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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소리]정치권력과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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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과 언론

 정치권력과 언론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보적 관계에 있다. 정치권력은 권력의 행사를 위해서 또는 정치와 행정을 위해서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이런 역할을 언론이 관료조직보다 훨씬 더 신속하고 능률적으로 수행해준다.
 반면에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에 봉사한다는 자신의 존재이유를 위해서도 그리고 수익을 위해서도 수용자들인 국민들에게 중요하고도 흥미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정치권력이 제공하는 정보와 그 언행에 관한 뉴스야말로 국민에게 필요하고도 관심을 유발하는 일거양득의 좋은 정보다. 그래서 정권과 언론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개혁작업과 그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이 점을 증명한다. 김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개혁작업이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수행될 수 있는 것은 그에 대한 언론의 호의적인 보도 덕분이며 언론은 언론대로 개혁작업을 보도하고 성원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가치를 빛내고 상업적인 수익도 올리고 있다.
 이렇게 서로를 필요로 하는 까닭에 정권과 언론은 유착관계에 빠지기 쉽다. 유착관계에 빠지면 이들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이익은 외면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을 도모하게 된다. 그래서 언론은 정권을 위한 홍보기구로 그리고 정권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제조하기 위한 조작수단으로 역할하고, 정권은 언론의 주요 정보원의 지위를 이용하여 언론에 제공하는 정보를 관리, 조작하면서 언론에게 각종 특혜를 베푼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와 같은 정권과 언론의 이러한 유착적 공생관계가 그동안 우리 정권과 언론의 모습이었다. 이러한 모습의 대표적인 보기가 "평화의 댐"의 건설과 관련된 5공 정권과 언론의 짝자꿍이었다. 5공 정권이 북한의 수공위협을 과장하였을 때우리 언론들은 그 과장에 의구심이나 반론을 제기하기는커녕 오히려 정권의 과장을 그림이나 그래픽으로 뒷받침하거나 더 증폭시켰다. 그랬던 언론들이 김영삼 대통령이 "평화의 댐"에 감사를 지시하자 과거의 자신들의 논조에 대한 반성도 없이 이제는 그 논조와는 정반대로 일제히 "평화의 댐"의 잘못을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격이다.
 정권과 언론의 이런 유착관계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권과 언론의 정상적인 관계는 아니다. 그런 유착관계는 대단히 비정상적인 관계일 뿐이다. 따라서 그런 비정상적인 관계는 하루빨리 정상적인 관계로 되돌려져야 한다. 그렇다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권과 언론과의 정상적인 관계는 어떤 것일까? 그것은 바로 견제와 균형 또는 감시와 비판의 관계다. 정권과 언론간의 이러한 관계를 되찾는 것이 바로 우리 언론계의 시급하고 중요한 개혁작업이 될 것이다.
 본래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삼부로 나누어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추게 한다. 그래야만 정권의 독재화를 막고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행정부를 대표하는 정권의 권력이 비대해서 다른 두 부가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추지 못했거나 아예 정권의 시녀로 전락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특히 정권을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는 것은 언론뿐이며 실제로 언론은 그런 활동을 자신의 사회적 책무로 표방하고 있고 또 국민들에 의해 그런 책무를 요구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정권과 언론이 비정상적인 유착관계를 청산하고 정상적인 감시와 비판의 관계로 되돌아가야 할 필요가 더 크다. 그렇다고 해서 언론의 임무나 활동이 정권의 감시와 비판으로만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대부분의 활동에서 언론의 정권에 의해 대 국민 홍보나 설득에 동원되고 이용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언론은 대개 정권이 제공하는 정보의 유포자로 또는 정권이 제공하는 정보의 유포자로 또는 정권의 언행을 이런 역할 때문에 정권이 제대로 가능할 수 있다. 언론의 활동의 극히 일부만이 정권의 감시이고 비판이라는 대립자로서의 역할이 언론을 "제4부"라고 부르는 근거다.
 참된 자유민주주의적 정권은 정권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대립자로서의 언론의 역할을 관용하고 있고 관용해야 한다. 언론의 그런 역할은 정권의 부패를 방지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때문이다. 대립자로서의 언론의 역할을 관용하지 못하는 정권은 권위주의적 정권이다. 정권에 대한 대립자로서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권위주의적 독재정권이나 전체주의적 공산정권이 얼마나 부패하고 국민을 괴롭혔는가.
 정권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고 공직자들이라는 구체적인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정권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필요하다면 마땅히 정권을 구성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허용되어야 한다. 또 권력을 가진 공직자를 제대로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는 비사실적이고 불손하고 명예훼손 적인 것도 허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은 일반인들과는 달리 언론에 쉽게 접근하여 스스로를 구제할 수 있기 때문에 또 국민의 공복인 공직자는 그런 정도의 불이익은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공직자에 대한 보도나 시비가 엄격한 사실에만 또는 명예훼손적이 아닌 내용에만 기초해야 한다면 공직자와 정권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의 활동이 위축되고 따라서 언론의 사회적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일반 사인들에 대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엄격하지만 공직자 등을 비롯한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정권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비판활동을 위축시키지 않기 위해 미연방 대법원은 언론의 비판의 대상이 된 공직자는 그 비판이 비사실적이고 명예훼손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도 그것이 실제적인 악의를 가지고 향해졌다는 사실-즉 주장한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는 점을 알면서도 또는 진실 여부를 전혀 무시하고 행해졌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없는 한 언론에게 명예훼손죄로 승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글/이효성 언론학·성균관대 교수 

작성자이효성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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