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소리] 꿈, 소망, 그리고 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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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도 벌써 한달이 지나갔다. 새해 벽두만 되면 늘 그렇듯이 새로 시작되는 한해는 좀 더 성실하고 열심히 살 것을 다짐하지만 그것도 며칠뿐, 다시 지나간 일상으로 돌아와 나태해지는 것은 우리 모두가 지극히 평범하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 한해, 개인의 일과 연구소의 일을 머리 속에 뒤죽박죽으로 섞어 놓은 채 무엇하나 제대로 해 놓은 것 없이 한해를 마무리 지어놓고는 새해를 맞이하며 과연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성실했으며 우리 연구소에는 얼마나 애정을 보냈는가 자문해 보았다. 또한 우리 연구소가 장애인 복지 발전에 어떤 공헌을 하였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제 딴에는 한답시고 우리 직원들 모두 밤을 세워가며 복지 이야기를 하였고, 때로는 장애인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개인적 부와 명예를 축적해 가는 자들이 판을 치는 복지판을 정화시키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였다. 이런 고민들 속에서 함께걸음을 만드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기도 하였고, 50명이 넘는 학생과 10여명의 강사를 모시고 "장애우 대학" 강좌를 개설하기도 하였으며, 천안인애학교 사태에 당면하여 장애인 특수교육권의 확보라는 명제에 따라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러 뛰어다닌 일도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일들은 우리의 두뇌에 남아있는 단편적인 기억으로만 남아있을 뿐, 가슴에 새겨지는 진실한 "우리들의 일"이었는가 되물을 시간쯤 되어서는 여기저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우리 귀에 들어왔다. 그리고 본능적으로는 "섭섭함"이 다가왔고 좀 더 냉정을 찾았을 때에는 이렇게 쓸데없는 이야기들이 단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허한 소음에 불과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더 열심히 일을 해야한다는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으로 새롭게 어깨를 추스려야 했다. 우리가 시작한 연구소 일들은 우리 직원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할 때 우리 자신을 위하여 시작한 것이 아닌 이상 우리에게 쏟아지는 공허한 시선은 우리들이 좀 더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였을 것이라는 자위를 하면서 새로운 해를 맞이한다.
정초 연휴기간을 틈타 연구소 직원 담금질을 하였다. 새해에는 좀 더 공부하고, 더 성실하게 일하며, 좀 더 참기로 약속을 하였다. 그렇기에 이제 온전하게 남은 이 한해동안 무엇인가 장애인 복지에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들을 이룩해야 할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
우리는 올 한해에 대하여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너무 오랜 기간 인내하였던 우리 4백만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온 국민과 정치에 우리의 요구를 내걸지 않아도, 굳이 머리를 삭발하면서까지 투쟁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 4백만 장애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장애해방"의 언저리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들의 이러한 바람이 단 하루 아침에 해결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몇 사람만의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어찌보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우리들이 바라는 장애해방의 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그렇다고 지금 이 자리에서 멈출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힘차게 지나가고 있는 새해의 길목을 스치며 앞으로 보이는 열달, 짧은 듯하기는 하나 초입에서는 길게 느껴지는 지금, 이 한해 모든 깨끗한 분들과 모든 정직한 분들과 모든 장애인들과 함께 우리도 사람 대접 한번 받아보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싶다.
우리 「함께걸음」을 지켜보는 모든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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