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수의 세상보기] 거짓말쟁이의 나라
본문
한 손에 저울을
한 손에는 칼을 들고 다스리는
참과 거짓을 저울질할 줄 아는 나라는 아닐지라도
다만, 오가는 말이라도 믿으며 살기를 바라지만
가시덤불 얼크러진 이 나라, 빈 펀더기에는 칼바람만 매섭습니다.
여기를 보십시오
우리 앞을 지나가는 이 젊은이를 아십니까
온 몸 공꽁 오랏줄에 묶인 채
어디로인지 끌려가는 이 젊은이를 아시나요
이 젊은이는 어디로 끌려가는 것일까요
끌고가는 건달들은 연신 고래고래 외칩니다
제 사타구니 것 움켜쥐듯
두 손으로 칼자루 움켜쥐고 길길이 날뛰며
이 젊은이가 거짓말을 일삼는다고 떠들어댑니다
온 겨레의 아니라는 말보다
더러운 돈 챙겨 버릇하는 야바위꾼의 말이 옳다고 우깁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베푸시는 어진 분보다
망난이 야바위꾼 마음씨가 더 바르다고 우깁니다
저 몹쓸 칼잽이들은 덮어놓고 우깁니다
큰 칼 휘두르며 그렇다고 외치는 서슬 앞에서
이 젊은이는 영락없이 거짓말쟁이의 멍에를 써야 합니다
우리 함께 생각 좀 해 봅시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가슴에 금을 긋고 생각해 봅시다
흩어져 사는 겨레이기에 어우러지기를 바라는 뜨거운 사랑
다만 하나의 사랑을 좇아서, 몸부림치면서
토막난 땅 거친 가시밭을 헤집고 달려가는 젊음이 거짓일까요. 아니면
숨 못 쉬게, 눈 못 뜨게 온갖 매운 재 다 뿌리며
쇠몽둥이 휘둘러 여린 목숨 바수며
큰 길 막아서서 길길이 날뛰는
저 사나운 무리의 핏발 선 눈확에 참이 담겼을까요
참과 거짓을 무엇으로 달아보나요. 저울은 없고
다만 칼 뿐인 이 나라에서
하느님도 거짓말쟁이라고 우기는
억지만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 나라 안에서
참을 지켜내려는 젊음은 칭칭 오랏줄에 묶이지만
우리는 믿습니다
하느님 믿어 오듯이 우리는 믿습니다
참의 씨앗, 이 땅에 큰 사랑으로 싹 틀 날을
우리는 믿음으로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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