서 쉽사리 고용이 촉진될 일이 아니다. 지난 2년 간 고용의무사업체가 추가 고용한 장애우 수는 기껏 1,342명에 불과하다고 하니, 이것이 제도시행의 순수한 성과이며 설사 그렇다고 한들 만족할 만한 성과인가? 첫 술에 배부를 리야 없겠지만 이런 상태로 적게 잡아 14만여 명에 달하는 취업희망 장애우의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일반 사업장 취업이 불가능한 장애우들을 위한 노동기회 문제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의무고용 적용 기업체의 의무 이행률이 저조한 주된 이유로서 말하기 쉽게 기업주의 의식상의 문제를 첫째로 들지만, 더 큰 문제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절차적 조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제도적 불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도덕적인 의무를 앞세워 기업 측에 국가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의 의무이행률을 높일 수 있는 좀 더 현실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기업이 장애우를 고용함으로써 발생하게 되는 비용을 국가가 보상해 주는 방식이다. 기업에 보조금을 지불하는 이러한 고용촉진의 방식을 우리나라에서도 채택할 것을 검토중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지금의 지원 금과 같은 형식적인 수준이라면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 국가 투자의 현실화가 없이는 고용촉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밖에도 기업이 직업훈련에 적극 참여하게 하는 위탁훈련의 방법을 도입하는 방법, 업종이나 직업별로 장애우가 취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작업영역을 개발하는 일, 일반 사업장 내에 장애우들을 위한 독립된 작업공간(enolave)을 따로 마련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일, 중증 장애우들에게 취로의 기회를 마련해 주는 일, 보호작업장을 증설하는 일, 장애우를 위한 기업 내 편의시설비나 장비구입자금에 대한 기존의 정부융자제도를 기업이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일 등 국가가 재정투자를 해야 할 영역이 대단히 많다.
 결국 특수학교의 직업훈련이 제 자리를 잡기 위한 조건을 마련할 일차적 책임은 국가에 있다. 동시에 학교 내 직업훈련이 내실을 기할 수 있기 위한 여건을 마련할 책임도 국가에 있다. 종전처럼 희생과 봉사의 정신을 강요하면서 스스로의 책임을 면하려고 하는 발상에서 벗어나 국가는 투자의 폭을 넓혀 나가야 한다. 이제 우리가 답해야 하는 남은 질문은, 누가 어떻게 국가로 하여금 이러한 투자를 확대하도록 만들 것이냐 하는 것이다.

글/감정기(경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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