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5월은 바람속에 사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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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바람 속에 사라지고…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찬양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우리의 5월엔 늘 기상이변이 반복됐다.
흉풍이 질주하고 서릿발이 내리쳤다
그 찬란한 표정 뒤로 썩어들어 갔다
이 황량한 땅에선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없다
61년의 봄
80년의 봄
그리고, 91년의 봄
다시 이 땅엔
음흉한 안개를 뚫고
절규의 불덩이가 솟구친다
불의와 정의가 대치한다
몇 줌의 갈망이 원천 봉쇄된다
이 사막 같은 땅에도
아랑곳없는 꽃들은 방탕하게 핀다
철없는 장마가 탐욕스런 미소를 흘린다
창백한 목련이 순결을 위장한다
짖푸른 아카시아내음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그러나, 가짜 꽃임을 안다. 우리는,
상처 입은 쓰린 가슴들이 있는 한
왜, 이 땅엔
비의 자유를 만끽해 본
진리의 꽃은 안 피는가?
이 땅에 어인 악업의 씨앗을 심었기에
젊은 꽃들이 뿌리도 없이 피어
열매의 기쁨도 모르는 채 잠드는가?
부끄럽지 않은가? 우리는,
가장 곧은 자를 가지고도 알 수 없는 일을
굽은 자를 가지고 그들을 탓하는가?
그러나, 설워마라 젊은 꽃들아!
힘없는 우리의 호미일망정
썩은 흙 덮어 참 땅을 일굴 때
그 땅에 진실의 비가 내릴 때
너희들, 생명 질긴 들꽃으로 피어
다시 찾은 5월을 맘껏 노래할지니…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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