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마당]훈장과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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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기념일인 4월 20일 "장애우의 날"이 지난 후 기자는 몇 통의 항의전화를 받았다. 주로 장애우들에게 걸려온 전화 내용은 "어떻게 지체장애자협회 장아무개 회장이 훈장을 받을 수 있느냐,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거 아니냐"는 격앙된 목소리 일색이었다.
때마침 기자도 다소 어이없는 포상 근거에 의문을 품고 있던 터라 항의전화를 받은 것을 계기로 실무부처인 보사부 재활과에 "훈장이 수여되는 과정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요지로 문의를 했다. 그에 대한 재활과 김아무개 담당자의 답변은 이랬다.
"유공자 표창은 재활과에서 각 시·도와 14개 법인단체에 의뢰해서 시·도 3∼5명, 법인단체 2명씩 각각 추천을 받아 결정하는데 지체장애자협회의 경우 이례적으로 두 명씩 추천하던 관례를 깨고 장회장 본인만 추천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담당자는 이에 장회장이 훈장을 받은 사실에 대해 "보는 시각에 따라 안 좋게 볼 수도 있지만 그런 걸 덮어두고 새로운 출발을 가지는 의미도 있으니까 설명을 잘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러한 재활과 담당자의 답변을 들으며 기자는 "현행 장애우의 날" 포상 기준에 대해 품었던 의문에 확신을 더하게 되었다 비단 장회장 만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점은 추천 의뢰를 관과 14개 법인단체에만 국한시킴으로써 공적과는 상관없이 포상이 단체간의 나눠먹기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혹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이번 문제와는 관계없지만 청주 성화원 사건처럼 원생들에게 성폭행을 자행한 원장도 버젓이 훈장을 받는 어이없는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포상이 재활에 성공한 장애우보다는 지나치게 유공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 점은 한 해 훈장과 표창을 받는 유공자들이 평균 50여명에 이른다는 사실과 관련해 "정부가 사회의 벽을 이기고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많은 장애우들을 외면하고 탁상행정으로 무자격자를 양산해내고 있지 않나"라는 안타까움을 품게 만들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문제 제기의 연장선상에서 이번에 훈장을 받은 장회장에 대한 장애우들의 문제제기도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장회장의 공적 사유는 그가 속한 단체를 통해 "장애인 복지 및 권익신장에 기여했다"는 내용 하나이다.
여기서 "그가 훈장을 받을 정도로 장애우 복지에 기여했는가?"라는 세간의 시비는 일단 제쳐두자. 백 번 양보해서 장애우 단체의 대표로서 저지른 지난날의 잘못은 덮어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장애우들의 손가락질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새삼스럼 사실이지만 91년 연말 빈민장애우들의 지체장애자협회 점거농성 당시 나온 장회장의 과거 전력은 많은 장애우들을 경악케 했다. 그 감추어졌던 과거 전력 하나만으로도 그는 그때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했다는 것이 많은 장애우들의 중론이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마셔야 할 술잔을 거절했고 작금에 이르러서는 결과적으로 자신이 자신을 추천하는 방법으로 훈장까지 거머쥐었다.
더더욱 한심한 사실은 강회장이 훈장을 받자 일부 지체장애자협회 회원들이 "단체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좋아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기자가 훈장을 받은 장회장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주인이 달래기 위해 주는 당근을 좋아라고 받아먹는 조랑말 신세는 되지 말라"는 한마디 충고이다.
글/이태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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