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꽃다발 하나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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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 좀 와 봐"
"비켜, 안 보인단 말야"
지난 5월 6일 때아닌 장대비를 맞으며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 모인 장애우들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살벌한 눈초리로 아래위를 훑어보는 경호원들의 태도에 주눅이 들어 있었지만 휘황한 조명과 귀를 때리는 음악소리에 연신 옆자리의 친구들을 부르며 즐거운 표정을 되찾았다.
올해로 열두 번째를 맞는 "장애인체육대회 "의 막은 이렇게 올랐다. 더욱이 이날 최대 귀빈으로 참석했던 대통령 부인이 화려한 조명과 박수 속에 등장하면서 개막식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그 기분도 잠깐 영부인이 대회장에 내려와 선수단에게 꽃다발을 하나씩 걸어주고는 밖으로 나가자 마치 썰물이 빠지듯 사라지는 경호원, 기자 그리고 동원된 관객들.
장애우에게 있어서 체육활동이 갖는 의미는 새삼 얘기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만 "체력은 국력"이라는 전체주의적 사고방식과 이를 이끌고 나가는 "영웅"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닌 것이다.
환호성 속의 꽃다발과 일등, 이등, 삼등이 아닌 생활 속의 체육 그리고 그 활동을 통해 "함께 하는 삶의 의미"를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마당이야말로 장애우와 비장애우 모두가 되찾아야 할 우리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인 것이다.
양근(陽根)을 그리다
민정기 개인전
(가람화랑 1992. 4. 21∼4. 30)
"양근(陽根)을 그리다"라는 타이틀로 세 번째 개인전을 선보인 민정기의 이번 전시는 80년대 초반 "현실과 발언"을 통하여 활발한 활동을 보인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거의 6년 만에 가진 작품전이다.
금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작품의 주제와 내용에 있어 자연적인 삶에 깊이 심취하고 있는 작가의 심성을 읽어낼 수 있을 만큼 그의 시각이 변화되었다는 점과 작가 스스로도 "발로 그린 그림"이라고 말하듯 양평군 일대를 수십 차례 답사하여 실경에 거의 유사한 그림을 그려내고 있어 과거 그의 작품과 비교하여 볼 때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변화는 80년대 초반 현실에 대한 관념적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던 시각이 풍수지리에 대한 관심과 아울러 우리의 묻혀져 있는 살아있는 실경의 재현, 그것에서 진정한 삶의 이유나 목적을 찾고자 택해진 한 방편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러한 선택은 한여름 고추밭을 메는 할미의 모습과 수천 년 동안 지켜온 벽계구곡의 풍경 속에서 변함 없는 진리의 불변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관능의 불구에 대한 자백
박불똥 개인전
민중미술의 대표적인 작가의 한사람인 박불똥이 "관능의 불구에 대한 자백"이라는 타이틀로 1989년 개인전 "결사반대"에 이어 네 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꼴라지 작업으로 독특한 개성을 인정받고 있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몽타쥬와 혼합매체 및 실물 오브제 사용 등 여러 가지 매체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해보이고 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작업에 대한 목표를 "정치라는 미명아래 저질러지고 온갖 흉계와 억압과 유린과 살상의 반정치, 탈 정치적 현실을 감당하고 끌어 오르는 의분을 실천적 형상으로 표출해내며 이를 무기 삼아 참담한 삶의 질곡을 타개하고 극복해 나가고자 하는 지극히 평범하고 정직한 예술행위"로 설정하여놓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3월까지 한겨레신문에 연재되었던 작품들과 함께 "강제부검", "돈쟁", "신식민국가독점자본"등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한 비판과 아울러 우리의 사회이면의 현실을 폭로하고 있다.
진실의 왜곡과 가치관의 혼란이 팽배해 있는 이즈음 그의 작품 전은 재미난 볼거리와 함께 건강한 생각거리를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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