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피그말리온"은 허구인가 > 대학생 기자단


우리에게 "피그말리온"은 허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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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로부터 수많은 문학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 모든 문학의 모티브는 신화에서 다룬 관점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해 시대가 아무리 바뀌고 세상이 발전하였어도 대대로 면면히 내려오는 원초적 관념만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물론 신화시대로부터 받은 영향이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는 필히 버려야만 될 구습이나 악질적인 편견도 있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란 대표적인 페미니즘 영화가 있다. 스핑크스는 주지하다시피 상반신은 여성이고 하반신은 짐승인 괴물이다. 이 괴물은 수수께끼를 내서 못 맞추면 행인을 잡아먹는다. 오이디푸스가 문제를 풀었을 때 그 녀석은 너무도 열을 받아 스스로 넘어져 죽고 만다. 이 영화는 이 신화를 오늘날까지 이르는 여성차별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여성차별의 사례를 조목조목 고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도 신화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헤파이스토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 중 유일하게 장애를 가진 신이다. 그는 제우스와 혜라의 아들이었다. 직업을 천시했던 그리스인은 고의적으로 그를 가장 못생기고 다리를 저는 것으로 묘사했다.

 그의 장애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혜라와 부부싸움을 하던 제우스가 홧김에 괜히 발로 걷어찬 탓에 지상으로 떨어져 그리됐다는 것이 그 하나요, 혜라가 그가 절름발이로 태어난 것에 불쾌감을 느끼고 그를 하늘 밖으로 내던졌다는 이야기가 그 하나다. 혜파이스토스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또 하나 있다.

 오늘까지도 뭇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인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가장 못생기고 다리를 저는 그와 결혼한 사실이다. 여기까지 얘기를 들은 혹자는 서양의 장애인 관에 감탄할지 모르나 실상을 알면 좋아할 일은 못된다. 아프로디테는 이전까지 핸섬하고 매력으로 말하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잘 나가는 신들을 꼬셔 사생아를 여섯이나 만든 바람둥이이기 때문이다.

 끝내는 창녀의 여신으로까지 전락하는 그녀는 하필이면 마지막 상대자로 혜파이스토스를 택한 것이다. 그래서 이 신화에서는 왠지 불순함마저 느껴지는 것이다. 결국 서양의 장애인 관도 애초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그런 탓인지 서양에서는 증세까지 장애인을 불길한 것으로 여겨 처형을 일삼기까지 하였다.

 혜라가 혜파이스토스를 미워하지 않고 그의 재능을 살려 재활교육을 하였더라면 중세시대에도 장애우는 그런 고통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서양의 역사도 상당부분 바뀌었을 일이다. 실제로 혜파이스토스는 재주꾼이며 봉사를 즐겨하는 신이었다. 그는 건축가이며 대장장이이며 갑옷과 이륜차의 제조를 담당한 신이었다. 그는 올림퍼스 신전의 모든 잡일을 도맡아 한 기사였다. 모든 신들은 그가 만든 놋쇠신발만을 신고 날아다녔다. 한마디로 그리스 신들은 그가 아니었으면 체면유지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 서민은 실질적인 이익을 주는 그를 가장 친근한 신으로 여겼다.

 우리나라서도 예로부터 기골이 장대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학문에 능하고 풍류도 잘하는 선비를 대표적 인간형이라고 꼽아 왔다. <구운몽>의 주인공 "성진"이라든가 <춘향전>의 "이몽룡"이 가장 모범적인 인간형이었던 것이다. 또한 영웅은 하늘이 낸다고 여겼던 까닭에 그와 정반대로 생긴 장애인은 하늘의 실패작으로 여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잠시 신화의 세계에 몰입한 나머지 삼천포로 빠진 느낌이다. 정작 하고 싶은 얘기는 지금부터이다.
 각설하고 다행히 서양에서는 천부인권사상이 나타나 더 이상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게 되고 오늘 날 복지의 토대를 이루게 되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오늘까지도 잘못된 차별의식이 남아있다. 서양과 우리가 차이가 있다면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관념과 장애인이 과연 능력이 있겠느냐는 의구심의 차이일 것이다.

