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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이야기2]정립회관 농성, 새로운 지평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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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공단 이사장 공금 20억원 가로채" 이것은 5월 13일자 한겨레신문 사회면의 머리기사다. 충격적인 내용이기도 하나 이미 이전부터 예견 됐던 사안이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5월 12일 서울방송 뉴스의 진행자가 수식어로 붙였던 바로 "장애우의 대모(?)"인 황연대씨이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3대 이사장인 황씨는 장애우로서는 처음으로 공단 이사장직에 올랐으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회복지법인 한국소아마비협회가 운영하는 정립회관의 관장직을 겸하고 있었던 장애계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60년대부터 장애우계에서 활동하기 시작해 한때는 장애우들의 대모로까지 불리우는 명예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라야만 하는 상황에 있는 것이다. 이렇게 황연대라는 이름 석자 앞에 붙었던 "장애우의 대모"라는 화려했던 수사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90년 6월부터였다.
 당시 (가칭)서울장애인운동청년연합회 건설준비위원회였던 지금의 장애인운동청년연합회 회원 등 청년 장애우들이 "정립회관 부정비리 척결"을 내걸면서 직접적인 책임자인 황연대씨의 남편인 전 상임이사 정은배씨의 구속과 황씨의 관장 퇴진을 요구하면서부터 그 화려했던 명성은 일순간에 날라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연대씨는 건재했다. 아니 오히려 공단 이사장으로 그녀의 정치적인 영향력은 강화되어 왔다.
 이에 정립회관 비리 척결투쟁은 만 3년이 다돼도록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진정 장애우가 장애우 복지의 주인 되는 그 날을 위해!
 
90년의 45일간에 걸친 정립회관 점거농성은 장애우 운동에 커다란 멍에를 씌었다. 황관장 퇴진이라는 전술적 목표를 내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농성과정에서 대중적 기반을 확보하기는커녕 오히려 대중과 괴리되는 좌절을 맛봐야만 했던 것이다. 이 같은 쓰라린 패배감을 겪었음에도 청년장애우들은 올해 또다시 점농을 감행해야만 했다. 이는 정립회관의 주인된 도리로서 당연한 결과이다.
 정립회관이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화했던 직간접적인 이유가 어디에 있든 또한 설사 회관 내부의 불협화음이 황씨와 이사회, 직원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 장애우들의 입장에서는 그 배경과 계기는 부차적인 사안에 불과하다.
 우리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립회관의 진정한 주체로서 장애우들이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정립회관 농성투쟁의 요체인 것이다.
 4백만 장애우의 해방을 염원하는 순수한 열정이 불순한 것으로 훼손되지 않는 한 정립회관 농성의 불순한 배경과 계기는 아무데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관점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미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장애우들을 진정한 역사 발전의 주체로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우리들 스스로 각인하는 것이며, 또한 구각을 벗어 던지고 정립회관을 올바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근간이기 때문이다.
 만3년여에 걸친 길고도 지루한 이 투쟁은 단지 황연대씨와 같은 기득권층과의 싸움이라는 단선구조의 차원이 아니다. 어느 틈엔가 우리들을 사로잡고 있는 집단이기주의와 냉소주의라는 집요한 망령과의 내부투쟁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우 해방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우리들 자신이 열어가고 잇다.

글/정민

 

작성자정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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