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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소리]장애우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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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는 "인간"이다

 지난 6월에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서 인권에 관한 커다란 회의가 개최된 이후에 인간의 권리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인간의 권리에 대한 문제는 대부분 정치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묻고 싶은 것은 "장애인들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라는 것이다. 그리고 "왜 장애인들의 권리가 억압되거나 철저히 무시되기조차 해야만 하는가?" 하는 것이다.
 장애를 단지 의학적인 문제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문제의 핵심은 의학적인 관심은 2차 적인 것이고 오히려 사회적인 관심이 더 중요하다는 데 있다. 바꿔 말하면 장애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능력이 특별한 수준의 것이든, 혹은 보통사람과 같은 정도의 수준이건 혹은 최소한의 수준이건 간에)안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들도 어디에서든지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집안에 장애인이 있을 때 그를 위해서 다른 가족들이 집을 마련해 줄 수 없다면 주택문제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사회에서 장애인들의 적절한 직업이나 주택을 가질 수 없도록 방해한다면 사회가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장애인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장애 자체가 아니라 바로 여러 분과 나를 포함한 사회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는 할 일이 너무도 많다. 그런데 우리는 해보려고 하는 능력과 노력이 부족하다. 어떤 사람이라도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여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여러 분과 나를 위해서도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이것을 고치는 방법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통하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법과 살 만한 장소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이라는 병은 사람을 심하게 무능력하게 만들고 대개는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 병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병의 진행을 막는 치료방법도 없다. 호킹 박사는 이 병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수년동안 이 병에 시달려 왔음에도 우주학 분야에서 호킹 박사는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그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컴퓨터를 이용하여 말을 대신하고 걸을 수 없기 때문에 전동의자차를 사용하지만 학술모임에 참석하기 위하여 전 세계를 여행한다. 그는 펜을 쥘 수가 없다. 하지만 우주학에 관한 베스트셀러를 썼다. 그리고 캠브리지 대학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내가 아는 한 그의 인간적인 권리는 사회로부터 억압받지를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 그가 영국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에는 정부 내에 장애인 장관이 1명 있다. 그래서 호킹 박사와 같이 신체적인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특별한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다른 이유로는 그가 과학계에서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그의 재능을 맘껏 발휘하고 자신의 일을 수행해갈 것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확신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처럼 유명하지도 않고 재능도 많지 않은 사람들은 어떠한가. 그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와 지역에 기여할 만한 기회를 가질 정도의 자격을 갖지 않았다는 말인가. 실제의 상황은 어떠한가. 여러 분과 나 자신을 포함한 이 사회는 장애인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방해하고 오히려 거리에서 구걸을 하도록 내몬다면 이것이 개인적인 장애의 한 표출이라기보다는 사회적으로 덜 발달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뭔가 특별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단지 장애인을 재활 시키는 것이 아니라 소위 사회에서 "정상"이라고 불리우는 이들의 태도가 변화되어야 한다. 나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올바른 기회를 가져야 하며 그 기회를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장애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렇게 되어야 한다.
 여러분들 중에 혹시 정신적으로 지체된 사람들이나 신체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이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수용시설에서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지? 만약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은 세금을 낼 준비를 하는 편이 낫다. 왜냐하면 수용시설에 장애인을 보호하려면 많은 돈이 들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묻고 싶다. 장애인을 수용시설에 보호하는 것이 진정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수용시설에 보호하면 그것이 그들에게 직업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는지? 때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대개는 그들 자신의 선택에 의한 직업은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고 다른 사람들이 대신 결정해주는 일을 하면서 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직업재활훈련 프로그램을 예외라고 할 수 있지만 수용시설에서 보호하려면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 수용시설에서의 삶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삶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 그 속에는 먹고 잠 잘 곳은 수동적인 삶이며 개인적인 의사표현이 전혀 없다. 어떤 수용시설에서는 인간의 기본욕구인 음식과 쉴 곳을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자립하고 스스로 표현할 시설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수용시설이 장애인들을 위한 표준시설이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그 대신에 신체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3명 내지 5명이 함께 모여 사는 소집단가정(group home)제도를 권한다. 물론 집이 큰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10명이 함께 모여 사는 것도 가능하겠다. 소집단가정제도와 시설에 수용되어 20명 이상이 함께 사는 것을 한번 비교해보라. 한국에는 이런 소집단가정제도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1988년에 원주에서는 5명이 모여서 한 가정을 이루는 소집단가족이 시작되었다. 그 당시에 그 가정의 가장은 아주 작은 집을 제공해줄 수 있었다. 5년이 지난 지금에는 7명의 고정식구가 있고 2명은 일주일에 이틀만 그 가정에 와서 생활하는 가정이 되었다. 실제로 그 가정에서는 모든 지출, 가사일, 식사 등을 함께 담당한다.
 식구들은 전기부품 작업, 가사일, 병원세탁물 세탁, 병원의 중앙부에서 하는 재료준비 등의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 그들이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모든 것에 대하여 수동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아니고 적어도 돈을 버는 만족감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그래서 직업을 갖는 것 그리고 자신의 가정을 갖는 것 이 두 가지 인간의 기본권은 지켜지고 있다.
 그들의 집이 크지는 않다. 그래서 그들은 작은 집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그 집은 그들 자신의 것이다. 그들은 그것에 대하여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것말고도 다른 소집단가정이 생길 계획이 있다고 들었지만 언제 문을 열런지는 알 수 없다. 물론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다.
 자신의 집과 직업을 가지려는 인간의 욕망에 있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차이는 전혀 없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자신의 집과 직업을 갖고 싶어하는 마음에는 차이가 없다. 내 생각에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장애인의 권리에 관심이 있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으로서의 권리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바꿔 말하면 모든 사람들은 그들의 신체적 정신적 인종적 경제적인 상태가 어떠하든지간에 모든 인간으로서의 대우를 받기 원한다.  
 환자가 어떤 장애를 갖고 있는지를 이야기하기보다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해야 한다. 일단 장애인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장애인이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없다. 문제는 남아있는 나의 능력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만이 그 문제에 답할 수 있다. 하지만 흔히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를 본다.
 장애인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사회가 장애인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따라서 변한다. 따라서 장애를 갖고 있는 여러분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여러분은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인간 이하도 아니고 그 이상도 아닌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글/구애련(연세대 보건과학대학 재활학과 조교수)
 

작성자구애련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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