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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구장애인단체협의회 구성에 즈음하여

통합을 위한 진통

본문

 대구에서는 오래 전부터 특수교육이나 사회복지가 활성화되어왔다. 물론 여러 여건들이 현재보다는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대구대학교 중심의 전문인 양성 및 장애인 교육은 지역사회  내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되어지고 있었고, 그들의 복지에 대한 움직임은 조용하게 번져갔다. 특수학교 졸업생들이 배출되자 진로와 생업에 어려움을 느낀 나머지 동창회 조직 등으로 자구책을 강구하고, 시, 도청 등지에 자신들의 권익신장을 호소했다. 비교적 시각장애우계나 청각장애우계가 일찍부터 활동해왔고 지체장애우계는 그보다 약 20년이 앞서 조직들이 생겨났다.
 1977년 의대, 약대 등에 입학 거부를 당하고 타의에 의해 전공을 바꾸어 대학에 진학하게 된 지체장애우 20여명이 후배들에게는 대학입학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하려고 지체부자유 대학생회인 "푸른샘"을 만들었다. 고등학교 후배들에 대한 진학 및 진로지도와 하계봉사활동(시설 수용 아동 대상), 장애인 복지관 건립을 위한 기초 자료제공 및 모금활동,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등반활동이나 학술 강연회 등 수많은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그러나 폭넓은 계층의 호응이 없었고 대학생 모임이라는 한계 때문에 졸업 이후의 지속적인 활동의 단절과 빈곤한 프로그램의 반복이 문제점으로 대두되었다.

 1981년 세계 장애자의 해 이후 대구지역에서도 수많은 장애인 단체가 생겨났다. 81년에 설립된 "샘터뭉침회"는 앞서 언급한 대학생 모임과는 달리 학력, 장애정도, 연령층이 다양한 회원들이 모였고, 실질적 생활에 민감한 단체도 생겨났다. 대구에서 시작된 이 모임들은 전국에 지부를 둘 정도로 확산되었으나 다양한 계층의 회원들이 오히려 불안 요인이 되어 작은 문제에도 회원 이탈 현상이 일어나고 유사단체가 생겨나기도 했다.
 장애인 선교기관인 소망정 대구지부, 같은 선교기관인 미문선교회, 장애인 기능인들로 구성된 정우회 등이 생겨났다. 80년도 중반 이후 각 장애영역별로 구성된 선교단체, 군소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과히 장애인 단체의 전성기를 맞는 듯했다. 그러나 친목도모나 적절한 프로그램의 부족, 반복되는 연례행사에 염증을 느낀 장애인들이 외면하는 등 장애인 활동은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어떤 단체이든 유지가 되려면 재원이 필요하다. 회원들의 월회비로는 조직의 운영이 어려웠고 임의단체, 혹은 법인체라 하더라도 정부의 보조는 불가능했으며, 작은 경비로 눈앞의 행사치례에만 급급했다. 또한 일을 할 만한 사람은 자기 개인의 직업을 가져야만 했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해야 하는데 따른 어려운 여건 속에서 취사선택을 해야 했고, 결국은 현실적으로 안정된 자기 직업쪽으로 선택하는 회원이 많았다.
 이 시기 장애인 활동이 침체된 요인은 인재의 부족과 프로그램의 부재를 들 수 있다. 각 단체들의 취약한 점을 여러 단체의 통합으로 보완할 수 있었으나 배타적인 자기 고집과 자체 프로그램의 고수로 장애인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86년 대구한의과대학(현, 경산대학)의 장애인 입학거부 사태를 계기로 푸른샘일반부(대구·경북지역 지체부자유대학생회)의 주도로 사태 해결 후 대구장애인단체연합회가 결성된 바 있었지만 지체장애위주로 결성되어 명실상부한 장애인 대표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이 단체를 주도한 푸른샘 일반부의 무성의로 활성화되지 못한 채 현재까지 이른 것이다.


22개 장애인 단체 가입

각 단체가 자기 프로그램 고수와 무기력한 단체 운영으로 허덕일 때 장애인 사업이며 장학재단을 미명으로 한 장애인 단체가 비장애인 주도로 설립되었다. 또한 사이비 단체의 등장으로 장애인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더욱 나빠지게 되었다. 또한 장애인 정치세력화를 표방하며 나선 단체의 활동이 가시화되었다.
 81년 이후 활성화된 장애인 단체의 의식은 최소한 도덕성을 유지하며 경제적 결벽으로 신뢰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80년도 중반 이후 설립된 단체는 자선바자회, 물품강매, 신용사업 등을 내세우고 전체 장애인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영달에 단체를 이용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산재한 장애인 단체의 다양한 욕구는 행정당국이나 장애관련 기관에 혼선을 야기시켰고 심지어 재활의 날 기념행사마저도 시각, 청각, 지체장애우 등의 단체별로 나누어져서 치러지는 일들이 발생되었다. 이에 그간의 장애우계의 혼란과 잡음을 방관하던 뜻있는 몇몇 단체의 주선으로 어떤 형태든 장애우의 욕구가 하나로 수렴되는 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단합하자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일단, 대구장애인단체연합회와 한국맹인복지협회 대구지부를 중심으로 지체 장애우, 시각장애우계와 의견이 일치되고 청각장애우계와 정신지체계는 부모회와 접촉을 하게 되었다. 일단은 협의회 형태로 규정하고 협의회 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마련되었다.
 다섯차례에 걸친 추진위원회를 갖고 "대구장애인단체협의회"로 공식 명칭을 결정하고 추진위원장이었던 노재교씨를 회장으로 선임했으며, 91년 10월 30일에 창립대회를 치르기에 이르렀다.
 준비기간 중 정신지체 장애우계를 대표할 수 있는 정신지체부모회와 일부 사단법인단체인 장애인 단체를 영입하려 했으나 상호 이해 부족과 불필요한 견제 심리 등으로 무산되었다.
 현 22개 장애인 단체가 가입하여 명실공히 대구 지역을 대표하는 장애인 단체로 자리잡게 되었다. 제6차 추진위원회 회의에서는 고문과 운영위원을 추대하는 등 기구를 구성했다.
 
