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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소리]전시병, 과소비병, 한국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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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한국은 세계에서 경제성장이 잘 된 나라로 꼽히면서 안정을 받고 있다. 88년 서울에서 올림픽을 개최했을 때 한국과 한국인은 서울올림픽으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선망의 대상이 되었으며 미국의 시사주간지「타임」은 88년 9월 5일자 기사를 통해 "경제적 기적이 올림픽 유치와 성공을 가능하게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경기침체, 중소기업 도산, 수출부진 등으로 우리 제품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필자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지만 제품의 질이 낮고, 수출 후 사후관리에서도 뒤떨어진다고 한다.
 경기의 회복을 위해서 정부나 기업들이 연구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겠지만 이른바 한국병 또는 새롭게 한국병이 되어 가는 사회의 병적 증상을 우리가 치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영삼 정부가 한국병인 "부정부패"를 뿌리뽑는 정책을 쓴다고 약속해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경제의 회복과 함께 한국병의 퇴치문제가 현 시점에서 새 정부가 관철해야 할 가장 중대한 과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누적되어 왔던 부정부패 현상은 권력구조 안에서뿐만 아니라 일반인이 정부에서 이권을 얻어내는 과정에서 음성적인 거래를 할 정도로 심각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 정부의 참신한 개혁 의지와 노력에 기대 할 수 밖에 없다.
 
필자는 평소 한국사회의 암과 같은 요소의 하나로 "사치"와 "과소비" 문제를 생각해 왔다. 우리 사회는 최근 물질적인 측면에서 현대화가 급속히 진전됨에 따라 생산적 현대화를 좀먹는 "소비성 현대화 현상"이 노출되기 시작하였다. 가진 자들은 경쟁적으로 고급가구, 옷, 자동차 등의 소비성 물품을 구입하는가 하면 이들의 외제품 선호를 부추기는 낭비적 전시와 선전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사이에 위화감이 생길 뿐 아니라 계층간의 생활 격차가 날로 심해져가는 양상을 보게 된다. 성장의 혜택을 함께 나누어 공유하는 사회적 균형이 잡혀야만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생활 격차가 가진 자 몇몇에 의해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면 이는 치유할 수 없는 불공평의 징조가 되어 사회적 약자, 가난한 이들의 불평 불만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최근 대형 아파트 주변에는 백화점이 경쟁이나 하듯 늘어나고 있다. 물론 백화점이 여러모로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이로 인해 쓸데없는 곳에 돈을 마구 써버리는 소비성 과식 환자가 되어버리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이를 노린 상인들은 자극적인 광고로 과소비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대학가 주변에 점차 비생산적인 휴식과 놀이를 부추기는 유흥업소들이 범람하면서 호화찬란한 네온싸인으로 젊은이들을 끌어들여 술과 노래와 춤으로 날을 지새는 과소비 병자로 만들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들리는 말로는 일부 대학생들이 과외지도를 해서 번 수입으로 학비를 충당하기보다는 술과 노름으로 탕진하고 있다고 한다. 자가용차를 몰면서 과외지도를 해 학비와 책값에 쓰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한 대학가 주변 환경은 이전과는 다르게 소비성 유흥과 오락 그리고 밀실사교 등이 증가 일로에 있다.
 이런 대학 주변의 거리와 상가의 변모를 볼 때 이를 개선하고 정화하고 건전한 학생문화 창조에 도움을 주는 대학문 밖의 환경정화를 학생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캠퍼스 운동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하다.
 이대 입구 지하철역에서 아현동 굴레방 다리에 이르는 길 양편에 웨딩드레스 가게가 육십여곳이 넘는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물론 이들 가게에서 최신 유행에 맞는 웨딩드레스를 빌려 입을 수 있도록 편리를 제공하는 줄로 알지만 학생들이 통학하는 도로변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드레스 가게는 이들 젊은이를 과대 혼수의 길로 유혹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결혼식장에서도 비디오카메라는 물론이요 신혼부부와 가족, 친구들의 사진 일체를 몇백만원씩 들여서 찍는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도대체 누구 돈으로 이런 과대 결혼 앨범을 만드는가. 이런 경쟁은 어느 쪽이든 체면상 안 쓸 수 없도록 하는 "체면 지키기 문화"와 잘못된 가정환경에서 빚어지는 과소비의 대표적인 모습이며 이 또한 "신한국인 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소비와 체면지키기는 길·흉사에 옮겨지는 화환들의 "전시병"에서도 나타난다. 본인의 이름, 기관의 이름이 달려 있는 축하 화환과 조화 등이 하늘을 찌를 듯 사람의 키보다 훨씬 높이 올라가는 화환 전시장이 된다. 불과 한시간 남짓 행사가 끝나면 버리기 마련인데 왜 이런 호화판 꽃화환으로 인사를 하려고 하는가.
 축의금, 부의금으로 족할 터인데 왜 키 높은 화환으로 꼭 겉치레를 해야만 하는가. 이 또한 신종 한국병이 되어 버렸다.
 
이처럼 새 정부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지난날처럼 정부의 행정력이나 시책에 의해 강제로 이런 "한국병"을 치유하려고 하지말고, 국민 스스로 낭비, 사치, 유행, 과소비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자각과 반성을 할 수 있는 "참된 정치"를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글/김찬국

작성자김찬국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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