 여기서 나는 또 하나의 신화를 떠올리게 된다.
 피그말리온의 신화이다. 피그말리온은 조각가이다. 어느 날 그는 아름다운 여인의 조각을 빚게 되었다. 완성하기까지 그는 열정적인 사랑을 조각에 쏟는다. 아직 형체가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그 조각을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쓰다듬어 주었다. 여러 날이 흘러 조각이 완성되었다.

자기 생각에도 너무나 아름다운 조각이었다. 그는 그만 조각의 여인에게 사랑에 빠지고 만다. 틈만 나면 조각 여인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깜짝 놀란다. 갑자기 조각여인에게서 체온이 느껴진 것이다. 드디어 그의 사랑으로 조각은 실제의 여인으로 변한 것이었다.

 여기서 "피그말리온 교육이론"이 탄생한다. 말하자면 사랑의 감정으로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면 아무리 모자란 아이도 뛰어난 재능을 갖게 된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슬픈 일이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가보다. 아이러니 하게도 지난 1월 전라북도 교사임용에서 부당 대우를 받은 전현자씨가 면접에서 내세웠던 것이 바로 이 피그말리온 이론이었다.

 이 피그말리온 이론이야말로 교육을 관계하는 자라면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교육관계자들은 이 이론을 망각한 채 비교육적 관점으로 그녀를 탈락시켰다. 그들의 주장은 장애를 가진 교사에 충격을 느낄까 우려했다는 것이다.

 부산에서 장애인 교사를 채용했다가 학부모들의 항의로 몇 달 만에 취소한 사태도 그에 영향을 미쳤다.
 언젠가 장애를 갖고 계신 청평공고 김진철 선생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앉아서 강의하느냐는 질문에 그분은 아직껏 교사가 앉아서 강의한다는 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하셨다. 힘은 들지만 흐트러짐 없이 수업을 하고 무리를 하면서도 아이들과 직접 몸을 부딪히기도 한다는 말씀에 든든함마저 느꼈었다. 장애인 교사가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그들이야말로 교육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닌가 말이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장애인에 대한 미신을 교육현장에서 발견한다는 사실이 비감스럽다.

 얼마 전 교육부의 높으신 양반들이 대책회의를 하는 모습이 뉴스에 비쳤다. 머리가 희끗하신 원로들이 굳은 표정으로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있는 권위적인 모습에서 교육부의 비능률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이 늘 상 뒷전에 놓여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그들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은 있을 것이다. 학교 수 1만 8백 51개, 학생 수 1천 38명, 교원 수 39만 8천 8백명, 대학 이상 진학률 세계 3위… 이것이 93년 현재 우리의 교육위상이다.

 그런데 이에 걸맞지 않게 공교육비는 GNP대비 3.7% (94예산 11조 7백 36억)에 불과하다. 4%이상의 나라가 무려 75개국이다. 그나마도 아예 장애인의 의무교육은 보장조차 안 되고 있다. 교육부관계자는 장애인 의무교육에 엄청난 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발뺌한다.

 GDP 개념으로 환산할 경우 우리의 교육비는 3.4%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보다 국방비 비중이 3배 큰 이스라엘조차 교육비 비율이 5.8%인 것을 고려한다면 핑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편들어 주어야 할 국가기관이 아예 삼십육계 줄행랑이다.

 토마스 해리스의 소설 중에 "리바"라는 여성맹인이 나온다. 베디케미컬 이라는 회사는 국방성과의 중요한 계약을 따내기 위해서 하는 수 없이 리바라는 맹인을 채용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장애인에 대한 미국정부의 막강한 지원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정반대이다. 어느 기관도 장애인을 편들어주지 않는다. 툭하면 경제부처에 의해 장애인 예산을 깎이기 일쑤다. 그러니 무엇인들 제대로 되겠는가.

 93년 한 해 동안 장애인계는 특수교육을 위해 외로운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우리는 지지 말자. 조기교육의 의무교육을 기필코 이루자. 장애인예산도 이대로는 안 된다. 여기서 물러난다면 앞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여기서 이기고 또 다른 도전이 오면 또 이겨내야 한다. 우리만이라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믿자. 그리하여 이 땅의 터무니없는 우리들에 대한 미신도 기필코 뿌리 뽑자.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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