다양한 프로그램 실시할 터

 복지사회를 이루어 나감에 있어 우리 장애우는 그 주체로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달성목표를 앞당기고자 한다.
사회적으로 불리한 현실과 제도적 장치의 미비함이 현저한 상황 속에서 사회인으로서의 보장보다는 기회를 요구하며 참된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은 신체적 장애가 결코 능력의 장애가 아니며, 개인으로서의 재활은 물론 사회 통합의 완성을 이루는 근간이 되는 것이다. 이에 뜻있는 장애인 단체의 연합으로 장애인의 사회적 안정과 재활에 기여하고 차세대 선진복지국가 건설에 미력을 다함에 그 의의를 두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의 재활과 인식개선에 관한 사업으로 장애인 복지증진에 기여한다.
 대구장애인단체협의회는 운영위원회, 자문위원회, 이사회 등으로 구성된다. 운영위원회는 후원회 성격으로 장애인 재활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 9∼15명 정도로 구성되어 협의회의 운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자문위원회 역시 장애우 문제에 관심을 가진 자로서 9∼15명으로 구성되는데 장애우의 다양한 욕구에 적절한 자문을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사회는 장애우 단체의 대표들이 구성되어 장애우 자신들이 운영, 기획 등을 헤나갈 것이다.
 많은 장애우 단체가 프로그램의 빈곤으로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그저 관심이나 여가선용식의 운영으로는 폭주하는 장애우의 욕구에 부응할 수 없다. 장애인협의회에서도 많은 단체들과 과거의 오류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다.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이나 전문요원을 협의회에 상주시켜 급변하는 장애계의 욕구나 의식 등에 대처할 예정이다.

 먼저 종합상담실을 운영한다 일종의 민원상담이기도 하나 보다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자세를 가질 것이다. 요일별로 상담내용이 다르고 상담내용에 맞는 각계의 전문가나 상담내용을 두어 실질적인 민원해결의 산실이 될 것이다.
 둘째, 정보자료실의 운영이다. 늘어나는 장애우에 대한 혜택과 재활정보 등을 전선화하여 원하는 장애우에게 필요한 정보를 자세하게 제공한다.
 셋째, 장애인 및 관련 비장애우들을 위한 재활강좌 실시를 정례화하여 장애우에게는 사회적 주체로서의 자세를 확립시키고, 비장애우에게는 장애우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될 계기를 갖게 한다.
 넷째, 장애우를 위한 "콜 택시(call Taxi)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중증장애인을 위한 교통대책으로 중형 버스를 개조하여 휠체어를 단 채로 승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버스에 무선기를 설치하여 장애인이 버스를 타고자 할 때 사무실로 전화하면 사무실에서는 버스로 호출하여 장애인이 원하는 곳으로 가서 수송하는 방법인 데 현재 활발히 연구,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다섯째,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지방언론 매체를 통한 장애관련 프로그램 실시와 신문매체의 고정란 확보로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여섯째, 지방자치제 시대에 즈음해 장애인 제반 문제를 심의하고 건의하는 단일대표기관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일곱째, 장애인 복지를 빙자한 악덕단체 및 개인을 견제한다.
 여덟째, 영세장애인 자녀를 위한 장학사업과 결연 후원사업으로 실질적 혜택을 가지도록 한다.
이상에서 언급한 것 같이 사업뿐만 아니라 연합 단체의 유대도 필요함으로 연1회 연합단체와의 만남을 통하여 단합과 결속을 다짐하고자 한다.

"대구… 협의회"의 활약 기대

 그동안 많은 장애단체와 연합체가 결속되고 해체되고 왔다. 100만명이니 4백만명이니 하는 거대한 숫자놀음 속에서 장애인은 그 주체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시혜의 대상으로 치부되어 왔다.
 좀 배운 장애인은 생활의 안정과 더불어 장애인계를 떠나고, 가난하고 못 배운 장애인은 뭘 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어 애태우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적어도 대구지역에서만은 모든 계층의 장애인을 포용해서 모범적인 협의회를 이끌어 가고자 한다.
 현실적으로 장애인계에 소프트웨어가 부족하다. 프로그램의 부재로 많은 시행 착오가 거듭되고 있다. 연합회나 협의체 구성이 능사는 아니지만 다양한 욕구에 대한 의견수렴 차우로서의 할 일을 해야 최소한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겠는가 정치적 의도와는 거리가 먼, 아니 정치를 선용하는 도덕성을 가진 대구장애인단체협의회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작성자김선규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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